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는 라디오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때는 마구 타오르듯 좋아하다가 곤두박질치듯 슬펐다. 좋을 땐 그 좋음에 취해 슬플 땐 몹시 허우적대며 그렇게 순수하게 어설프게 글이 써졌다. 멋 부리고 싶던 나이였고, 인생의 깊이란 건 드라마를 통해서나 어렴풋이 이해되던 시절이었다. 호기롭게 방송국을 찾아가 내 원고를 들이밀었던 경험, 연락이 오지 않았던 당황스러움, 속상함과 좌절, 이후 술안주로 간혹 등장했지만 한참을 잊고 있었다. 글 쓰고 싶다는 열망이 내 안에 꿈틀대던 찬란했던 시간들, 내 글이 세상으로부터 거절되었다는 몹쓸 생각에 후끈거리고 따갑던 날들. 누구에게나 이불킥하고 싶은 청춘의 몸부림이 있을까?
세월이 흘러 이제는 '사랑애'와 '슬플애' 그 사이를 서성일 수 있는 품이 생겼다. '애정하다'만 절절히 느끼던 소녀는 애지중지하며 애타며 애틋하며 애달프며 애처로운 것들을 조금씩 느끼는 나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