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틱톡은 재미가 없을까?
그 앱 너무 중국스럽지 않아?
중국 특유의 빠른 비트와 작위적인 상황극으로 '중국스럽다'는 평가를 받던 틱톡의 위상이 달라졌다. 작년 초만 해도 초등학생만 쓸 것 같던, 아니 실제로도 영상을 넘기다 보면 말간 얼굴의 어린이 친구들이 고사리 같은 손을 뽀짝거리며 노래에 맞춰 손댄스를 추는 영상이 쏟아지던 앱이었다.
언제부터인지 아이돌이 틱톡에서 챌린지라며 춤을 추기 시작했고, 가수 헨리를 시작으로 배우 이시영이나 개그맨 지석진은 적성을 찾은 것 마냥 틱톡을 제패하고 있다. 어느새 백상예술대상과 같은 큰 행사를 틱톡이 후원하고, 대세가 되면 영광의 '틱톡 인기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게다가 인스타그램이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돌아다니는 짤은 원본 소스가 틱톡인 경우가 대부분인 걸 보면 확실히 틱톡은 대중화되었다.
처음 유튜브가 대중화되면서 대도서관이나 포니같은 인플루언서가 생겨나고 힘이 생기던 때가 있었다. 유튜버가 되기 위해 사람들이 하나 둘 영상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지금의 유튜브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생태계가 커지면서 창조적으로 컨텐츠를 만들어 공유하는 사람들을 크리에이터라고 부르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틱톡은 틱톡에 컨텐츠를 올리는 유저를 크리에이터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보는 우리도 자연스럽게 그들을 크리에이터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요즘 핫한 크리에이터 땡깡(@dancekang)은 걸그룹의 춤을 기깔나게 소화하는데다 무대(실제로는 거실)를 삼켜버릴 듯한 표정, 그리고 카메라 감독(실제로는 동생)님의 현란한 무빙으로 사랑받으면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현아를 시작으로 있지, 우주소녀, 오마이걸까지 걸그룹 4세대가 컴백할 때마다 함께 틱톡 영상을 찍자며 러브콜을 보내는 것이다.
https://www.tiktok.com/@dancekang
이렇게 틱톡을 베이스로 큰 크리에이터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마찬가지로 팔로워와 영향력이라는 권력을 얻게 되었고,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 권력의 달콤함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내가 봐도 재미없는 10분 분량의 유튜브에 올리고 쥐도새도 모르게 전사하느니, 가만히만 있어도 우스꽝스럽게 만들어주는 필터나 예능스러운 효과음 기능을 활용해 호다닥 만들어 틱톡에 올리고 추천 알고리즘에 간택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브랜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Z세대를 타겟으로 한다며 틱톡에 오피셜 계정을 파고, 원래 우리 제품을 알고있는 고객이라면 팔로잉을 해줄거야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재미없는, 아니 담당자만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어 올린다. 몇 시간 후 틱톡을 만들어보라고 시킨 팀장은 조회수가 몇이냐고 물어보지만 보잘 것 없는 숫자에 이상하다며 조금만 더 재미있게 해보자고 독려할테다.
당연히 당신의 틱톡은 재미가 없다.
틱톡은 신기하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조금만 잘 못 만들면 재미가 없다. 짧으면 10초, 길면 2분짜리의 영상 주제에 2초 정도, 말 그대로 눈 깜빡할 사이에 눈길을 못 끌면 빠르게 묻히고 영영 역주행할 가능성은 사라진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틱톡을 만들어보고 다른 크리에이터와 비교하면서 내리는 결론은 비슷하다.
1) 예쁘거나 잘생겨서 많이 보나? 아, 나는 얼굴 까는 거에 자신 없는데..
2) 신기해서 많이 보나? 아, 지금 신기한 거 별로 없는데..
3) 연기/춤/노래/더빙을 진짜 잘하네! 아, 나는 재능이 없는데..
라는 과정을 통해 역시 인플루언서가 되는게 쉽지 않다는 말을 흘리면서 빠르게 포기해버린다.
하지만 틱톡을 보다 보면 예쁘지도, 잘생기지도, 신기하지도, 재능이 보이지도 않는데 엄청난 반응을 보이는 컨텐츠가 많이 있다. 그 것도 아주 많이. 어떤 초등학생은 아이돌 영상을 가져오는 것만으로 그런 인기를 누리기도 하고, 천 원짜리 말랑이(슬라임에서 진화함)만 가지고도 불티나는 인기를 얻기도 한다.
내 틱톡은 재미가 없는데, 다른 사람들의 틱톡은 왜 그렇게 재미가 있고 인기를 끄는지 알기 위해서는 틱톡의 컨텐츠 포맷인 '숏폼'을 이해하고, 유튜브의 '영상' 컨텐츠와 인스타그램의 '사진' 컨텐츠와의 차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겨우 20초 남짓한 영상이지만 그 안에 수많은 연출과 구성, 편집이 들어가있는 것까지 파악한다면 쉽게 '재미있는 틱톡'을 만들 수 있다.
컨텐츠를 보면 분석하는 습관이 있던 나는 자연스럽게 컨텐츠를 업으로 하는 길을 걷게 되었고, 글과 사진, 그리고 영상을 넘어 마침내 틱톡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숏폼까지 접하게 되었다. 분석하기 위해 10분을 꼬박 봐야했던 유튜브나 책과 달리 틱톡은 20초만 투자하면 되기 때문에 관찰하고 탐구하는 시간이 내내 유쾌했다. 앞으로 나의 글을 통해 틱톡을 접하는 분들께도 브런치를 읽는 시간이 유쾌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