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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스트적 Oct 03. 2021

본동의 引力

506번 버스의 결정적인 회차

어느 날 강희가 SNS에서 봤다며 "우리도 버스 여행을 해보자"고 말했다.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구(區)가 바뀌면 첫 정거장에서 내린다.

둘째, 가장 먼저 도착하는 버스를 탄다.

셋째, 약속한 시간이 되면 그곳이 어디가 됐든 내려서 식사를 한다.


10월 2일 토요일 오전 11시 30분.

동작구 '상도터널 노량진동' 정류장에서 여행을 시작했다. 제한 시간은 1시간.


750B번을 탄 우리는 용산구 '한강대교북단·LG유플러스' 정류장에서 내렸다. 곧바로 도착한 501번에 올라 중구 '서울역버스환승센터·강우규 의거 터' 정류장까지 갔다. 2분 뒤 가장 먼저 도착한 506번을 탔는데 느낌이 싸했다. 노선도를 보니 '중구' 서울역에서 '중구' 을지로까지 간 다음 회차해 왔던 길로 돌아가는 버스가 아니겠나.

중구 을지로입구에서 회차하는 506번

원칙은 원칙. 용산구 '갈월동' 정류장에서 752번으로 갈아탔다. 752번은 용산구 숙대입구→삼각지→KT용산지사→신용산→한강대교북단·LG유플러스(!!)를 지나 한강대교 위를 달렸다. 약속한 오후 12시 30분. 우리는 우리 집 올려다보이는 '노들섬' 정류장에 떨어지고 말았다.


야심 차게 떠났던 '버스 여행' 시작 1시간 만에 집 앞 노들섬에서 점심을 먹는 신세가 됐다. 평소 노들섬을 산책하면서 꼭 가보자고 했던 이탈리안 식당에서 마르게리타 피자와 라자냐를 먹었다.

피자 맛은 좋았다!

결정적인 회차로 우리를 노들섬으로 돌아오게 한 506번은 사실 여행의 첫 시작점이었던 '상도터널 노량진동' 정류장에 정차하는 버스다. 이날 750B→501→506→752번까지 총 4대의 버스를 탔지만, 결국 506번 노선을 그대로 따라 간 셈이 됐다.


본동의 인력(引力)은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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