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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ie Jan 21. 2022

IB교육과정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

   공교육의 혁신적 대안으로 IB 교육과정이 떠오르고 있다. IB란, International Baccalaureat의 약자로, 스위스에 법적 본부를, 네덜란드에 실무 본부를, 영국에 채점 센터를, 전 세계에서 지역별 본부를 두고 운영되고 있는 비영리 민간 재단에서 개발한 교육과정이자 대입 시험이다(이혜정 외, 2019). 1968년부터 개발 및 운영되어 70년의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처음에는 국제기구가 집결해있는 스위스에서 국제기구 직원들의 자녀들이 잦은 국제적 이동에도 일관된 교육과정을 이어갈 수 있게끔 하고자 한 아이디어로 시작되었으나 그 교육적 가치와 우수성이 널리 퍼져 전 세계 곳곳에서 엘리트들이 모인 사립학교와 빈민 지역의 공립학교를 불문하고 도입되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계에서는 선진국의 교육 사례들을 끊임없이 벤치마킹하곤 한다. 그러나 아무리 선진 시스템이더라도 그 나라의 것이기 때문에, 그 나라만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서 가능한 것들이 많다. 그러나 IB는 그 국적이 없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선진국의 사례들의 단점까지도 보완한 교육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IB교육과정의 결과부터 말하면, 한 마디로 비판적이면서 온정적인 인재, 즉 주체적이면서 겸손한 인재를 기를 수 있는 교육이다. 이러한 인재가 국제 사회에서 서로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으며 인공지능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다. IB교육과정을 접하고 이해한 사람들은 IB를 통한 우리나라의 교육혁신에 대한 기대를 가져보게 된다.     


    IB에서 다루는 교과목들을 살펴보면 IB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지 파악할 수 있다. 우선 IB에는 PYP(초등과정), MYP(중등과정), DP(고등과정), CP(직업과정)이 있으나 PYP와 MYP는 IB의 철학을 바탕으로 해당 국가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운영하도록 하며 CP과정은 우리나라에 아직 도입되지 않았으므로 IBDP과정에서 다루는 교과목과 시험 양식들을 살펴봄으로써 IB의 교육철학과 목표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IBDP는 3가지 중핵 과목과 중핵을 둘러싸는 6가지의 과목 그룹들로 이루어져 있다.     


    3가지 중핵과목은 'Extended Essay(EE)'라고 불리는 소논문 과목, 'Theory of Knowledge(ToK)'라고 불리는 인식론 과목, 그리고 'Creativity, Activity, Service(CAS)'로 불리는 창의적 체험활동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EE와 ToK는 프랑스 교육에서 중시하는 글쓰기와 철학 바칼로레아가 떠올리게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앞서 쓰인 글들을 읽고, 생각하고, 정리하는 고도의 사고과정을 아우르는 것인데, IB에서는 이러한 진정한 공부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즉, 학생들이 자신의 글을 작성하도록 함으로써 외부로부터 습득한 지식을 본인의 주체적인 지식이 되도록 도와준다. 인식론 및 철학은 지식의 학습을 넘어서서 지식에 대해 고차원적으로 접근해보도록 하는데, 이는 앞으로 지식을 다루는 주체로서의 올바른 태도를 함양해준다. 예를 들어,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을 넘어서서 '수학이란 발명되는 것인가, 발견되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한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본 학생은 세상을 알면 알수록 세상 앞에서 겸허해지는 태도를 갖게 된다. 친구들보다 수학 문제를 더 빠르게 풀고 답을 맞혔다고 해서 남을 무시하고 잘난척하는 인재가 아닌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내면으로 깊어지고 겸손해지는 인재가 길러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CAS는 미국의 입학사정제와 우리나라의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평가하는 다양한 비교과 활동과 유사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차이는 그러한 활동이 부모의 정보력에 의해 준비되는가, 학교의 시스템에 의해 준비되는가에 있다. 학생의 성장에 있어서 국·영·수뿐 아니라 각종 봉사활동, 예술 활동, 지역사회 프로젝트는 매우 중요한데 이러한 요소들을 평가하는 것이 현행 시스템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여겨지는 것은 학생 스스로 준비하기가 어렵고 부모의 권력이나 정보력에 의해 준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IB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학교 시스템 내에서 충분히 가능하게끔 조직 및 관리되고 있다. 또한 막무가내로 학생부의 양만 늘리는 활동이 아닌 학생의 개성과 재능에 맞는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중핵을 둘러싸는 6가지 교과목의 그룹은 '언어와 문학(studies in language and literature)', '외국어(language acquisition), 사회(individuals and societies), 과학(sciences), 수학(mathematics), 예술(the arts)이고 각 그룹별로 소속 교과목들을 자신의 수준 및 진로와 관심 분야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IB가 현재 제공하는 언어는 몇 가지로 제한되어 있지만 언어와 문학 과목의 경우 각 국의 모국어 과목이다. IB는 국제 교육에서 출발했으나 모국어 학습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영어와 국어를 공부하며 깨달은 점은, 영어 실력은 국어 실력을 결코 넘어설 수가 없기 때문에 모국어는 인식의 최대치를 확장하는 틀이 된다는 점인데, IB는 이러한 모국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또한 해당 국가의 문학뿐 아니라 외국 문학의 번역본도 교재로 활용하도록 하는데, 이는 국제적 인식을 함양하도록 하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써 여겨진다. 외국어의 경우 외국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하는 경우, 외국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는 경우, 그리고 외국어를 거의 처음 배우는 경우의 수준으로 나누어 수업이 진행된다. 사회그룹과 과학그룹, 수학그룹은 각 그룹 내에서 1가지를 선택하여 학습한다. 사회그룹의 경우 경제, 역사, 지리 등의 사회과목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배우는데, 1가지만 선택한다고 해서 학습량이 적거나 관점이 협소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경제 한 과목만 선택한다고 해도 경제를 통해서 경제지리, 경제의 역사 등 광범위한 지식을 다루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IB의 폭넓은 공부 덕에 IBDP를 이수하면 유수의 대학에서 2학년 수준으로 인정해준다. IBDP를 이수한 대학 신입생들은 1학년 교양 및 기초 과정을 생략하고 2학년 전공 심화 과목을 바로 수강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예술과목이 있다. 만약 예술과목을 수강하기 싫다면 다른 그룹에서 한 가지를 더 선택할 수도 있다. 영어 이외 언어로 진행되는 IBDP의 경우 외국어과목과 예술과목 2개 과목을 영어로 진행하도록 한다. 여기서 추가적으로 SBS(School-Based Syllabus)라고 불리는 학교 자체적으로 교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SBS의 예시에는 인권, 정치와 국제관계, 아시아 예술, 칠레와 태평양 등이 있는데 해당 학교가 위치한 지역의 특수성이나 여건에 맞는 과목을 개설할 수 있는 것이다. SBS의 설계에서 학교교사들은 진정한 'curriculum designer'의 역할을 하게 된다.      

    정리하면, IBDP의 과목은 3개의 중핵 과목, 중핵을 둘러싸는 6개의 과목 그룹, 그리고 SBS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IB 교육과정은 복잡하지가 않고 단순하고 명쾌하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은 아마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교육과정으로 뽑을 수도 있는데, 복잡하지만 말뿐인 문장들이 참 많다. 그리고 6개 과목그룹 중 3가지는 HL(Higher Level), 3가지는 SL(Standard Level)로 선택하게 되는데, 아무리 뛰어난 학생이라도 3과목 이상을 HL로 선택할 수는 없다. 아마 이 제한이 없었다면 처음에는 뛰어난 학생만 3개 이상의 HL을 선택하겠지만 후에는 그렇지 않은 학생들까지도 버겁게 모든 과목에서 심화 수준을 이수하려고 하게 될 것이다. 공부를 빡빡하게 하는 것에서 결코 성장이 일어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는 남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 시간동안 습득한 지식을 소화하고, 자신만의 생각과 개성을 키워 나가게 된다. 단순하고 여유로운 교육과정에서 IB가 주는 여백의 미가 느껴진다. 그렇다면 IB가 왜 꼭 우리나라에 도입되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하나씩 밝혀본다.      


   첫째, IB에서는 "진짜 공부"가 이루어진다. 진짜 공부란 지식을 그 의미로써 깨닫고, 지식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생각을 키우고, 그 과정을 통해 주체적인 학습자로서 성장하는 일이다. 학습자로서 성장한다는 것은 공부라는 것을 어린 시절 어른이 되기 위한 인내와 고통으로 인식하게끔 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즐겁고 생동감 넘치는 일이기에 평생 배우고 생각을 키우고자 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가짜 공부"를 시키고 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가짜 공부"를 너무 많이 시키고 있다. PISA에서 나타나는 교육 국제비교지표를 보고 우리나라의 교육이 우수하며 우리나라 학생들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보기도 하는데, 우리나라 성인들의 실력을 조사해보면 그렇지 않다. 어릴 때 우수했던 학생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학생과 성인의 실력 차이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고 한다. 가짜 공부의 결과이다. 아마도 어린 시절, 대학에 갈 때까지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버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마치 공부에서의 해방이라도 인식되는 것의 결과일 것이다. 나조차도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정말로 대학에 가면 노는 건 줄만 알았다. 대학에 가기 위해서 파릇파릇한 10대의 시간을 좁고 답답한 독서실 칸막이 안에서 희생했기 때문에 성인의 시기는 그것에 대한 보상일 것으로 생각했다. 진짜 공부는 칸막이 안에서 기계처럼 계속 문제를 풀도록 하지 않는다. 짜깁기 된 참고서가 아닌 생생한 원자료들을 탐색하고 보고 동료들과 어른들과 활발히 대화해야 한다. 진짜 공부라고 쉬운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성장해간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에 즐겁고, 이러한 즐거운 경험은 이를 성인이 되어서도 학습을 지속하도록 한다.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는 100세 시대에는 학습을 멈추면 금방 도태되기 십상이고, 따라서 공부의 패러다임을 반드시 바꿔야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IB는 우리나라 교육의 심각한 문제인 사교육 문제를 타파할 수 있는 대안이 된다. 위에서 언급한 가짜 공부를 대체 어디서 하는가를 보면 많은 아이들이 학원이라는 곳에서 하고 있다. 아이의 시간과 부모의 돈을 함께 낭비하는 이중 낭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교육은 학교교육과 중복되어 소모적인데다가 학생들의 성장기에 여유를 앗아가 자유로운 사고와 개성의 계발을 저해한다. 게다가 가정 경제를 어렵게 하는 주범이고 부모의 적절한 노후대비를 할 수 없게 만든다. 부모의 노후대비만 못하게 하는 게 아니다. 젊은 사람들도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려면 어마어마한 사교육비가 들 것이고 그것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 여겨 결혼과 출산을 기피한다. 이는 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인구 감소는 곧 국가 경쟁력의 악화이다. 그런데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에는 빈곤한 노년층만 남게 될 것이다.


   사교육의 요인은 정말 다양하겠지만 그 중 두 가지만 꼽으면 내신과 수능의 상대평가 체제와 교실별, 학교별로 획일화된 교육을 들 수 있다. 상대평가체제는 그냥 잘 하는 게 아닌 '옆 친구보다' 잘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학교교육을 넘어 자꾸만 추가교육을 받게끔 유도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교육이 효과(교육적 효과가 아닌 외적 효과)를 발할 수 있는 것은 교실마다 학교마다 배우는 것이 뻔해서 학원과 과외 선생님들이 이를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IBDP에서는 교사마다 다루는 교재와 학습내용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사교육이 개입하기가 어렵다. 일각에서는 IBDP도 학습량이 많고 수준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보기도 한다. 물론 IB를 한다고 해서 이제까지 성행하던 사교육이 갑자기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사교육도 하나의 커다란 산업분야이기 때문에 사교육을 통해 밥벌이하던 업체들과 교사들도 새로운 생존전략을 모색할 것이고 새로운 멘트로 IB 학생과 학부모들을 유혹할 것이다. 그래도 우선 학교교육과 상당히 중복되는 강의 형태의 사교육은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초반에는 기존의 관습과 새로운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사교육을 바로 놓아버리진 않을 수 있으나, IB에 적응해가면서 점차 사교육의 무효함을 체감해갈 것이고 사교육은 점차 축소될 수 있을 것이다. IB를 경험한 학생과 학부모의 인터뷰를 보면, IB에서는 교사들이 학생 개개인의 속도에 따라 일대 일로 섬세히 도와주기 때문에 개인 과외가 따로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IB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교사의 행정업무가 대폭 소각되고 가르치는 업무만 99% 남게 되기 때문에 그렇게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교사가 개입할 수 있다. 또한 평가가 완전히 교사의 재량이므로 결국 과외선생님보다 학교선생님이 자신을 진정으로 도와줄 수 있다는 것도 금방 느끼게 될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IB 본부에서 하나의 언어를 IB교육의 공식 언어로 인정해주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원래 공식 언어였던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외에는 독일어와 일본어에 이어 지난 2019년 3번째로 한국어가 인정되었다.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의 수나 인구의 수, 규모와 경제력을 고려해봤을 때 한국어가 채택되는 건 기적과 같은 일이다.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IB본부에서 당시 북미정상회담을 보고 한반도 평화가 세계 평화에 매우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듯 우리나라는 국제정세에 매우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 나라이며 국제사회에서는 이를  인식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우물 밖을 보지 못하고 우물 안에서만 최고가 되고자 아옹다옹 살아가는  같다. 우리나라는 각각 세계 경제 2(중국) 3(일본) 차지하는  나라 사이에 끼어있고, 1(미국) 군대가 버젓이 주둔하고 있으며 바로 위쪽에는 핵을 가진 북한이 있다. 역사적으로도 외세의 침략이 잦았고 특히 36년간의 식민지배는 우리민족에게 씻을  없는 상처를 남겼다. 국제 정세에 대한 감각이 필수적인데 국제적인 교육은 일부 엘리트들만을 위한 것처럼 인식하고 있으면서 다수는 여전히 식민지 시절의 교육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국제 감각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교육 개혁을 저해하는 요인   하나는 지금과 같은 경쟁 교육을 통해 가파른 경제 성장을 이루어 내었다는 역사적 신화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중추에는 '수출' 있었다. 성장을 지속하려면 계속해서 세계 경제의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하고 아니면 내수 경제를 키워야 하는데, 내수 경제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으려면 인구가 최소 1억 명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국제적인 감각을 키울 수 있는 IB교육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IB도입에 있어 현재 우리나라는 어디까지 왔을까? 2021년 12월을 기준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IB학교는 PYP, MYP, DP 중 하나만 시행하고 있는 학교를 모두 통틀어 총 21개교이다. 기존 IB학교들은 대부분 국제학교이거나 외국인학교로 IB의 기본 언어인 영어로 이루어졌다. IB의 기본 언어는 전통적으로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였고 독일어와 일본어 버전이 출시되었으며 2019년 한국어 지원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지난 3년 간 대구교육청과 제주교육청의 IB와의 협업 끝에 2022년도 3월부터는 최초로 우리나라에서도 공립학교에서 IB교육과정이 시행되게 된다. 또한 2019 제주교육국제심포지움의 기조연설에서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IB를 공교육의 대안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것이 관심을 끌었는데, 서울대에서 IB를 인정하는 움직임이 일면 타 대학들과 초중고교육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나라의 이정도 움직임은 우리가 가장 경계하는 일본에 비해서는 뒤쳐지고 있는 상태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문·이과 형태의 교육으로는 일본의 젊은 인재들을 국제적으로 양성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2013년 IB교육이 일본의 국제적 인력 자원을 기르는 데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하여 IB를 통한 교육개혁을 도모하고 있다. 2018년 일본어가 IB 공식 언어로 채택되었고 2021년 12월 일본 전역에는 93개(IB 홈페이지 기준)의 IB학교가 있다. 일본은 IB를 통한 교육개혁을 두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메이지 유신이 될 거라고 말한다. 메이지 유신은 일본의 근대화를 성공시켰지만 준비되지 않은 조선을 무참히 짓밟았다. 우리는 일본의 이러한 동향을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IB교육과정이 2019년 한국어 모국어 채택되는 기적이 일어났고, 우리나라 교육과정 총론에는 이미 IB를 운영할 수 있는 기준이 규정되어 있다. 행정규칙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의 '나. 교육과정 편성·운영 기준' '차'항에는 "학교는 필요에 따라 대학과목 선이수제의 과목을 개설할 수 있고, 국제적으로 공인된 교육과정이나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이 경우 시·도 교육청이 정하는 지침에 따른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진로별, 개인별 교육과정을 아우르는 IB교육과정은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새로운 교육 정책인 고교학점제와도 상충되지 않는다. 그동안 우리는 공교육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선진국의 사례를 검토하고 도입하기를 시도했다. 문제 해결의 시도는 매우 좋지만 결과적으로 70년 간 교육과정은 총 11번 바뀌었고 교육과정을 무력화시키는 대학 입시 정책은 이론적으로만 15번, 거의 매년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교육과정 정책은 예측이 불가능하고 여전히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안과 불신의 체제 하에서 공부하고 아이를 키우고 있다. 선진국의 사례를 일부 도입한 것이 번번이 실패한 것은, 우리의 전체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문화에서 성공적인 것을 들여와도 우리 문화 안에서 변질되기 십상이고 변질된 시스템은 학생들을 두고 실험을 하는 꼴이 연출된다. IB교육과정은 일부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도입하는 것이며, 70년 동안 검증된 교육과정이다. 게다가 IB교육과정은 특정 지식이나 만들어진 교재를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우리에게 맞게 적용될 수 있는 개괄적인 틀이고 철학이다.      


   IBDP의 후기를 보면 일부 학생들과 학부모는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긴 글을 써내야 하는 수준 높은 IB교육을 버거워하기도 한다. 이는 아마 IBDP전까지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이라든지 사고력이 충분히 훈련되지 않아서일 것이다. 따라서 IBDP가 잘 이루어지려면 PYP와 MYP가 발맞추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IBDP는 대학 진학 전 프로그램으로 최적화되어 있다. 그러나 모든 학생들이 대학을 가는 것은 아니다. 아직 우리나라에 도입되지 않은, 직업계 과정인 IBCP도입에 대한 검토도 하루빨리 이루어져 우리나라의 특성화고등학교, 마이스터고등학교 교육의 개선 및 개혁을 꾀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법제처(2017). 행정규칙.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https://www.law.go.kr/행정규칙/초·중등학교교육과정/(2017-108,20170106).

이혜정, 이범, 김진우, 박하식, 송재범, 하화주, 홍영일(2019). IB를 말한다. 창비교육.

한국대학신문(2013). 한국경제 고속성장 요인은...(2013.03.25.보도)

      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121966

후쿠타세이지(2019). 국제바칼로레아의 모든 것(왜 세계는 IB에 주목하는가). 21세기교육연구소.

KOSIS(2021). OECD 국가의 주요지표.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01&tblId=DT_2KAAG01

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2021). First South Korean public schools join        the IB. (2021.11.08.보도)

      https://www.ibo.org/news/news-about-ib-schools/first-south-korean-public-schools-join-the-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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