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꺼지지 않는 나라 튀르키예의 밤문화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이는 과거 수많은 식민지를 거느리며 최소 영토의 일부분은 해가 드리우던 대영제국을 가리키는데 사용되는 용어였다.
그러나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도 이 말을 써야겠다. 이스탄불 말이다.
해는 져도 흥과 불빛은 사라지지 않는 지역이다.
월요일. 드디어 이카멧을 마무리 하러 이민청에 들르는 날이다.
원래 나와 민준이는 오후 1시에 약속이 잡혔는데 승엽이를 따라 오전 9시에 같이 갔다.
일찍 가면 더 빨리 해준다는 지인들의 조언 덕분이었다.
일찍 일어나는 새와는 다소 거리가 먼 우리었지만, 빠른 일처리를 위해 7시부터 이민청으로 출발했다.
아주 빠르게 도착한 건 아니었지만, 9시 이전에 도착했는데도 우리는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른 아침부터 아주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일을 안 하나?' '아니, 그것보다 이민청은 외국인이 일하는데 아니야? 현지인이 왜이렇게 많아?' 저마다 불평을 한 두마디씩 하며 기다리다 보니 사람들을 쑥쑥 입장시켜 건물 안까지는 아주 빠르게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현지인과 외국인 줄은 달랐다.
앞서 말했듯이 대분분이 현지인이어서 우리는 비교적 매우 짧은 다른 줄로 갈 수 있었다.
우리를 9시에 부르긴 했지만 이민청의 일은 9시 반이 되어서야 시작됐다.
'영어 인터뷰를 하면 어떡하지?'라는 나의 우려와는 다르게 이민청 직원들도 영어를 거의 못했고 그래서 그런지 몇 마디 질문도 없이 서류심사가 끝났다.
서류 심사 다음은 지문을 등록하고 사진을 찍었다.
여기 직원들도 영어를 못하는데 들어본 영어라곤 photo를 제외하곤 Silent였다.
이것도 우리가 떠드니 처음엔 스페인어로 하다가 영어밖에 모른다니 조용히 하라고 한 말이었다.
대충 이민청 직원이 내 손을 잡아다 지문 등록을 하고 앞,옆 사진을 찍고나니 절차가 모두 끝이났다.
실제로 걸린 시간은 1시간도 안 됐던 것 같다.
오히려 가고 기다리는데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
끝나니 11시가 다 되어가 백종원 맛집인 보리스 인 예리를 다시 들렀다.
튀르키예에서 이카멧을 신청할 일이 있다면 보리스 인 예리가 아주 가까우니 들르길 추천한다.
이미 한번 들렀어서 사진은 안 찍었는데 이번에는 소시지가 들어간 계란프라이와 꿀이 들어간 우유를 시켰다.
계란프라이는 상상할 수 있는 맛이었는데 꿀우유가 고소하고 달달하니 맛있었다.
오히려 여기 최고의 맛은 카이막이 아니라 꿀우유일지도.
2시간 가까이 걸려 왔는데 다시 돌아가긴 아쉽고 카페를 찾아 하염없이 걷다가 예쁜 카페를 하나 발견했다.
튀르키예는 커피로 유명하긴 한데 한국처럼 감성카페를 찾기란 쉽지 않다.
스타벅스도 몇 개 없고 음식과 음료를 같이 파는 곳이 대부분이고 전문 카페는 은근 보기 힘들다.
한 20분은 걸었을까? 우연히 옆을 보니 아주 예쁜 건물에 카페 간판이 보여 들어갔다.
한국에 있다면 항상 만석일 것 같은 내부 분위기와 밖은 사진 동호회 회원들이 대포 카메라를 들고 찍어갈 정도로 예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거기에 튀르키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고양이들의 애교까지 덤으로 보고 있으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한국에서는 느끼기 힘든 힐링을 하고 일어났다.
민준이와 승엽이가 수영장비를 사야한다고 해서 같이 돌아다니던 길에 발견한 PTT 본사.
ptt는 우리로 치면 우체국 은행이다.
튀르키예에서 사용할 수 있는 ATM기기 중에 수수료를 가장 적게 떼서 종종 사용한다.
(미국 갔을 때는 현금걱정을 한 적이 없는데 여기는 외국인 카드가 안 되거나, 아예 안 받거나, 수수료 핑계로 돈을 더 뜯어내는 경우가 있어서 꼭 현금이 필요할 때가 있다.)
우리로 치면 우체국 은행의 본사건물이 이런 중세 유적 느낌이라니...
지나가다 보니 내가 정말 외국에 와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무엇보다 너무 예뻐! 진짜 스페인 가보고 싶다ㅠㅠ 가우스!!
수영장비를 사고 돌아오는 길에 찍은 갈라타 탑.
개인적 의견으로는 갈라타 탑은 가까이에서 보는 게 아니라 멀찌감찌 떨어져서 보는 게 제일 예쁜 것 같다.
솔직히 첫 날 가까이에서 봤을 때는 그냥 가운데 우뚝 솟은 낮은 탑이 왜 명물이 된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현재 뮤지엄 카드를 발급받지 못해 탑을 아직 안 올라가 봤는데(뮤지엄 카드를 발급받아야 훨 싸다.) 발급받으면 가장 먼저 올라가 보고 싶은 곳이다.
내부에 들어가 보면 갈라타 탑에 대한 평가가 또 바뀌겠지.
구시가지 모스크들이 쫘르륵 늘어져 있어서 찍어봤다.
사진으로는 아름다움이 다 담기지 않아 아쉬운데 정말 예뻐서 감탄하면서 지나갔다.
이슬람에 대한 평가가 그리 긍정적인 편은 아니지만 모스크의 웅장함과 이들의 종교에 대한 진심에는 경의를 표한다.
신을 섬기기 위해 그 시절 이런 웅장하고 멋진 건물을 짓다니... 종교의 발전은 인류의 발전과는 정말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다시금 느낀다.
이튿날은 여기와서 처음으로 대면 수업을 나가보았다.
비대면으로 들어도 되긴 하는데 컴퓨터를 써야하기도 하고 전공수업인데 온라인으로 들으려니 교수님 영어도 잘 안 들리고 판서도 보기 어려워서 대면 수업을 들으러 갔다.
학교 셔틀을 타면 2번 위치에 내려준다.
몰랐는데 저기서 처음 내리고 그 뒤로도 깊숙이 들어가면서 내려주는 것 같다.
하튼, 나는 몰랐어서 2번 위치에서 내렸다.
월요일 유일하게 대면 오티를 한 날 학교 위치를 알려주긴 했지만, 날씨가 너무 안 좋았어서 제대로 구경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벌써 오티를 한 지도 한 달이 흘러버렸다.
그 사이에 학교에 오지를 않았으니 건물의 위치를 알리가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규리가 준 학교 건물 위치 사진으로 찾아가긴 했는데 저 지도상에도 존재하지 않는 SNA 건물에 가려하니 한참을 헤매다 조금 지각하고 말았다.
다소 의아한 건 Koc 대학은 출석에 있어서는 일절 관여를 하지 않는다.
출석을 부르지도 않는다.
처음에는 온라인 수업이어서 어차피 다 기록이 되니 부르지 않는 줄 알았는데 대면 수업을 해도 부르지 않는다.
규리 말로는 출석은 일절 신경쓰지 않아 마음껏 째고 놀아도 된다고 한다.(물론 성적에 대한 책임은 져야지)
사실 수업을 듣지 않고도 높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면 출결이 의미가 없을텐데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개근상과 같이 출결=성실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당장 대학들만 봐도 4번 정도 빠지면 성적 관계 없이 F를 때려버리니 말이다.
화요일 전공수업이 끝나면 11시 15분이다.
이른 점심을 먹으면 12시 정도가 되고 아이스링크장은 12시부터 문을 연다.
따라서 개강을 하면 어차피 오전 수업이 대면 수업이겠도 화요일마다 아이스 스케이팅을 타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스케이팅을 타려고 아이스 링크장에 가서 아저씨께 이야기를 하니 안 된다고 한다.
아저씨는 영어를 아예 못하신다.
내 말도 이해해서 답한 게 아니고 내가 장비를 가리키니 안 된다 하신거고 나도 늬앙스로 의미를 알아들었다.
그리고 뭐라 하셨는데 난 안 된다니 그냥 돌아섰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다음에 왔을 때도 또 못탈 수도 있어서 다시 돌아가 운영 시간을 물었다.
구글 번역기로 터키어 번역을 해서 보여드렸다.
'운영시간이 어떻게 돼요?'
아저씨는 터키어로 이야기를 하려다 뭔가를 깨닫고 펜을 들었다.
12:00~17:00. 내가 잘못 안 게 아니었다.
나는 개장을 한 뒤 들어왔다.
'왜 지금 못타요?'
나는 다시 번역기를 들었다.
아저씨는 뭐라뭐라 열심히 말하셨지만 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내가 몇 번 ??표정을 짓자 아저씨가 나를 데리고 가 아이스링크장 문을 열었다.
그리고 얼음을 만지셨다.
'아' 그때서야 나는 아저씨의 말을 이해했다. 아직 안 얼었다는 거구나.
12시 개장이면 12시까지는 얼려놔야되는 거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긴 했지만 이는 제쳐두고 한가지 질문을 더했다.
'언제 다 얼어요?' 금방 얼면 할 것도 없고 기다렸다가 타고 가려는 계획이었다.
'이키덴 소나'
아저씨가 계속 10번은 반복한 말이었다.
내가 터키어를 못하니 길게 말하는 건 포기하고 이키덴 소나만 반복하셨다.
'이키'는 터키어로 숫자 2이다. 아저씨도 손가락으로 숫자 2를 만드셨다.
대강 눈치로 2시 이후라는 건 이해했는데 확실히 이해하기 위해서 설명을 더 부탁하다가 포기하고 내가 음성번역으로 '이키덴 소나'를 말해보았다.
구글 번역기는 2시 이후라고 알려주었다.
오랜 실랑이를 하긴 했지만 아저씨는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고 설명해주려 하셨고 덕분에 나는 아직도 '이키덴 소나'의 의미를 잊지 않고있다.
계속 설명하려는 아저씨에게 나는 '괜찮아요. 저 다 이해했어요.'를 번역기로 보여주고 나와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에는 고기와 파스타를 해먹었다.
파스타는 지난번에도 그랬고 우리가 면을 많이해서 그런지 소스 한 통을 다 쓰는데도 밍밍하다.
소스가 부족해서 불닭 소스까지 부었는데도 그렇다.
고기는 민준이가 제대로 익혀서 아주 맛이 좋았다.
특히 버터에 구운 양파의 풍미가 맛을 배 그 이상이 되게 해주었다.
고기를 사서 값이 확 뛰긴 하지만 저렇게 먹어도 인 당 만 원이 나오지 않는다.
고기를 빼고 파스타만 먹으면 훨씬 싸다.
그에 반해 학교 주변에서 밥을 먹으면 기본 만 원 이상은 생각해야 한다.
튀르키예 물가가 뛴 것도 있지만 잘사는 동네라 그런지 대학가 앞 물가가 시내보다 비싼 느낌이다.
튀르키예 와서 아껴가며 열심히 살려 했는데 한국에서 보다 풍족하게 먹고 더 새나가는 돈이 많은 것 같다.
내일부턴 정신 차리고 아끼고 벌 계획을 세워야 겠다.
나는 사진이나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걸 좋아한다.
예전에는 내 전공과 전혀 달라서 그런지 이런류의 취미를 갖고 있다는 게 남들에게 말하기 부끄러웠고 스스로 취미인가?라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 요즘은 확실히 취미라고 느낀다.
튀르키예에서도 교환학생 유튜브를 찍으려고 장비를 추가로 더 사서 가져왔는데 영상을 찍기 부끄러워서 아직 안 하고 있다.
희한하게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건 남에게 민폐인 것 같고 다소 부끄럽다.
각설하고, 예전에는 유튜브로 떼돈 벌겠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이제 그 꿈은 접은지 오래고 여기에서 쓰는 돈이 너무 많아 용돈으로 도저히 생활이 불가능해 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수요일에는 영상편집 포트폴리오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아임웹으로 만들었는데 아임웹도 예전에 웹사이트로 돈을 벌려고 배워놨었다.
엄마가 보면 뭔 쓸데 없는 것만 배운다고 하겠지만 요즘은 예전에 깔짝 거려놨던 능력이 도움이 되는 일이 많은 것 같다.
사실 포트폴리오라고 하는데 거창한 건 없다.
예전에 만들어 놓은 영상 작업물이 단순히 유튜브 영상 양치기를 위해 속성으로 만든 거라 퀄리티가 너무 떨어지는데 그 외엔 보여줄 게 없어서 올려놓고 인스타 계정을 달아놓았다.
지금 생각하면 영상 하나를 만들어도 퀄리티를 높여서 만들었어야 했는데(초기에 유튜브만 키울 생각이면 해당X) 이건 정말 아쉽다.
시간을 한참 쏟았는데도 쓸만한 영상이 없다니...ㅠㅠ
아임웹도 반년 전에 배워놓고 웹사이트를 제대로 만든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완성했다.
역시 사람은 막상 닥쳐야 뭔갈 하나보다...
그마저도 예전에 배워놓은 거 다 까먹어서 단순히 한 페이지짜리 웹사이트 만드는데 2시간 40분이 걸렸다.
사실, 2시간 동안 열심히 뒤적거리며 만든 거를 한 순간에 날리고 다시 만드니 그것보다 나은 걸 40분만에 만들었다.
역시 초기가 빠르게 성장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임을 다시 상기했다.
이렇게 3개정도 페이지 늘려가며 만들면 웹사이트 포트폴리오도 금방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여튼 이 날 이렇게 포트폴리오 만들고 10곳에 지원하고 잠들었는데 아직까지 안 읽은 곳도 읽고 전부 읽어도 답이 없다.
이쯤되면 내 영상 포트폴리오가 얼마나 저퀄리티인지 잘 알 것이다...
그나마도 다음날 유튜브에서 이제 막 시작하는 분에게 컨택해서 쇼츠 영상편집 계약을 잡을 뻔하다가 막판에 그분이 변심을 하셔서 무산됐다.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것도 안 되니 포트폴리오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영상을 제대로 다시 찍고 힘 줘 편집하려 했는데 마땅히 찍을만한 컨텐츠와 장소가 부족해 예전에 찍어놓은 걸 다시 재편집하고 영상편집 지원용 대문영상을 하나 만드려 한다.
지금 이밖에도 몇 개 추가로 더 준비하고 있는데 지금처럼만 해나가면 대박은 안 나도 내 앞가림 정도는 할 정도로 벌 수 있을 것 같다.
저녁에는 한국 치킨이 정말 너무 먹고 싶어서 치킨버거, 치킨랩 이런 게 아닌 말그대로 크리스피 치킨을 주문했는데 비주얼은 돈까스가 왔다.
치킨의 맛을 80%는 재현해서 그나마 여기서 먹은 것 중에 가장 치킨맛인데 뼈치킨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ㅠㅠ
하... 제대로 된 한식은 어디서 먹을 수 있는 거니..
3월 마지막 주 주말 이스탄불 에라스무스에서 모집하는 파묵칼레 패키지 여행에 가기로 했다.
얼리버드 혜택을 받기 위해선 이번 주말까지 돈을 내야 하는데 우리는 튀르키예 계좌도 없고 외국으로 송금하는 법도 모르기 때문에 직접 만나서 현금으로 돈을 줘야 했다.
수금원이 탁심 지역에 6시 50분 이후부터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먼저 세계에서 가장 예쁜(?) 스타벅스로 뽑혔다는 베벡 스타벅스에 왔다.
솔직한 스포를 먼저 해보자면 이게 왜 세계에서 가장 예쁜 스타벅스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검색해 보니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는 스타벅스가 수두룩하게 나온다.
대체 누가 정한 기준인지도 모르겠다.
하튼 다소 실망하긴 했는데 가장 꼭대기층 테라스는 경쟁이 치열한만큼 경치가 가장 좋았다.
베벡 스타벅스에 온다면 내부를 구경한다기 보단 무조건 꼭대기 테라스에 앉아야 한다.
우리도 사람이 많아서 기다리다가 자리를 잡았고 우리가 나가려고 일어나자 다른 사람들도 재빨리 일어나 우리 자리를 차지했다.
바닷가여서 다소 쌀쌀하기도 했는데 여기에 특징이라면 갈매기가 사람들의 음료를 칠 정도로 가까이에서 비행한다.
내가 인천 사람으로서 유람선도 많이 타보고 갈매기 밥도 많이 줘봤는데 새우깡을 손에 들고 직접 먹이는 게 아닌 이상 이렇게 가까이에서 갈매기를 본 사람도 적을 거다.
신기한 건 여기 사람들에게는 이게 일상인지 갈매기가 컵을 건드려도 아무렇지 않아한다ㅋㅋㅋㅋ.
세똥도 안 맞길 빌기를...
우리 옆에는 특이한 아저씩 한 분이 계셨는데 본인을 화가라고 소개했다.
(외국에 나가본 분들은 알겠지만 뭔가 외국인끼리는 가벼운 만남이 더 쉬운 것 같다.)
이 아저씨가 특이한 게 양복을 입고 있는데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고 있었다ㅋㅋ.
컵과 컵홀더에 계속 그림을 그렸는데 굉장히 독특하고 미친(?)캐릭터를 그리고 있어서 대체 뭘까하고 보고 있었는데 불쑥 우리에게 하얀 알갱이를 건냈다.
당연히 아니겠지만 아저씨가 그린 그림을 봤기 때문에 승엽이가 농담삼아 마약 아니냐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 먹으니 괜히 머리가 띵한 것 같았다.
나중에 돌아다니면서 보니 그냥 초콜릿이었다. 물론 이때도 맛으론 초콜릿인 걸 알았다.
(의심해서 미안해요 착한 아저씨)
베벡 스타벅스에 더 오래있고 싶어서 수금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늦게 이동했는데 우리가 돈을 뽑는 PTT가 안 보였다. 약속 시간이 지났는데 겨우 발견한 건 2800리라밖에 없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인당 2850리라...
결국 민준이만 돈을 뽑고 수금원에게 돈을 주었다.
오래 기다리게 했는데 돈을 다 못 줘서 굉장히 미안했다.
물론 니하오라고 하고 일본어 쓰냐해서 아니라고 하니까 일본어랑 한국어랑 비슷하다며 끝까지 한국어 한마디 안 한 건 안 미안하다.
그래도 미안한 마음에 한 명분의 돈을 건내고 저녁을 먹으로 왔다.
DURUMZADE라는 곳이었는데 구글 평이 좋은 민준이가 찾은 맛집이었다.
가격도 매우 저렴했는데 닭날개가 75리라 양이 100리라였다.
사실, 튀르키예에서는 이게 정상가격인데 우리가 하도 관광지 물가만 경험하다 보니 괜시리 매우 싼 밥을 먹은 느낌이었다.
요리는 주문하고 30분 가까이는 기다린 느낌이었는데 기다리면서 대체 언제 나오나 하고 얼마나 맛있길래 이렇게 기다리게 하냐고 웃으면서 얘기한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온 음식.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렇게 기다릴만한 맛이었다.
짐승같게도 왜이리 올래 걸려?!란 마음이 한 입을 먹고 사르르 녹아 없어졌다.
뼈가 있어서 적어보일 수도 있지만 뼈에 붙은 살이 꽤 많았고 고기와 함께 주는 뒤륌과 케밥을 시키면 항상 딸려오는 양파+고수 조합과 양배추, 토마토가 있어서 밸런스가 딱 맞는 음식이었다.
튀르키예 현지 음식 TOP3에 든달까?
근데 닭구이를 현지 음식이라고 해줘야 하는건가...
쨌든 튀르키예 있는동안 꼭 다시 들르겠다고 마음먹을 정도로 맛집이었다.
그 다음에 먹은 건 퀴페네!
튀르키예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MADO에서 먹었다.
바클라바와 비슷한데 좀 덜 달고 안에 치즈가 들어있다.
근데 기름에 튀겨서 그런지 튀김옷과 치즈가 말 그대로 기름에 흠뻑 젖어있어 좀 느끼하긴 하다.
가격은 110리라 였는데 돈두르마와 함께 제공되었다.
결과는 대만족!
내가 튀르키예에서 정말 감탄하면서 먹은 음식이 거의 없는데 아이스크림과 같이 먹으니 아주 단 맛을 오히려 아이스크림이 감싸주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물론, 몇 입 먹으니 느끼한 맛이 가시진 않았다.
이럴 땐 차이를 먹으면 되나 이것도 한계가 있다.
이 친구도 여기 3달 더 있어야 하니 또 먹으러 올 것 같다.
그것보다 돈두르마 아저씨랑 한 판 해야 하는데 한 달이 넘게 그걸 안 하고 있네...
그 다음에는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이 클럽을 간다길래 여기와서 처음으로 한국에서도 가지 않는 클럽에 왔다.
다른 친구들은 늦게 와서 다른 클럽을 다 돌아다녔는데 백이면 백 현지 음악이 나오고 이마저도 뽕짝처럼 정박의 노래들이 많이 나온다.
한국읜 EDM 클럽처럼 신나는 곳은 우리가 간 Back Street 클럽이 유일했다.
영상은 갑자기 싸이의 Like That이 나와서 신기하고 웃긴 마음에 찍었다ㅋㅋ.
여기도 현지 음악이 많이 나온다.
설명에는 교환학생을 위한 클럽이라고 나오는데 현지인 vs 교환학생 비율이 4:6정도 되는 것 같다.
그래서 현지 음악 나올 때는 같이 따려부르면서 춤추던 친구들이 싸이 노래가 나오자 입은 다물고 춤만 신나게 쳤다.
나는 이런데 궁금해 하긴 하는데 이런 높은 텐션에 적응할 수가 없어서 계속 민준이랑 승엽이 옆에 붙어서 살짝살짝 흔들거렸다.
1차가 끝나고 2차로 가기 전 밖에 잠시 나왔더니 족히 무리가 20명은 돼보였다.
우리를 여기로 초대한 샤샤(러시아 친구)에게 왜 이동을 안 하고 여기에 서있냐고 물어보니 자기들도 다음에 어디갈지 모르고 그냥 누가 리드하기 전까지 여기서 얘기하는 거라고 했다ㅋㅋㅋ.
우리 빼고는 프랑스 친구 집에 있다 온 거라고 했는데 이미 술을 거하게 마시고 온 것 같다.
몇몇 친구는 이미 많이 취해 있어서 텐션이 미친듯이 높아져 있었다.
우리 3명, 러시아 친구들 3명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와서 인사하고 이름이랑 국적 물어보고 가는 친구들도 많았고 하여튼 정신없이 이야기 하고 있으니 누군가 다음 장소로 가자가 이끌었다.
2차는 골든 뭐시기를 갔는데 여긴 재미도 없고 우린 이미 지쳐있기도 해서 짐만 맡기고 라이브 카페로 갔다.
밴드 한 팀이 와서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는 시스템이었다.
정말 잠시도 안 쉬고 중간에 말하는 시간도 없이 수십곡을 연달아서 계속 부른다.
우리도 서로 나이가 좀 든 걸 느낀 게 이제는 클럽처럼 막 떠들고 춤추는 데보단(물론 원래도 안 좋아했지만) 이렇게 우리끼리 앉아 노래나 듣는 게 더 좋다.
노래도 아는 노래는 거의 안 나오지만 그냥 그 분위기와 그 상황이 마음에 드는 것 같다.
이때도 클럽에서 놀았을 때보다 이 순간의 기억이 더 좋다ㅋㅋㅋㅋ.
주위 사람들도 커플끼리 오신 분들은 노래를 듣다가 위 영상처럼 같이 춤추기도 하고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었다.
라이브 카페에서 맥주를 한 잔씩 하고 2시 40분 버스를 타고 학교로 왔다.
더 좋았던 게 원래 탁심에서 우리학교까지 직통으로 가는 버스는 없는데 여기는 새벽에만 운행하는 버스가 따로 있어서 더 빠르게 올 수 있었다.
새벽이라 막히지도 않아 50분도 안 걸렸다.
숙소에 도착하니 오히려 마지막 감정이 남은 건지 잠이 오지 않아 몇몇 곳에 편집자 지원서를 더 넣고 6시 반쯤 잠에 들었다.
한국에도 없는 24시간 대중교통이 있는 나라가 튀르키예다.
온 지 벌써 한 달이 넘었지만 매순간 편견이 조금씩 깨지는 빛이 꺼지는 나라 튀르키예다.
금요일은 시체가 되어 하루종일 더 글로리 시즌 2를 봤다ㅎㅎ...
근데 다들 명작이라 하네.
나는 이런 장르면 차라리 팬트하우스가 더 재밌었던 것 같은데ㅋㅋ
뭐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니까.
규리가 지난 일주일간의 코로나 격리가 드디어 탈출을 했다.
일주일 동안 매일 배달음식을 먹으며 한식이 그리웠던 건지 점심부터 계란 고추장밥을 먹더니 '서라벌'이라는 이스탄불에 위치한 한식집에 가자고 했다.
지금까지 이스탄불에서 먹은 한식집들이 몇 가지 음식을 빼면 실패는 아니었어서 우리도 흔쾌히 가자고 응했다.
무엇보다 돼지가 없는 튀르키예에서 서라벌을 무려 삼겹살을 파는 곳!
안 갈 이유가 없다.
입구부터 돼지갈비 냄새가 제대로 풍기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깍두기부터 국밥집 석박지 맛이 나더니 배추김치가 젓갈맛이 좀 많이 난 걸 빼고는 모두 한식맛이 났다.
김치가 달라서 그런지 김치찌개 맛은 좀 달랐다.
승엽이가 소주를 사줘서 해외에서 소주를 처음 먹어봤는데 한국인은 소주인가 보다.
더 비싸고(물론 여기서 소주도 350리라로 비싸다...) 도수가 높은 술을 마셨을 때도 이렇게 취하고 화끈한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소맥을 말았다 해도 반병도 안 마신 것 같은데 확 취한 느낌이 났다.
다시 음식 이야기로 돌아가서 나는 순두부찌개를 시켰다.
순두부 찌개인데 두부가 나온 것 말고는 깔 게 전혀 없었고 내가 매운 음식으 하도 좋아해서 더 매웠으면 했지만 맛 자체는 찜질방에서 파는 순두부찌개 맛이었다.
밥도 간이 안 된 밥을 먹으니 감격에 눈물을 흘릴 뻔했다.
그리고 대망의 삼.겹.살.
구워져서 나오는 게 살짝 아쉽긴 하지만 오히려 편리하다고 생각하면 한국에서 먹는 배달 삼겹살 집 맛과 똑같고 양도 200g이라서 순두부찌개에 삼겹살, 밥도 하나 시켜서 반공기 나눠먹으니 더는 안 들어갈 정도로 배불리 먹었다.
비싼 술을 시켜서 그런지, 아저씨 말대로 우리가 화목해 보여서 보기 좋았던 건지 만두와 계란찜을 서비스로 받았다.
계란찜은 한국의 바로 그 맛이었고 만두는 해산물 맛이 좀 났는데 흠 잡을 데가 없었다.
무엇보다 상추보다는 배추에 가까운 채소쌈이 있었고 장도 쌈장이 아닌 막장을 줘서 먹을 때마다 순간 내가 한국에 벌써 귀국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ㅋㅋ.
물론 저렇게 먹으면 인당 5만 원은 족히 써야 하는데 여행자가 아니라 내가 진짜 해외에 사는 입장이고 진짜 튀르키예처럼 제대로 된 한식을 먹기 힘든 상황이면 나는 한 달에 한 번은 갈 것 같다.
무엇보다 음식에서 가성비를 가장 중요시 여기는 내가 먹으면서 이 가격이어도 먹을 만하다고 느낀 걸 보면 내 상황에 특수성도 있지만 한식을 제대로 하는 집은 맞다.
다른 한식집 2,3번 오는 것보다 여기 한 번 제대로 오는 게 나는 낫다고 생각한다.
너무 맛있었어ㅠㅠ
밥을 먹고 탁심으로 이동했다.
PTT에서 돈을 뽑고 현지계좌를 갖고 있는 규리에서 송금을 부탁했다.
이렇게 파묵칼레 비용도 전부 해결!
규리는 여기서 클럽을 가지 않았어서 라이브 카페와 클럽 투어를 시켜주었다.
클럽에 갔더니 시간이 일러 사람이 아예 없어 라이브 카페를 먼저 왔다.
이번에는 다른 밴드가 있었는데 역시나 멋있었다.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면서 한동안 노래를 감상했다.
원래는 이런 시끄러운 데에서는 대화가 안 돼 기피하는데 여기서는 왜이렇게 낭만있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드럼! 저 드럼을 한국가면 꼭 배워보고 싶다.
진짜 너무 멋있다!!!
이전제 Back Street 클럽에서 11시에 사람들이 많이 올거라 해서 그때쯤 자리를 옮겼다.
이날 어떤 친구의 생일 이었든지 뭐 좋은 날이었나 보다.
목요일에 왔을 때는 보지 못했던 불쇼도 보고 다들 신나서 소리도 지르고 흥에 취해 있었다.
근데 이제 진짜 나이가 나이인가 보다.
20대에 이런 이야기를 하기 부끄럽고 재수 없을 수도 있는데 격일로 새벽까지 클럽에 있다보니 텐션도 안 오르고 너무 피곤했다.
규리는 클럽 자체에 큰 흥미가 없는 것 같고 우리도 좀 즐겨보려 해도 체력이 따라주질 않아서 좀 있다가 금방 나왔다.
1시 버스를 기다리면서 탁심 광장 앞에서 단체사진 한 컷 찰칵!
승엽이 핸드폰으로 멀리서 거치시켜 놓고 뛰어가면서 찍었다ㅋㅋ.
한국인끼리만 몰려 다니면 내가 목표했던 영어실력의 향싱이 어렵긴 하겠지만 오늘도 좋은 친구들과 새로운 추억을 하나 만들었다.
교환학생이 끝나고 돌아갈 때쯤 이 사진과 글을 보며 좋은 추억을 꺼내볼 수 있길 바라본다.
물론, 한국 가서도 계속 보고 말이야~
feat. 아 근데 토요일 1시 탁심에서 버스는 타지 말길... 오늘은 내리니 2시 40분이었다. 목요일에 50분도 안 걸린 거리를 100분 걸려서 왔어ㅠㅠ
분명히 13일까지 유심을 이용할 수 있다고 문자까지 왔는데 전날 갑자기 데이터가 끊겼다.
승엽이랑 같이 산지라 둘 다 끊겨서 점심을 먹고 사리예르로 나왔다.
다행히 데이터는 유심만큼 비싸지 않았다.
대체 유심 가격은 왜그렇게 비싼건지...
몇 기가를 사야 한 달동안 풍족하게 쓸지 모르겠어서 가장 비싼 25G짜리로 일단 구매를 했다.
여기도 영어가 안 돼서 정말 힘들었다.
아니 Number도 모를 수 있나...
물론 영어를 쓰는 게 당연한 건 아닌데 내가 여행다닌 나라 중 영어가 간단한 단어도 안 되는 곳은 처음이다.
그래도 여기서 배우는 게 불친절하게 쏘아붙이듯 현지어를 쓰는 게 아니라 웃으면서 친절하게 현지어를 쓴다.
우리도 뭐 영어를 할 줄 아니까 해주는 건 괜찮아도 잘 못하겠으면 한국어를 당당히 쓰는 모습도 좋지 않을까.
한국에서 한국어를 쓴다는데;;ㅋㅋ
쨌든 겨우 소통해서 데이터를 충전하이 2,3분 뒤에 문자가 오면서 데이터가 터졌다.
어우 겨우 하루정도를 데이터를 못 쓴 건데 너무 답답했다.
현대인은 진짜 스마트폰에 모든 걸 의존하며 사는 것 같다.
규리가 렌즈를 부탁해서 렌즈를 사고 터키식 딜라이트를 한움큼 샀다.
오른쪽은 바클라바를 맛 별로 산 모습이고 왼쪽은 한국의 실타래랑 비슷해서 사봤다.
터키식 딜라이트는 단독으론 절대 못 먹는다.
극한의 단맛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하나씩 챙기고 전투에 돌입했는데도 결국 둘 다 남겼다.
맛 설명을 하자면 왼쪽은 솜사탕이다.
식감도 그렇고 맛도 솜사탕 맛이다.
저녁에 민준이 갔다줬을 때도 잘 먹고 승엽이도 좋아했는데 나는 내 입맛에 안 맞아 몇 개 먹고 넘겼다.
바클라바는 단맛이 너무 달아서 얼굴이 찡그려지는 맛이다.
한국의 단쓰와 다르게 아메리카노가 커버를 쳐줄 수 없는 단맛이다.
그래도 맛있게 단 맛이니 한 번에 하나 먹으면 딱 좋고 며칠 지나면 생각나는 맛이다.
모든 맛을 먹어본 입장에서 말하면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가장 기본인 피스타치오 맛이 가장 낫다.
이제부터는 피스타치오 맛만 사먹을 것 같다.
초코맛도 차라리 바클라바 초코맛이 아닌 초콜릿을 사먹는 게 훨씬 낫다.
돈 버는 모습도 보여준다 했는데 시도는 했는데 아직 성과가 없다.
일단 엄마가 이 글을 읽어서 이 글을 읽고 뭐라 할지 모르겠다ㅋㅋㅋㅋ.
그래도 교환학생 왔다고 마냥 쓰는 것보단 뭐라도 벌려고 하는 게 인생공부에도 더 좋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항상 일요일 저녁에 요약해서 쓰려하는데 이게 한번 쓰면 3시간 정도는 생각하고 써야하는지라 엄두가 안 난다. 뭐 봐주는 사람도 별로 없긴 해도 최대한 시간에 맞게 올리긴 하겠습니다.
브런치 글 10개 쓰면 묶어서 브런치북 낼 수 있는 것 같은데 5주 뒤면 낼 수 있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