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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Jan 20. 2023

<이혜정 개인전 “루시부파긴을 잡아먹는 밤”을 보고>

<아티스트가 별 건가? 아티스트웨이 5주 차>

<이혜정 개인전 “루시부파긴을 잡아먹는 밤”을 보고>


아우름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이혜정 작가의 작품을 보았다.

이혜정 작가를 만나기 전, 이미 나는 이혜정 작가를 알고 있었다. 시로 일찍이 등단한 데다 한국예총 시 지회의 일을 하시는 A언니를 통해서다. 언니는 환갑이 다 되어가는 늦은 나이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너무 즐거우니 나에게도 같이 배우자고 권유했다. 거기다 레슨비가 저렴한데 이유는 음악 선생님이 시인인 데다 언니의 늦깎이 열정을 알아주어 특별하게 대해 준다는 것이다. 언니 지금은 나의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다음에 온다면 그때 배우기로 해요!라고 대답하고는 수개월이 흘렀다.


어느 날 도서관 시 쓰기 프로그램을 같이 했던 B언니가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며 나랑 같이 꼭 만나고 싶다 했다. 언니 앞집에 사시는 분의 딸인데 화가이며, 시인이며, 음악선생님이라고 했다. 아니 그러면 지난번 A언니가 말했던.. ‘이렇게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만나게 된 분이 시인이며, 화가인 음악선생님? 


사람에게 한 가지 재능만 있어도 대단한데 이렇게 재주가 많은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만나게 되었고, 이렇게 알게 된 분이 바로 이혜정 선생님이다.  마침 개인전을 한다고 해서 전시회를 찾아가게 되었다. 

‘루시부파긴을 잡아먹는 밤’이라는 캘리그래피로 쓴 시와 함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시가 주는 울림은 추상화로 전시된 그림들과 어울리며 하나의 주제로 느껴졌다. 

특히 사이즈가 116.8*91cm나 되는 '코람데오' 그림 앞에서 한참을 멈추게 되었다. 코람데오는 ‘하나님 앞에서’라는 뜻의 라틴어이다. 코람(coram)과 데우스(Deus)가 합쳐진 합성명사다.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는 말을 직접 듣게 되자 더 공감 있게 그림이 다가왔다. 그림 속에 비친 발자국모양, 형체를 알 수 없는 인간의 모습, 그리고 나귀의 모습 등 숨겨진 그림 안에는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선의 형체들이 있다. 검은 발자국 모양은 각자 걸어가는 삶이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향하는지 모르지만 신 앞에서 조심스럽게 걷는 사람처럼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는 뜻을 담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의 기사에 대한 인터뷰 기사가 있길래 급히 찾아보았다.

"그림은 저의 삶의 궤적을 나타내는 데 각각의 궤적들이 선으로 연결돼 있어요. 어린양은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하는데 제 삶의 궁극적인 의미라고 생각해요. "

작품 앞에 멈 춘 나는 작가의 의도와  파란색의 선들의 의미를 여쭤보았다.

그러자 자신의 작업의 과정을 친절하게 핸드폰을 통해 보여주셨다. 밑작업의 그림을 세세하고 정밀하게 하나씩 그린다음 모두 보여주지 않고 덮은 후 일부 선만을 나타낸 것이다.  이 과정은 선생님의 깊은 의도가 숨겨져 있다. 보이지 않아도 보이는 것에 대한 깊은 철학적 의미다. 선은 부분 부분 관계륻 중심으로로 연결되어 있다.  이어진 선들은 삶의 모든 관계이며, 관계는 선을 통해 드러나기도 숨겨지기도 한다.


또다시 발걸음을 머물게 한 그림은 순종이다. 제목에서 보여 주는 것처럼 엎드려진 여인의 모습이 다른 그림들과 비슷하게 군데군데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컵 안에는 사람의 형체가 투영되어 있다. 순전하게 무릎을 꿇고 겸손하게 나가는 여인의 모습. 여인의 기도는 신에게 바짝 엎드려 상달될 것만 같다. 이 그림은 0.9*27.3cm다. 크지는 않지만, 책상 위에 올려진 자주 쓰는 편한 머그잔처럼 아담하게 빚어진 여인이 컵 속에 들어가 있다. 나는 그림을 한참 바라보면서 그 속에 있는 여인이 되어 컵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졌다. 인생의 변곡점이 되는 순간들마다 신의 존재에 겸허히 무릎 꿇고 나가는 나의 모습을 상상했다. 어쩌면 나는 숨겨진 나의 소망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신앞에 기도하는 여인처럼 원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안의 루시부파긴을 생각하며 나는 이혜정 작가의 깊이를 만져보았던 시간. 아티스트웨이의 이 시간이 참 좋았다.


<루시부파긴은 반딧불이 빛을 내는 성분으로 사실 독성을 가지고 있다 한다. 이 독성으로 인해 천적을 피하기도 하는데 빛이라는 큰 주제 아래 빛을 내는 사람을 표현했다 한다. 독하고 악한 것은 사라지고 새로운 빛 즉 자연과 사람의 틈새를 빛으로 표현한 것이다. 공간과 사람사이를 ㄹ비집고 나오는 아우라는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사람을 그릇으로 은유해 보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겸손하게 자신을 비우는 것을 색과 형태를 지워가며 선으로 표현했다 한다. 먼저 사람이나 자연을 구상화로 그린 후 선만 남겨 단순화시켜 비구상화처럼 본인다.>  -작가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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