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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현중 Aug 13. 2023

그럴 자격이 있어

이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지

 수시 준비가 끝났다.  대부분의 탐구 활동은 마무리되었으며, 생활기록부를 채우는 일만 남았다. 대부분의 생활기록부는 선생님들께서 채워 주시기에, 사실상 내가 할 일은 마무리되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생각하고 있는 대학은 총 여섯 군데.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학업우수, 계열적합), 성균관대학교, 한양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위 대학들 중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있는 학교는 고려대학교 학업우수전형뿐이다. 또한 수시지원에 합격하면 아예 정시지원이 불가능하다는 규칙이 있다. 그러다 보니 6월 모의고사 성적이 전교 3등으로 상당히 좋게 나왔음에도 수능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게임도 열심히 하고, 영화도 보며 많이 놀러 다녔다. 그러던 중,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넌 이제 더 편하게 살아라. 넌 그럴 자격이 있다 내가 보기에."


  신선한 말이었다. 내가 공부를 시작한 이후로, 더 편하게 살 자격이 있다는 말을 들은 건 처음이었다. 항상 나 스스로도 더 해야 한다고 채찍질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더 발전하는 게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내일은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높은 꿈을 꾸는 게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동의하진 않았을지 몰라도, 친구의 그 말은 상당히 신선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지 얼마 안 되어 정반대의 말을 듣게 되었다.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있는데, 내가 한양대에 붙으면 진짜 재밌게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현중아, 네가 한양대를 가든 시립대를 가든 아무도 너한테 뭐라고 할 생각 없는데, 너는 왜 너를 낮춰서 말하는 거니? 네가 서울대를 가고 싶다고 하고 나서 한양대를 가도, 아무도 너한테 뭐라고 안 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내가 대학을 잘 못 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게 아니었을까. 그러기에 더더욱 자신에게 최면을 거는 게 아닐까. 사실 난 편하게 있을 자격이 없는데, 현실이라는 어두운 바다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더더욱 내게 최면을 걸고 있는 게 아닐까.


  아직 성숙하지 못한 것 같다. 결과를 마주하고 싶지 않아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있는 모습이라니. 이런 상황에서 과연 내가, '편하게 있을 자격'을 논할 자격이 있을까.


  사실 아직 확신은 없다. 정말 내가 불안해서 나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정말 나는 내 능력이 한양대학교라고 생각해서 후회가 없는 건지. 그래도 글을 쓰며 정리하고 싶었다. 다소 두서없는 글일지는 몰라도, 이렇게라도 해야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소 두서없는 문장과 글, 내용에 사과드립니다. 현재 조금 혼란스럽고, 무계획적이고, 나태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회복해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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