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군대 가는 아들에게 추천하는 일방적 선정도서 책 >

by 지니

군 입대를 일주일 남짓 남겨놓고 빈둥빈둥 노는 아이를 보니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해서 책을 몇 권 사서 권했다. 하지만 가져가 읽어보라는 말과 함께 공기청정기 위에 놓인 채 그대로 먼지와 함께 쌓여있다. 핸드폰과 한 몸이 되어 소파에 누워 있는 아들에게 다가가 눈앞에 보이는 책을 가져와 말했다.

“이 책들 진짜 강추야. 안 읽으면 후회할걸!”이라며 읽기를 바라는 마음을 잔뜩 불어줬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군에 가면 어차피 코로나 검사 때 격리 조치하니 그때 읽을게요!”라며 단호하게 거절을 한다.

많지도 않은 총 4권이다. 가브리얼 제빈의 <섬에 있는 서점>과 김승섭의 <아픔에 길이 있다면>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마지막으로 정세랑의 <재인, 재욱, 재훈>을 권했다.

소개한 이유를 잠깐 얘기하자면 <섬에 있는 서점>은 미국 소설답게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쉽게 읽히면서 위트가 있고 따뜻하기까지 한 책이다. 그다지 책을 좋아하지 않으니 가독성 있는 책을 읽으면 흥미를 느끼리라 생각해서 가장 먼저 읽기를 권했다.

두 번째로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관점에 대해서 얘기한다. 근본적으로 인간의 몸과 건강을 어떻게 바라보고, 개개인의 삶에 대한 공동체의 책임은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적어 놓았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나의 관점은 어때야 되는지 해답을 주는 좋은 책이다. 군에 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텐데 주변 사람들과 상처를 나누고 그 상처를 껴안고 용기를 내어 감사의 경험으로 간직하라는 의미에서 권한 책이다.

세 번째는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이다.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겪은 참혹한 고통을 그린 자전적 에세이다. 빅터 프랭클은 견딜 수 없는 극심한 공포 속에서 악의를 목도하고 경험했던 의사이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도 인간에 대한 따스한 마음과 희망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삶과 죽음의 최전선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삶의 의지를 되새기며 살아남는다.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짐으로써만 삶의 질문에 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라를 지키게 될 아들에게 교훈과 힘을 실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권한 것이다. 여기에는 삶의 극한 대비를 읽고 묵묵히 잘 견디고 오라는 얄팍한 엄마의 바람도 들어가 있다.

마지막으로 정세랑의 소설 <재인 재욱 재훈>은 아무것도 아닌 우연, 아주 조그만 초능력, 평범하고 작은 친절, 자주 마주치는 다정함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참신하고 톡톡 튀는 글을 보면서 “사랑하는 아들. 너에게도 삼남매의 즐거움들이 많지 않았냐고, 웃으며 잘 견뎌 달라”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빈둥거린다는 엄마의 눈초리에 “엄마 저 놀고 있는 것 같지만 저도 다 계획이 있다고요!” 라며 말을 건다.

“하긴, 군대 가는 마당에 마음이 붕 떠서 뭘 하겠냐, 그런데 도대체 무슨 계획? 입영날짜 기다리며 시간만 축내는 것 같은데...”나는 엷게 억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지금부터 군입대를 앞두고 실행한 것 얘기해볼까요? 먼저 음~ 전기 온열매트 일주일 전부터 뺐어요.”하며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왜? 아직 추운데...”

“어차피 군대 가면 적응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엊그제는 치과 가서 검진받았고. 군에 가서 사용할 물품인 위장크림, 선크림까지 체크해서 주문한 것 다시 확인했고요. 그리고 어제는 열공 학원 원장님 만나 인사했고. 그리고 노트북은 팔았고 자전거도 중고시장에 오늘 저렴하게 내놨어요. 그리고 오늘 오후에 막내랑 박카스 사 가지고 떡볶이 아줌마(학원 앞에 위치한 10년 단골 포장마차)한테 들러 인사드리려고요.”

빈둥대며 핸드폰만 만지작거린 이유가 있었다. 노트북은 팔아 없고, 이것저것 체크할 것들의 메모들이 모두 핸드폰 안에 집결되어 있는 데다 계속 거래를 확인해야 하니 그럴 만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 말을 듣고 나니 사람을 있는 그대로 편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속단한 이기적인 내 마음이 부끄러웠다. 다들 저마다의 생각을 가지고 잘 알아서 사고하고 있는데 말이다.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각자의 우물이 있다는데... 때로는 고요하고, 때로는 요란스러운, 하지만 상대의 우물을 이해하고 바라보기는 얼마나 어려운가. 세상을 바라보는 올바르고 좋은 시선을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다. 쉽게 속단하고 판단하며 상대가 불편하게 나서지도 말자. 다만 따뜻하게 바라보자. 아들을 보며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야아! 넌 다 계획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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