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나쁜 사람으로 돌변할 수 있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라는 소설을 읽었다. 이 책은 '선생님과 나' '부모님과 나' '선생님과 유서'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대학생인 내가 3부의 나로 등장하는 선생님과 인연을 맺게 되는 과정을, 2부에서는 대학생인 내가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는 과정, 3부는 선생님의 유서 내용이다. 소설 내용은 3부가 핵심이며 1부와 2부는 3부의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장치이다. 예를 들면 선생님은 일년에 한번씩 친구의 묘에 찾아가는 데 대학생인 내가 함께 갈 수 있냐고 묻자 정색을 하며 그 묘에는 아내와도 동행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선생은 부유한 가정의 외아들이지만 장티푸스로 며칠 간격으로 부모님을 여의게 된다. 선생의 아버지는 동생에게 아들을 부탁한다. 선생도 작은 아버지를 믿고 존경한다. 하지만 작은 아버지가 자신 몫의 재산을 가로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분노와 배신감에 사로잡혀 작은 아버지와 인연을 끊는다.
혼자 살게 된 선생은 미망인과 딸이 운영하는 도쿄의 한 하숙집에 살게 되고, 아름다운 하숙집 딸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던 중 고향 친구인 K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되어 같은 하숙집으로 초대하여 함께 지내게 된다. 그런데, 웬지 하숙집 딸과 K군의 사이가 심상치 않게 느껴진다. 학교에서 집에 돌아온 선생의 귀에 K군의 방에서 하숙집 딸과 K군의 나지막한 대화 소리가 들린다. 산책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K군의 뒤에 하숙집 딸이 서 있다. 선생은 심한 질투심에 사로 잡혀 괴로워한다. 급기야 하숙집 딸을 향한 K군의 고백을 듣게 된다. 본인도 K군에게 하숙집 딸에 대한 마음을 털어놓기 위해 기회를 노리던 선생은 놓쳐버린 기회를 한탄하며 K군에게는 학업에나 정진하라며 수치심을 안겨준 후, 선수를 친다. 하숙집 아주머니에게 딸과 결혼하고 싶다고 밝힌 것이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K군은 자살한다. 선생과 하숙집 딸은 후에 결혼하게 되지만 K군과의 사정을 말하지 못한 채 선생은 죄책감에 시달린다. 아내를 볼수록 K군이 떠올라 아내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고, 아내는 남편에게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거리감에 괴로워한다. 결국 선생도 자살하게 되고, 이 모든 내용은 선생의 유서에 적혀 1부의 나에게 전달된다.
선생의 작은 아버지는 형님이 믿을 수 있는 든든한 동생이었다. 선생도 작은 아버지를 존경하고 믿었다. 작은 아버지는 처음부터 조카의 돈을 빼앗을만큼 나쁜 인간성을 가진 사람으로 묘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업이 어려워지자 어린 조카에게 남겨진 거액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나쁜 사람으로 돌변한다.
작은 아버지 때문에 사람에 대해 불신하게 된 선생이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친구를 배신하고 친구를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가 된다. 이 일로 인해 선생은 평생을 죄책감에 살아가게 된다. 작은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했던 마음이 자신도 용서하지 못한 것이다.
이 세상에 나쁜 사람이라고 따로 분류되는 인간이 있다고 생각하나? 세상에 나쁜 사람이라고 정해진 인간은 없네. 평소에는 모두 선량한 사람들이지. 적어도 그냥 보통 사람들이라고. 그러던 것이 한순간에 갑자기 나쁜 사람으로 변하니까 무서운 거지. 그러니 방심하면 안된다는 말이네.
이 책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이 부분일 것이다. 선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환경이나 계기로 선한 사람도 나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인간의 본성이 그런 것 같다.
최근에 모 여성 국회의원이 한 시민단체의 기부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아 재판을 받고 있다. 진실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그런데, 나는 이 문제에서 본질은 그런 기부금들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기 어려운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도 공돈을 관리하는 데 그걸 검증하는 시스템이 없고, 그 기간이 길어지면 아무래도 유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감시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책을 읽으며 이 책이 쓰인 지 10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읽히고 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무엇보다 인간성에 대한 통찰력 때문일 게다. 우리는 보통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신문을 보면 종종 '그 사람은 그런 죄를 지을만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주변인의 진술이 등장하곤 한다. 평상시의 그의 행동을 보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나쁜 죄를 짓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나 돈이나 사랑 앞에 인간은 얼마든지 이기적일 수 있는 존재이다. 이 책에서는 작은 아버지와 선생의 관계, 선생과 K와의 관계 설정을 통해 이런 인간성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인간성의 본질을 이해하게 되고 삶의 지혜를 얻게 된다.
또한 이 책은 사람에 대한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하숙집 딸을 사랑하는 선생이 친구 K에 대해 질투심을 느끼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선생의 질투심을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역시 심리 묘사는 영상이 글이라는 매체의 장점을 따라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이 훨씬 디테일한 심리 묘사가 가능하리라 본다. 어떤 책이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면 그 이유는 그 책을 읽고 나면 사람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