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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비 Nov 19. 2022

평생 살찐 적 없는 여자의 식사법

비법은 아니고 추측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요즘 유행하는 소식좌 영상을 보다가 나는 왜 몸무게 변동이 거의 없는지, 그에 대한 몇 가지 이유를 나름대로 발견했기 때문이다.


미리 말하자면 168cm에 52kg가 내 평균 몸무게이다.

연예인처럼 40kg대의 몸무게는 당연히 아니다. 

솔직히 내 키에 사십 킬로대는 너무 마른 거 아닌가 싶다.

아무튼 저 정도의 몸무게에서 거의 벗어난 적이 없는데 나의 그동안의 행적을 떠올려 보니 그럴만한 몇 가지 이유가 있기는 했다.


1.

나는 어릴 때부터 가족 중에서도 밥을 항상 제일 늦게 먹어서 밥상 앞에서 고사 지내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음식물을 억지로 씹으며 식탁에서 멍 때리던 일은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그럴 때마다 엄마가 잔소리하며 닦달해도 내 식습관은 여전했다. 그렇다 보니 학창 시절 내내 점심시간은 좋지만 힘든 시간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이렇게 빨리 먹는지, 나도 그 시간에 맞추느라 허겁지겁 먹거나 다 먹지 못해도 적당히 먹다가 버리거나 아니면 아예 혼자 천천히 느릿느릿 먹거나 할 수밖에 없었다. 배가 차지 않았는데도 같이 먹는 애들과 맞추느라 음식을 버리게 되는 일은 항상 속에서 짜증을 유발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아예 음식을 더 적게 담는 게 습관이 됐는데 든든하게 먹지를 못하니 금방 배가 고파지기 일쑤였다.


대학생이 돼서 음식을 시켜서 다 같이 나눠먹을 때는 또 눈치 보느라 더 적게 먹었다. 배가 안 부른데도 배부르다고 숟가락 내려놓는 게 일상이었고 그러다 보니 같이 먹으면 항상 빨리 배고파지고 손해 보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냥 각자 한 음식씩 시켜서 먹는 게 제일 속 편한 일이었는데 이런 경우는 또 식사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아까와 같이 허겁지겁 먹는 일이 발생했다. 대학생 때까지는 혼자 먹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어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 기억이 거의 없다. 


그 후 나이가 점점 들면서 패스트푸드점이나 분식집에 가서 혼자 먹는 일이 늘어났고, 회사를 다닐 때는 구내식당에서 혼자 맘 편히 잘 먹었다. 차라리 날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공간에서 먹는 게 편했다. 가끔 회사 동료들과 같이 식사를 하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돈이 더 드는 건 둘째치고 제대로 먹기가 힘들어서 다시 혼자 먹는 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밥이라도 같이 먹어야 더 친해지는데 나는 그러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회사 동료와의 관계 vs 만족스러운 점심식사. 그러면 안 됐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고른 건 후자였다. 학창 시절 내내 시달린 나는 더 이상 나만의 편안한 점심식사를 포기할 수 없었다.(ㅠㅠ)


2.

희한하게도 집에서는 입이 짧아도 밖에서는 가득 차려진 밥상을 좋아한다. 아쉽게도 많이 못 먹지만, 밖에서는 또 나름 잘 먹는다. 그렇지만 안 친하거나 데면데면한 사람들과 먹을 때는 아무리 잘 차려진 음식이 있어도 그다지 맛있는 느낌이 안 났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자꾸 나한테 잘 안 막는다고, 더 먹으라고 하는데 아마 내가 깨작깨작 먹어서 밥맛 떨어지고 짜증 났을 수도 있다. 미안하다. 솔직히.. 같이 먹기 싫었나 보다..


반대로 친한 사람들과 먹을 때는 입맛이 돌아 열심히 먹지만, 욕심부리다가 너무 많은 양을 시키게 돼서 다 못 먹고 남기거나 상대방이 더 많이 먹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나보다 지인이 더 많이 먹게 돼서 나에게 불평하는 일이 잦았다. 먹방 같은 걸 보면 분명 나도 많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중에 보면 1인분 다 먹기도 힘들었다.


3.

나는 배부른 상태를 싫어한다. 속이 답답하고 더부룩한 것보다는 조금 허한 상태가 더 좋다. 게다가 집에서는 식사하기가 귀찮다. 밥 먹으라고 차려놔도 사실 딱히 먹고 싶지가 않다. 좋아하는 메인 반찬이 있으면 그래도 조금 먹을 마음이 들지만 그렇지 않으면 먹는 게 더욱 고역이다. 그렇다고 내가 이 나이에 반찬 투정, 편식을 하는 건 아니지만 배가 고파도 식욕 자체가 안 생기는 일이 많았다.


4.

예전에는 몰랐는데 나에게는 간헐적 단식 습관이 있는 것 같다. 잠이 많아 아침식사를 늦게 하고 오래 자다 보니 12시간이 훌쩍 넘기 일쑤인데 그러고 나서도 그다지 안 먹는다. 아침은 간단히, 허기만 면하기 위해 쑤셔 넣는 것뿐이다. 잠이 많으면 살이 안 찐다는데 사실인지 모르겠다.


5. 

또 나는 고기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비린내, 잡내에 민감하기도 하고 컨디션을 많이 탄다. 소고기는 그나마 괜찮은데 비싼 게 문제고, 오리고기는 냄새가 특히 싫고, 닭고기는 좋아했는데 알레르기가 생겼다. 돼지고기는 집이나 밖이나 워낙 자주 나오는 메뉴니까 많이 먹게 되는데 이상하게 별로 손이 안 간다. 영양소 생각해서 먹는 거지 사실 그렇게 좋아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특히 비계를 싫어해서 그나마 먹는 것도 살코기만. 햄도 어렸을 때부터 안 좋아해서 안 먹다가 성인이 돼서야 조금 먹는데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 수준은 아니고 그나마 먹는 종류는 비엔나와 바짝 구운 스팸이다.


이상 끝.


다 쓰고 보니 내가 봐도 굉장히 밥맛없고 까다로운 사람인 것 같다. ^ㅅ^ 변명부터 하자면, 이런 식습관을 다른 사람에게 티 내거나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그저 속으로 조금 가리는 게 많을 뿐이다. 그렇지만 티브이에 나오는 소식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박소현님 정도는 절대 아니고, 산다라박님이 조금 많이 먹을 때가 일반적 식사량인 것 같다. 


얼마 전에 깨달은 사실인데, 내가 언젠가부터 무의식적으로 식사량을 조절하고 있었다. 아마 사람들이 자꾸 날씬하다, 말랐다 하니까 그 수준을 유지하려고 했던 거 아닐까. 그런데 가끔 많이 먹는 시즌에 살찐 것 같은 느낌이 들어도 살이 실제로 살이 지진 않는 거 보니 원래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은 맞는 듯하다. 결국은 여러 가지 요소가 합해져 절대 살이 찔 수 없는 습관이 들은 데다가 체질까지 합쳐져 내 몸무게가 거의 10년 넘게 비슷한 숫자를 유지하게 된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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