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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닝 Sep 01. 2024

채권에 물려버렸다...

지난 글을 올리고 7월 말쯤에 일본으로 어머니와 여행을 다녀왔다.

후쿠오카에 갔는데 진짜 덥더라...


내 브런치 첫 글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전통적인 노동 가치관을 굉장히 싫어한다.

꼭 회사에 들어가지 않아도 내 밥벌이를 하고 행복할 수 있다고 보며, 회사에 붙잡혀 있는 것을 끔직히 여긴다.


그래서 대학시절 반항 아닌 반항을 하였지만, 결국 승복하고 부모님 말대로 회사에 들어갔다.

그렇게 회사에 들어간김에 효도나 할 겸 일본여행까지 계획했다.


이제 막 빚을 겨우 다 갚고 돈을 모아야 할 시기였지만, 뭐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효도도 한 번에 하자!라는 느낌이었다.


아! ~라고 할 때 살 걸!!!

당시 엔화가 많이 싸진 것은 알고 있었다.

환전은 여행 시기가 다가올 때쯤 하려고 안 하고 있었는데 나중에는 계속 떨어져서 각만 재게 됐다.

그렇게 내가 처음 엔화를 봤을 땐 870원, 나중에는 850원까지 내려갔다.


'지금? 아냐, 지금? 더 떨어지면 어떡하지?'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일이 터지고 만다.

일본 정부: 엔화가 너무 싼데? 우리 개입함!

일본 정부가 대놓고 외환시장 개입을 공표하진 않았지만, 미국 경제 지표가 안 좋게 나온 틈을 타 외환 시장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왔고 엔화는 계속 상승하기 시작했다.


860, 870, 880 하루에 10원씩 오르면서 가파르게 튀어오르기 시작했고, 조금씩 각만 재던 나는 어? 어? 하다가 880원에 한번 888에 전부 환전을 한다.



당시에는 엔화를 비싸게 샀다고 생각해 배가 너무 아팠다. 하지만, 이때 엔화 가격을 확인한 덕분에 최고의 선택을 하게 된다.


위기는 기회라고 이 때 미국의 경제 지표가 안 좋아지기 시작하고 엔화가 오르면서 나는 채권 금리가 더 오르거나, 엔화가 더 떨어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나는 생각보다 경제에 있어서는 비관론자이다. 경제는 지금 버블이 잔뜩 끼었고 더 먹을 자리가 없다 생각한 나는 엔화 노출 달러 환헷지 미국 장기채에 투자한다. 그리고 이건 내 최고의 선택이 될 뻔(?) 한다.


블랙 먼데이? 나는 해피 먼데이! 근데...

8월 2일 미국의 실업률은 7월의 4.1%를 넘어 4.3%까지 튀어오르게 된다.

이건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치로 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버티면 Fed의 정책실패로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게 된다.


엎진데 덮친격으로 일본은 17년 만에 0% 금리를 깨고 0.25%로 금리를 인상한 상황.

엔캐리 트레이드(엔화를 빌려 산 외국 자본을 팔고 다시 엔화로 환전하는 현상)가 발생하면서 또는 발생할 거라는 우려에 한국 증시는 코스피가 8.77%, 코스닥이 11.3%가 내리는 등 역대 최악의 하락을 맞게 된다.

금리를 인상하고 엔캐리 트레이드에 원흉이 된 일본은 업보(?)를 돌려맞은 듯이 12.4%가 빠지게 된면서 역시나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다.


사실, 금요일 미국의 실업률 발표 이후 미국장이 많이 빠졌기 때문에 나는 블랙 먼데이를 예측하고 있었다.

그래서 하나은행에서 1000만 원을 빌려 시초가로 채권을 추매했다.

엔화가 엄청 오르면서 5% 갭상승으로 시작했으면서도 내 수익은 +40만 원이 넘었고 내가 매수를 추천한 어머니는 +50만 원에 수익을 봤다.


나이스! 라고 할 때 팔걸ㅠㅠ...

나는 예전에 단타로 큰 돈을 날린 적이 있어서 이제 단타는 안 한다.

그래서 이번에도 약 1년을 잡고 수익률 20%를 보고 들어갔다.

그래서 월요일 채권 ETF가 8%나 오르는 기념비적인 날에도 나는 추매를 할 뿐 팔지를 않았다.

그렇게 내 비극은 시작됐다...


다음날 증시가 하락분을 바로 회복하면서 엔화와 채권금리는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고 결국 급격히 오른 상승분을 끝내 다 토해내는 수준까지 되었다.


하지만,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서 강한 믿음과 어차피 20% 수익률을 기대하니 그 전까지는 더 사도 어차피 수익이라는 생각에 바닥 찍는 것을 보지도 않고 계속해서 대출을 받아 추매를 했다.


그렇게 현재 내 평단가는 10375원에 2천만 원이 넘는 자금이 채권 ETF에 묶여있고, 어머니는 10350원에 1800만 원이라는 큰 돈이 들어가 있다.


현재 ETF 가격은 10170원이면서 지난 금요일 미국 시장이 아직 견고한다는 지표가 발생하면서 월요일 만 원 초반으로 ETF 가격이 떨어질 예정이다...


결국 엔화가 오르고 미국은 예정대로 금리를 내릴 거라는 내 생각은 아직 변함이 없다. 하지만, 너무나 큰 믿음에 더 싸게 살 수 있음에도 욕심을 부려 큰 대출을 받고 많은 돈이 묶이게 되었다.

1년에 예정대로 20% 수익을 올린다면 대출 이자를 내고도 10%넘는 이윤이 남고, 결국 옳은 투자가 되었겠지만, 예전처럼 뇌동매매 하는 모습을 보인 게 너무 아쉬웠다.


급등을 한 만큼, 일부 익절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과 나는 타이밍은 뒤지게 못 맞춘다는 교훈을 다시금 얻게 되는 매매였다.


사실 나는 괜찮은데 손실에 마음 아파하는 엄마를 보면서 결국 투자는 권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다시금 깨달았다ㅠㅠ...


D-971

내 투자 원금(=자산): 23,900,314 원

투자 손익: -488,650 원(주식 자산만 계산)

내 대출: 20,442,661 원

순자산: 2,512,309 원(카드값 제외)


요즘 드는 생각인데 나는 진짜 성공하거나 아니면, 한강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10만 원씩 벌어도 천 만원이 안 되는데 이거 되는 거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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