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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비 Nov 16. 2022

뻣뻣 그 자체인 나의 그룹 필라테스 경험담


헬스장 한 달, 요가 한 달.

학창 시절 체육시간이 제일 싫었고 유연성 제로인 내가

필라테스에 도전했다.


몸이 굳은 지 오래고, 발끝에 손도 안 닿는 뻣뻣함의 극치인 나는 한때 공공 체육센터에서 진행하는 요가를 한 달 정도 꾸준히 한 적이 있다. 혼자 집에서 스트레칭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지속하기가 힘들어서 홧김에 등록해버렸다. 그런데 왜들 이렇게 유연하고 잘 따라 하는지, 그때 나처럼 뻣뻣한 사람은 딱 한 명밖에 못 봤다.


15명에서 20명 정도가 같이 요가 수업을 들었는데 내가 잘 못한다는 건 사실 그렇게까지 부끄럽지는 않았다. 비록 친구 한 명 없이 혼자 다녔지만 그런 것 치고는 거의 빠지지 않고 나갔다. 그때 얻은 교훈은, 겨울에는 웬만하면 홈트나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추운 겨울에 요가하러 20분 이상 걸어야 한다는 사실은 내 의지력만 가지고는 지속하기 힘들었다. 한 달이어서 망정이지 더 오래 해야 됐으면 어느 시점에는 계속 빠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 후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이미 단단했던 승모근과 잔뜩 힘이 들어간 거북목, 비틀린 골반은 더욱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바르지 않은 자세로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안 좋았던 부분은 더 안 좋아지고 다른 곳도 안 좋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맨날 걱정만 하다가 어느 날, 지인의 지인이 그룹 필라테스를 한다는 것을 듣게 됐다.


필라테스는 예전부터 비싸다는 인식이 있어서 하고 싶어도 할 생각을 못했는데, 건너 건너 얘기를 듣고 호기심이 생겨 집 근처 필라테스를 알아보니 세 달 24회에 삼십만 원 수준이었다. 생각보다 쌌다.


예전에는 필라테스라는 것도 생소한 데다가 전문 1:1 코칭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굉장히 비싸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요즘은 보니까 조금 과장해서 거의 건물 하나마나 필라테스 센터가 있는 수준으로 많아졌다. 게다가 그룹 필라테스라서 한 달에 십만 원 꼴인 수업료가 그렇게 비싼 가격 같지는 않았다. 아마 내가 예전의 비싼 가격만 생각하다 보니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느꼈을 것이다. 


그렇게 가격에 혹해서 이번에도 홧김에 세 달 등록을 했다. 처음 상담받았을 때 그룹 필라테스는 체형교정보다는 체력 위주라고 들었다. 사실 나는 체형교정이 첫 번째 목적이었기 때문에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룹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그리고 체력도 거의 없는 수준이라 해야 할 필요도 있었다.


그렇게 그룹 필라테스 첫 수업 날, 나와 다른 회원 두 명이서 수업을 듣게 되었다. 최대 그룹 인원이 다섯 명인데 몰리는 시간대와 여유로운 시간대가 있고, 예약을 해도 빠지는 사람이 있다 보니 5명 꽉 채워서 한 날이 손에 꼽았다. 처음엔 인원이 적어야 더 자세히 자세를 봐줘서 좋을 것 같았는데 막상 해보니까 그렇지 않았다. 강사님이 내 곁에 오는 게 훨씬 힘들었다. 처음에야 자세 잡아주니 좋지만, 버텨야 되는 순간에 강사님이 자세를 잡아주면 두 배는 더 버티기 힘들었다. 바른 자세가 이렇게 힘들다. 특히 나는 운동을 제대로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조금만 해도 다리부터 덜덜 떨리기 시작해서 조금 민망하기도 했다. 


첫날이 지나고 두 번째 수업을 갔을 때는 유산소 운동을 곁들인 필라테스였는데 알고 보니 완전히 체력단련 시간이었다. 유산소 운동이 원래 이렇게 힘든 거였나. 다른 사람이 하는 것만 봤을 때는 참 쉬워 보였는데 내가 하려니 죽을 맛이었다. 수업 끝나고 나니까 몸이 녹초가 됐다. 지금 돌이켜봐도 그때만큼 힘든 적은 별로 없었다. 필라테스라는 게 강사님에 따라 조금씩 강도나 방향이 달랐는데, 이 강사님이 제일 강도 높은 운동을 시키는 것 같았다. 


체감상 세 달은 그렇게 긴 시간도, 그렇게 짧은 시간도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3~4번은 결석하며 거의 20번 정도 출석을 했는데, 중간중간 내 체력이 좋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어서 좋았다. 체형교정면에서는 역시나 별 효과가 없긴 했지만 어쨌든 몸을 늘리고 근육을 쓰는 동작이 많아서 좀 나아진 것 같다고 설레발치기도 했다. 끝나고 집 갈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도 점차 익숙해지고 강사님들의 방식도 어느 정도 익혀갈 무렵 세 달은 끝났고 나는 더 이상 그룹 필라테스를 다니지 않았다. 


곧 겨울이 되기도 하고, 다른 일을 꿈꾸며 퇴사를 해버려서 루틴이 깨져버렸다. 원래 퇴근 후 필라테스 근처 역에서 내려서 바로 수업받고 15~20분 거리인 집에 걸어갔었는데 이제 회사를 가지 않으니 그냥 다니기에는 거리가 꽤 멀게 느껴졌다.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이긴 했지만 전에 다녔던 요가처럼 내 의지력만 믿고 다니기엔 먼 거리였다. 집 근처에 더 가까운 필라테스도 많긴 한데 이제 체형교정에 더 집중하고 싶어서 그만뒀다. 


1:1 필라테스를 하고 싶긴 하지만 퇴사한 마당에 큰돈을 쓰기는 싫어서 다시 집에서 홈트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다행히 필라테스를 다니면서 1시간 정도의 운동은 할 수 있는 습관이 만들어졌고 또 집에서는 아무래도 수업받을 때보다 운동 강도가 낮기 때문에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요즘은 이틀에 한 번 꼴로 하고 있는데 적어도 반년 이상은 해야 틀어진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주로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따라 하는데, 먼저 허리, 햄스트링, 종아리, 발목, 뒤쪽 라인을 늘려주는 운동을 두 영상 정도 따라 하고 골반 교정 운동, 목 교정 운동, 굽은 어깨 펴는 운동을 한다. 마지막으로 2kg 덤벨로 하는 팔 운동까지. 유일하게 하는 팔 근력 운동 빼고는 전부 교정과 스트레칭 쪽이다. 근력운동도 하고 싶은데 먼저 급한 불은 끄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미뤘다... 이것만 해도 1시간이 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과하게 해서 운동 자체를 중단해버리는 사태가 나지 않도록 스스로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다. 홈트를 위해서 요가매트와 2kg 덤벨을 샀는데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예전에 홈트 할 때는 요가 매트도 없이 했는데 그래서 항상 무릎이 아파 잘할 수가 없었다. 덤벨도 사서 들어보니까 어찌나 무겁던지. 겨우 2kg도 힘들어서 낑낑대는 날 보며 팔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직도 무겁다.. 왜일까?


아무튼 그룹 필라테스는 운동 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됐다. 요가는 기구 없이 거의 몸으로만 해서 조금 지루할 때도 있었는데 필라테스는 꽤 다양한 기구를 사용해서 지루할 틈이 없었고 체력과 근력 기르는데도 확실히 좋았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유연성은 물론 체력마저 없었는데 끝나갈 때쯤엔 나름 버티는 시간도 늘어났고, 컨디션 좋을 때는 오히려 체력이 더 괜찮다는 느낌도 받았다. 매번 같이 수업 듣는 사람들이 바뀌고 강사님마다, 그날 수업방식마다 조금 다르긴 했겠지만 그래도 나는 뿌듯했다. 1:1 필라테스는 여러 방면으로 조금 부담스럽기도 해서 다음에도 한다면 그룹 필라테스를 하지 않을까 싶다. 플라잉 요가도 재밌어 보이긴 하는데 여전히 유연성과 체력이 평균 미달인 내가 도전하기엔 너무 난이도가 높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운동도 재밌게 오래 할 수 있는 게 제일 베스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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