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교육과정 이야기
국제사회에서 분야를 불문하고 등장하는 화두는 바로 ‘지속 가능한가?’라고 한다. 안전하지 못하고, 자유롭지 못하고, 배고프던 세상에서는 안전을 확보하고 자유를 되찾고 풍요를 달성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이러한 원초적인 문제들을 어느 정도 해결한 OECD 국가들이라든지 5030 클럽의 국가들의 걱정거리는 이제 과연 ‘이 풍요를 우리가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까?’ 일 것이다. 30-40점 맞던 학생이 열심히 노력하여 점수를 90점까지 올렸다면 90점에서 100점으로 올리는 것은 고사하고 그 점수를 떨어지지 않게 하려는 노력 또한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어디에 와 있다고 생각하는가? 지금의 교육을 가지고 우리는 지금의 풍요를 언제까지 누릴 수 있을까?
교육정책론 수업에서 우리나라 교육 개혁의 가장 큰 문제점이 과연 무엇이냐, 하는 토론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 큰 문제점은 바로 맥락의존성이라는 데에 입이 모아졌다. 지금까지 형성된 맥락 자체가 비정상적인 점이 많기 때문에 이 전체 맥락에서 어느 하나를 개혁한다고 해서 문제가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교육정책이나 교육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점 중에 “교수평기 일체화”라는 것이 있다. 교육과정, 수업, 평가, 기록이 통틀어서 일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계속해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자꾸만 바뀌면서 점차 누더기가 되어 가는 교육과정이 수업이 제대로 반영될 리 없고, 평가는 평가대로 바뀌지 않으니 학교 수업만으로는 평가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가 없고, 학생부 기록은 얼마나 신빙성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렇게 일관성 없는 교수평기 때문에 교육과정 개발자나, 교사나, 학생이나 의미 없는 일에 돈 낭비와 시간 낭비를 계속하고 있다. 모두가 너무 많이 공부하고 너무 적은 효과를 내고 있다.
맥락의존성에 가장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는 교육과정으로 단연 IB 교육과정이 제안된다. 국적이 없고, 1951년~1968년 무려 17년 동안 숙고된 후 55년간 지속적으로 운영되며 검증된 데다가, 한국어 운영까지 가능한 교육과정이 존재한다. 작년 이맘때쯤 ‘IB 교육과정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글을 썼었는데 그 이후로도 진척이 보이고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IB 교육과정에 관심을 보인 교육청은 대구교육청과 제주교육청까지였다. 그런데 올해, 소속 학생이 가장 많은 경기도교육청에서도 IB 교육과정을 전격 도입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벌써 이번 달부터 기초학교 200개교를 선정하여 시범 운영에 들어갈 방안을 추진 중에 있으며, 2026년까지 해마다 경기도교육청 소속 초중고 200여 곳에서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국제 공인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교육과정 지침이 있기 때문인데, 누더기가 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총론 문서 ‘나. 교육과정 편성 운영 기준 - 1) 공통 사항 - 아) - (4) 학교는 필요에 따라 대학과목 선이수제의 과목을 개설할 수 있고, 국제적으로 공인된 교육과정이나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항은 시도 교육감이 정하는 지침을 따른다.’라는 문장이 유지되고 있다는 데 있다. 간혹 IB 교육과정 도입에 대한 찬반 논쟁이 벌어진다. 그런데 사실상 현시점에서 IB의 찬반에 대한 물음은 우문이다. 왜냐하면 IB 교육과정 운영은 이미 가능하기 때문에 더 이상 찬반의 문제가 아닌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IB 교육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아래 글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https://brunch.co.kr/@lanie/44
참고문헌
교육부(2022).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시안.
뉴시스(2022.10.05.).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취임 100일, 자율과 미래를 향한 첫걸음”.
https://newsis.com/view/?id=NISX20221005_0002038189&cID=10803&pID=14000
EBSNEWS(2022.10.13.). [단독] 경기도 IB 기초학교 200개 추진…'외화 유출' 비판도.
https://news.ebs.co.kr/ebsnews/allView/60266853/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