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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이모 Jan 07. 2024

눈사람


나도 오뚝이야

쓰러졌다 일어나는데

일 년이 걸릴 뿐이야


-이장근, <눈사람>



쓰러질 것 같다고 말하기에, 나도 그래. 마음으로 속삭였지요.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나를 사랑하는 것이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세상 누구보다 내가 나를 잘 알아서, 내가 형편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내가 보고 있어서, 나만 아는 나의 부족과 실수가 있어서, 우리는 '자기 사랑'이란 숙제에 매번 실패하지요. 나라는 사람이 이것밖에 안된다는 생각은, 사실도 아니고 그저 '생각'이면서 얼마나 힘이 센지요. 하마터면 깜박 속을 뻔.


올해 정성껏 만든 눈사람은 햇살이 따스하게 그 통통한 두 개의 동그라미를 어루만져주면 스르르 사라지겠지요. 하지만 그들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하면 서운하지요. 시간이 걸릴 뿐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설 테니까요. 우리는 그런 존재들이지요. 해마다 한 뼘씩 자라는 존재들. 매번의 겨울마다 정성껏 눈사람을 만드는 존재들. 그러니 힘들 땐 좀 넘어져도 괜찮지요? 


허공에 동동 떠 있던 작은 동그라미가 툭- 내려가서 큰 동그라미 옆에 나란히 동글동글 서 봅니다. 작은 동그라미씨가 힘들었나 봅니다. 1층에 큰 동그라미씨가 어서 오라고 반겨주네요. 2층에는 언제 올라갔데요. 먼 곳을 동경하다 보니 나도 몰래 올라갔나 봐요. 


든든하게 받쳐주는 큰 동그라미씨가

세상 모두에게 한 명씩은 마땅히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당신이, 

기대어 쉴 수 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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