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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님 Nov 02. 2024

꿈의 여행, 남아메리카 9

아르헨티나

                   

내일은 우수아이아로 국내선 항공 이동이다. 칼라파테를 출발하여 비행 1시간 20분 만에 우수아이아에 도착했다. 아르헨티나 최남단으로 남아메리카 땅끝마을이다. 날씨는 최고 13도 최저 5도로 칼라파테보다 더 춥다고 한다. 우수아이아라는 이름이 여리여리 예쁘더니 마을도 역시 예쁘다. 먼 설산을 배경으로 푸른 하늘과 바다에 띄워져 있는 색색의 요트가 마을의 풍경을 더 예쁘게 그리고 있었다.

자동차 보닛 위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갈매기의 부리가 유난히 붉다. 소박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의 항구도시다. 지나던 길 건물벽에 똥 그림이 사랑스럽게 그려져 있다. 수원 화장실 문화관 ‘해우재’에 캐리커쳐 자료로 제공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의 특산물인 킹크랩은 꼭 먹어봐야 한다기에 El Viejo Marino라는 맛집에 갔다. 신선하고 탄탄한 맛이 감동이다. 1시간 대기한 보람이 있었다.

티에라 델 푸에고, 세상 땅끝 국립공원 기차 투어다. 기차역 안에는 BAR, 기념품 가게 등이 있고, 천정에 만국기를 달아 세계 각국의 관광객을 환영한다. 기차에 탑승하려니 익살스러운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이 여행자들의 분위기를 띄운다. 땅끝까지 온 기념으로 역무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청정지역에만 자란다는 할아버지 수염과 기생식물(겨우살이) 그리고 나무 무덤들이 기차와 같이 흘러간다. Fin Del Mundo, 세상의 땅끝 우체국이다. 엽서를 빨간 우체통에 넣으면 한 달 정도 후에 받아볼 수 있단다. 자녀에게 또는 자신에게 글을 써 보내는 이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비글해협을 유람선으로 투어 한다. 펭귄, 바다사자, 가마우지들이 어우러진 행복한 동행이다. 세상 끝, 땅끝 우체국, 땅끝 빨간 등대, ‘끝’이라는 글자가 주는 아련함이 생각을 모으게 한다.    

남아메리카 땅끝 우체국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남미의 파리라 불리는 항구도시다. 호텔에 도착하여 내부 구경을 나섰다. 갤러리의 한 그림 앞에서 발을 멈췄다. 엄마 원숭이가 아기를 안고, 서로 교환하는 눈빛에 얼마나 깊은 사랑과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는지 순간 숨을 멎게 한다. 저녁에 탱고 연습과 탱고 디너쇼가 있다. 탱고 연습! 복장을 어찌해야 하나 난감하다. 신경 쓸 필요 없는데 혼자 과도하게 긴 드레스 스타일의 옷을 입었다가 민망했다. 탱고 무용수 한 쌍이 시범을 보인다. 음악과 몸의 선이 황홀하다. 동행자들과 파트너가 되어 탱고 리듬에 맞춰 기본동작을 배웠다. 디너쇼에서 탱고 본고장의 진수를 맛보았다. 다음 날 시내 투어를 나갔다. 거리의 다양한 인종과 우리와 다른 체형의 자유분방한 볼륨감이 멋져 보여 자꾸 눈길이 간다.

디너쇼의 탱고와 엘 아테네오 서점

엘 아테네오 서점은 오페라극장을 개조한 것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고 한다. 서점이라기보다 중세의 미술관에 온 듯하다. 성화와 인테리어의 아름다움에 빠져든다. 본래 무대였다는 카페에서 객석을 바라보니 책들은 이 공간을 꾸미는 예술품이다. 5월의 마요 광장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중심부로 여러 행정관서와 성당 등이 있다.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기도 하는 역사적 정치적으로 유서 깊은 곳이다. 대통령궁 앞 ‘마누엘 벨그라노’ 장군의 동상과 그가 만들었다는 아르헨티나 대형 국기가 펄럭인다. 얼마 전 서울시에서 광화문에 대형 태극기를 세우는 계획을 한다는 기사에, 이곳 대통령궁 앞에서 펄럭이던 아르헨티나 국기의 위엄이 생각났다. 5월의 광장 바닥에 ‘5월 광장 어머니회’가 둘렀다는 하얀 숄이 그려져 있어 역사적인 격동의 시기에 자식을 향한 어머니들의 마음이 전해져 왔다.

5월의 광장에서 걸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표적인 상징이라는 오벨리스크가 있는 곳으로 갔다. 뾰족하고 심플한 하얀 거탑이 눈에 들어온다. 세계에서 가장 폭이 넓다는 도로의 분기점에 있는 높이 67.5m의 석탑이다. 석탑은 낮에는 하얗게, 밤에는 보라색으로 변한다. 중요 행사나 축제의 장소가 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돌아보느라 지친 심신을, 한식당 Mr, HO에서 달랬다. 한국에서보다 더 맛있는 걸 보면, 서서히 ‘집밥’이 그리워질 때가 됐나 보다.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출발하여 브라질로 가는 기내다. 아래의 풍경이 밀림과 강으로 끝이 없는 이과수강이다. 상공에서 이과수강 전체를 조망하게 되다니 감격이다. 사진으로만 보던 악마의 목구멍(?)도 조그맣게 보인다. 이과수 폭포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국경지대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폭포로, 양국에서 국립공원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총 275개의 폭포가 모여 있으며, 비가 많이 오면 더 늘어난다고 한다.      

브라질 호텔 체크인 후 버스로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어 푸에르토 이과수 폭포 ‘악마의 목구멍(La Garganta del Diablo)’ 으로 갔다. 폭포의 폭이 2,700m에 높이 80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폭포다. 국립공원 입구에서 셔틀 기차를 타고 폭포가 있는 이과수강 앞까지 갔다. 이과수강을 가로지르는 데크 길을 1.2km 걷는다. 폭포의 명성만큼이나 강폭도 넓었다. 다행히 날씨가 청명하다. 맑은 날씨의 푸른 하늘이 그대로 강물에 비쳤다. 완만하게 흐르는 강물 속에서 물고기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폭포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은 폭포 가까이 왔다는 신호다. 우레와 같은 굉음에 귀가 멍해지고, 폭포에서 피어난 물안개에 옷이 젖었다. 저 아래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포말 위에 무지개가 떴다. 폭포를 계속 보고 있으니, 굉음과 함께 빨려드는 느낌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 폭포를 ‘1분 동안 보면 근심이 사라지고, 10분 동안 보면 인생의 모든 시름이 사라지고, 30분을 보면 영혼을 빼앗긴다.’라는 말이 있다. 아, 어찌 그리 잘 표현했을까. 설득력 있다. 그냥 10분 정도만 보아야겠다.

푸에르토 이과수 폭포 ‘악마의 목구멍'

악마의 목구멍을 보고 돌아오는 중에 공원 관리자인 듯한 남자가 우리 일행 앞길을 막았다. 단체 이동하라는 뜻인가 하면서도 다른 외국인에게는 하지 않는 요구를 하다니 차별인가 하여 언짢아졌다. 알고 보니 여기로 오는 셔틀 기차를 탔을 때,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이 기침을 하여, 우리 팀에 대한 코로나19 민원이 발생했다고 한다. 기차역으로 나와 얼기설기 엉성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주었다. 한동안 격리 대기 후 우리 팀 이송을 위한 임시 열차를 타고 버스 환승지에 도착, 또 대기했다가, 국경에 대기시켜 두었던 우리 전용 버스로 환승했다. 다시 대기하는 시간은 길어지고, 한국 영사관 관계자가 나왔다. 기침을 한 동행자는 따로 조사를 받고 차내에서도 공간을 격리시키고 대화를 금지했다. 코로나19 감염이 아닌 다른 연유의 기침이었으나, 공공장소에서 기침한 대가가 혹독했다. 예기치 않은 경험이었다. 그것이 여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국경을 통과하여 아르헨티나와 아쉬운 이별 후 브라질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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