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면서
처음에는 재미있게 출발했다. 워낙 자전거를 많이 타던 친구이기도 하고, 길이 힘든 편도 아닌 차도여서, 무난하게 지나갔다. 그렇게 10km 정도를 열심히 타고 갔다.
그리고 암사대교쯤에 도착했을 때, 거리를 확인했다. 하남까지 10km 정도 남아있었다. 절반만 더 가면 되니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남은 거리를 확인하는 횟수가 점점 많아졌다. 7km 남았을 때 한 번, 5km 남았을 때 한 번, 3km 남았을 때 한 번 확인했다. 남은 10km가, 지나온 10km보다 세 배 정도 멀게 느껴졌다.
이상할 정도로 빠른 도착
스타필드에서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갔다. 그런데 집에 갈 때는 신기하게, 25km에 달하는 거리가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할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도착했을 때 시계를 보니 2시간이 지나 있었지만, 오히려 하남으로 갈 때 보다 더 빨리 집에 도착한 기분이었다.
그 이유는 익숙함이었던 것 같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이 길을 지나면 어떤 길이 나오는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에, 처음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갈 때 보다 마음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시간의 흐름은 익숙할수록 빠르다. 내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이유는, 집이 나에게 그만큼 익숙하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는 시간이 학교 수업 한 시간보다 더 빠르게 가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다. 학교 가는 길은 매일 같지만, 수업 내용은 매일 다르기 때문이다.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기 위해서
시간은 익숙할수록 빠르게 흐르기에,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좀 더 잡아두고, 내게 가치 있는 시간으로 바꾸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 학교 가는 길을 바꿔 보고, 학교 가는 길에 하는 일을 다양하게 늘려 보면서,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전거를 타고 길을 찾으며 우여곡절 끝에 하남에 도착했을 땐 기분이 너무 좋았다. 평소와 달랐기 때문이다. 익숙한 편안함을 찾아 지하철을 타고 하남에 갔다면, 느껴보지 못했을 감정일 것이다. 평소에도 이런 감정을 느끼기 위해선, 익숙한 것들도 다르게 보는 변화가 필요하다.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기 위해서, 익숙한 것들을 하나씩 바꿔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