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척 멀어졌다가
이내 돌아와 살갑게 흔드는
그런 것이 있었다
가까이 들러붙어 안기다가도
놀리듯 차갑게 굴며 돌아서는
그런 것이 있었다
오래도록 있어 온 반복이란
해맑은 악의로 마음을
뒤엎고는 까르르거리는 것
함께일 때도 안식을
취하며 잠들 수 없고
헤어질 때도 목 놓아
울며 지새울 수 없던
그렇게 돌고, 돌고, 돌고, 돌던 게
기어이 쓰러지고
이르렀나보다 죽음에
의심으로 갸우뚱하던 고개가 서자
습관이 되었던 백일몽이 멎는다
마침내 결말을 마주한 관객은
편안히 꺼이꺼이 울다 잠들고
차분히 쓸쓸함의 해를 맞는다
다시는 오지 않았고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