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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도바다 Nov 21. 2022

3년 만에 떠나는 여행은 나에게...

[끝이고 시작이고 다독임이다]

하늘 길이 다시 열렸다.

한동안 답답했다. 

떠나나고 싶었다.


방랑자는 아니지만 가끔씩은 내 속에 떠도는 찰나들을 잊고 싶을 때가 있다. 살고 있는 곳일 수도, 인간관계가 될 수도, 때론 현실을 부정하고 싶을 수도 있다. 어디선가 스산한 바람이 불어올 때 나는 먼저 여행을 생각했다. 화려한 꾸밈보다 소박하고 단출하게 떠나 낯선 곳을 걸을 때 비로소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낄 때가 많았다. 그 신호가 올 때마다 주저 않고 나는 최대한 반응을 했는데 타의로 떠나지 못했을 때 큰 짐의 무게가 되어  속마음을 더 강하게 잡아당겼다.





자유롭게 다시 여행이 시작되며 지금이 그때였다. 바쁘게 움직였다. 유럽 배낭여행을 가듯 3주간의 일본 여행으로 꿈틀거리는 본능에 자잘한 일정을 짜게 했다. 묵은 여행책자를 꺼내 목차를 보고 내 머리를 쳤다. 안 가본 곳이 없었다. 도쿄를 언제 이렇게 다녔을까. 그만큼 나에게는 익숙한 곳이다. 옛 기억까지 보태면 횟수로는 열 번째다. 내 화려했던 젊음의 기록도 있고 땀 냄새도 남아있는 추억이 스민 곳이다.





처음 가보는 시즈오카현은 자료가 부족해 인터넷으로 찾고 관광청에 문의해 책자를 받았다. 온천과 녹차, 와사비, 후지산으로 알려진 시즈오카는 잠자고 있던 내 감성을 설레게 한다. 따뜻한 온천물에 몸도 담그고 코끝을 찡하게 울린다는 알싸한 와사비 아이스크림도 벌써부터 궁금하다. 여행을 하면 보는 욕심이 생겨 하루 종일 정신없이 걷게 되지만 이번에는 좀 느리게 가려고 한다. 하루에 한 곳으로 떠나는 일정으로 오롯이 느끼고, 만나고,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시시하고 재미없는 길일지라도 

내가 걷는다면 

언젠가는 그 지난 시간들도 그 발걸음도 그리워질 수 있으리라. 

기억 속에 남는 건 시시콜콜한 일상이 오래 저장되듯 소박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


"청춘은 여행이다. 

 찢어진 주머니에 두 손을 내리꽂은 채 그저 길을 떠나도 좋은 것이다." 


체 게바라( Che Cuevara)의 말처럼 나도 그 청춘의 여행을 다시 하고 싶다.

인생 2막의 시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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