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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향 Feb 16. 2023

어떤 우정은 사랑과 구별할 수 없다

 최근에 푹 빠진 작가의 신작을 사려고 알라딘을 켰다가 번역가의 이름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나에게 큰 혼란을 안기고 연락이 끊겨 마음을 오랫동안 복잡하게 만들어 내 정신분석 상담의 큰 주제가 되었던 친구. 하필 며칠 전 이 친구와 관련된 충격적 소식을 듣고 마음이 혼란스러웠는데, 며칠만에 이렇게 다시 이 이름을 보게 되다니. 하필 내가 요즘 가장 사랑하는 작가의 작품이라니.


이제 내 마음 속에서 정리된, 과거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두가지 소식을 접하고는 그 친구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나와 만나지 않은 시간동안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함께 좋아했던 작가들을 여전히 좋아하는지, 최근의 그 결정은 어떻게 내리게 된 건지, 아프고 힘들진 않았는지, 이 작가의 글은 어떤 마음으로 번역했는지 듣고 싶다.


이 마음이 스스로 당황스럽다. 작년에 5년 만인가 긴 장문의 카톡으로 그동안 미안했다며, 다시 만나고 싶다고 연락이 온 그 친구에게 나는 매몰차게 더 이상 너를 만나도 할 말이 없다고, 잘 지내라고 답을 했었는데. 나는 아직 이 친구를 애정하고 그리워 하는 걸까? 어쩌면 정리한 게 아니라 오히려 나도 너를 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어서, 내가 상처받은만큼 똑같이 돌려주고 싶어서 그렇게 대답한 게 아닐까?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이 친구를 걱정했다. 공통된 지인은 곁에 두고 나와는 연락을 끊고 지내는 동안에도 항상 이 친구의 마음을 추측하고 그리워했고 누군가 이 친구에 대해 안좋게 이야기하면 화를 내곤 했다. 일종의 짝사랑이라고 느꼈다. 내가 다시 연락해서 듣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지나간 우정의 찌꺼기인건지, 아직 현존하는 마음인건지 모르겠다. 어떤 우정은 정말 사랑과 구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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