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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잎의노래 May 26. 2024

바다를 품은 샌드위치

고등어 케밥


이스탄불 관광에서 으뜸 볼거리로 아야소피야 성당을 뺄 수 없다면

이제 이스탄불 맛기행으로 에미뇌뉘 선착장의 고등어 케밥을 놓칠 수 없다.      


튀르키예는 음식의 천국이다. 넓은 땅과 비옥진 토양과 지형 탓에 식재료와 향료가 풍부하다. 이 가운데서도 수많은 음식의 향연 가운데 대표 음식은 뭘까. 우리에게도 익숙한 튀르키예를 대표하는 음식 메뉴는 케밥이 아닐까.     


특히 에미뇌뉘 선착장의 고등어 케밥은 이스탄불에 왔다면 맛봐야 한다. 이스탄불의 내음을 가득 담고 있어 이스탄불을 느낄 수 있는 먹거리 명물 반열에 올라 있다. 선착장에 정박시킨 조그만 배에서 즉석으로 만들어 옆에 있는 선착장 식당으로 공급한다. 저마다 고등어를 굽는 연기가 뭉개뭉개 피어오르고 생선이 익어가는 구수한 내음이 선착장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통상 튀르키예 케밥은 큰 꼬치통에 압착된 고기 덩이를 화로에 서서히 돌리면서 구운 고기를 사용한다. 꼬치통 고깃덩이에서 겉이 구워진 고기살을 잘게 저며 자른 고기 절편들을 바케트 샌드위치 속 재료로 사용한다. 여기에 갖은 양념과 야채를 채워 넣는다. 이 같은 되네르 케밥이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에미뇌뉘 선착장 고등어 케밥에는 속재료로 양고기나 쇠고기가 아니다. 바다 생선 고등어 구이가 들어간다. 뼈를 발라낸 후 레몬즙을 뿌려 비린내를 제거한 구운 고등어를 바케트 빵에 올린다. 여기에 신선한 양파와 야채를 겉들이고 취향에 따른 소스들이 첨가된다. 고등어 케밥은 이렇게 탄생한다.   

   

가격도 저렴해서 말 그대로 가성비도 짱이다. 큼직하게 반덩이로 잘라낸 고등어 생선조각과 갖가지 야채들이 빵 속에 고스란히 들어있기 때문에 영양도 만점이다. 여행 중 잦은 육류 음식들을 접하다가 신선한 바다생선의 맛을 섭취할 수 있어 입맛 전환에도 제격이다. 게다가 생선은 몸에 좋다는 싱싱한 등푸른 생선 고등어이지 않는가.      


이제 고등어 케밥은 이스탄불의 맛자랑에 추천되는 소개 음식에 올라있다. 특히 선착장에서 맛보는 고등어 케밥의 풍미는 색다르다. 유럽과 아시아의 가교로 바다만을 끼고 있는 이스탄불의 운치를 미감으로 되살린다. 이스탄불 여행을 오면 반드시 한번 맛보아야 하는 미식 체험이다. 맛본 그 맛은 선착장의 활기찬 풍경과 겹쳐 오래도록 추억의 입맛으로 기억된다. 고등어 케밥에는 이스탄불 여행의 향수가 머금어져 있다.      


고등어 케밥을 파는 선착장 식당이 있는 에미뇌뉘 선착장은 바다 만의 도시인 이스탄불에서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바닷길 교통 요지이다. 이곳에는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승객들과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어우러져 늘 활기차다.      



음식 맛은 때로는 사람 맛이다. 북새통을 이루는 시장통 먹거리가 맛깔스럽고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이유이다. 깔끔하고 격조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식사가 품격 있는 요리맛에서는 우위일 수 있다. 하지만 이곳 음식은 자칫 메뉴의 품위에 갇혀 요리의 자연스런 맛감이 반감할 수 있다. 감각적인 맛을 순수하게 느낄 수 없을 수도 있다. 즉각적으로 입맛을 돋감칠맛은 시장통 음식이 앞서는 까닭이다.      


가성비로 따져도 시장통 먹거리가 최고이다. 양의 포만감과 맛의 흡족스러움에 부합하는 면에서 독보적이다. 특히 요리 주문 소리와 배달 소리가 뒤섞여 시끌벅적한 맛집 식당의 부산스러움은 곧 맛스러운 분위기가 된다. 조리방 주방장들은 쉴 새 없이 들이닥치는 음식 주문을 맞추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바쁘게 손을 움직이며 요리하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을 수가 없다. 들뜬 식당 분위기는 음식 맛까지 들썩인다. 식당의 역동성이 심리적으로 음식 맛을 배가시킨다.     


바닷가 선착장 식당은 항상 시끌벅적하다. 놀러 나온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뒤섞여 인파 구분이 쉽지 않다. 고등어 케밥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선다. 선착장을 따라 이어진 고등어케밥 전문 식당들은 저마다 고객을 자기 식당에 유치하기 위해 호객 행위에 여념이 없다.      



현지말로 발릭 에크멕이라고 하는 고등어 케밥은 이곳이 명소이다. 실제 고등어 케밥을 하는 유명 식당들이 도시 곳곳에 산재해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바다 내음이 흩날리는 에미뇌뉘 선착장이 고등어 케밥을 맛볼 수 있는 장소로 제격인 이유는 다양하다. 바닷바람이 시원스레 부는 이곳에서 해안을 접해 펼쳐진 모스크와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을 조망할 수 있다. 선착장 항구에서 서로 저만치 가까이 마주 보는 땅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여객선이 끊임없이 출항하고 도착하는 풍경도 감상한다.     


이스탄불은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있는 공간을 가진 도시이다. 수 십 분 만에 배편으로 유럽 대륙과 아시아 대륙을 오갈 수 있다. 대륙간 이동 시간이 몇 시간도 아닌 몇 십 분이라니 신기할 따름이다. 여타 도시 구조와 다른 색다른 도시 공간적 특성이 이스탄불의 도시 낭만을 한껏 높이 있다.

낭만 도시 이미지 형성에 고등어 케밥도 엄연히 일조하고 있다.      


여행을 하다 보면 피로감에 심신이 무거울 때가 있다.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진 몸과 지칠 대로 지친 마음이 한순간에 화들짝 회복되는 계기가 있다. 바로 식사 때를 맞아 운이 좋게도 괜찮은 식당에서 좋은 음식과 만나 맛있게 식사를 했을 때이다. 여행 중 식사 한 끼의 흡족함이 돌연 움츠려진 몸을 활짝 펴게 하고 무거워진 마음을 가뿐하게 가라앉힌다. 제대로 맛본 맛깔난 음식은 여행객들에겐 체력을 보강하는 영양소가 된다. 향후 여행을 이어가도록 지탱하는 보약이다.     



누가 착상했을까. 쉬이 마음에 떠올려지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을. 감히 빵에 바다를 담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고등어와 바케트 빵. 이질적인 두 요소의 어색한 만남이 여행자들이 그립게 추억하는 참신한 먹거리로 탄생했다. 이스탄불에 아야 소피아가 있다면 이제 에미뇌뉘 선착장에는 고등어 케밥이 자리한다.     


여행길에서 돌아와 장 보면서 어물전에서 마주친 고등어. 순간 이스탄불의 향수가 스멀스멀 지펴지며 고등어 케밥의 향수짙은 맛이 입 속에서 되살아난다.  

    

고등어 케밥에는 이스탄불의 여운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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