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례, 교생 일지, 수업 참관, 수업계획서, 시험 출제…
교생도 전담반을 배정받는다. 오리엔테이션에서 건네받은 A4용지에는 학교의 층별 안내도와 교생의 이름과 나란히 반이 써져 있었다. 건축 B반이랜다. 첫날이면 담임선생님도 뵙고, 아이들도 처음으로 보는 거겠지. 아이들을 처음으로 만날 종례시간만 기다린 탓에 교생 특강 같은 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드디어 종례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교생 대기실로 한 분 두 분 담임 선생님들께서 찾아와서는 동료 교생쌤들을 반으로 데려간다. 그런데, 저희 담임 선생님은요?
"아, 선생님 반 담임선생님은 출장 가셨어요. 혼자 들어가셔서 아이들 만나시면 됩니다."
네? 정말 무슨 이게 만화 같은 상황인 건지. 건설반 선생님의 안내도 잠시 홀로 덩그러니 건축 B반 앞문에 던져졌다. 아직 마음에 준비도 안되었는데. 애들이랑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너무 담임 선생님만을 덜컥 믿고 있었던 탓이었을까. 정작 아이들을 만나면 내 소개를 스스로 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 당연한 것조차 준비를 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지금은 담임선생님도 안 계신단다. 언젠가 친구가 그랬었다. 너무 긴장하면 본인의 이름조차 까먹게 된다고. 농담이 아니니 자기 이름 정도는 눈에 보이게끔 들고 있으라고.
"쌤? 안 들어오고, 거기 서서 뭐하세요? "
앞문 유리창으로 한 발치 뒤에서 아이들을 초점 없이 멍하니 바라보며, 속으로는 정신없이 사고 회로를 돌리는데 발견되고 말았다. 가장 앞쪽에 서있는 건축 B반 학생에게. 이 뒤로는 깊은 사고가 필요 없이 시간이 쭉쭉 흘러갔다.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 모르겠고, 어떻게 분위기를 이끌었는지 모르겠다. 단지 버튼 하나 눌러 가동하는 것처럼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발표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선생님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저!!!!!!! 요!!!!!!!!!!!"
이름 초성 퀴즈를 하면서 아이들과 가까워지려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어떻게 다들 내 이름 석자는 귀신같이 외우고 있는지,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너도 나도 손을 들며 내 이름을 외쳐댄다. 애들 모습에 긴장이라는 게 필요 없었던 것처럼 웃음이 터졌다. 아이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교생에게 관심이 많구나. 담임 선생님이 출장을 간 덕분에 내가 거의 담임이나 다름이 없었다. 조례시간과 종례시간에 어김없이 건축 B반으로 올라갔다. 담임 선생님이 안 계셨으니 당연히 아이들의 출석부 조차 전달받지 못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아이들의 이름조차 모르는데도 벌써 내 자식들 같았다. 얼른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었다.
"선생님 여기 애들 출석부랑 역할분담표, 저희 반 시간표입니다."
드디어 간절했던 우리 반에 대한 정보 3종 세트를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받게 되었다. 담임 선생님이 돌아오셨으니 왜 당연히 할 일이 줄어들 거라 생각했을까. 오히려 건물을 뛰어다니는 일이 추가가 되었다. 교무실과 함께 실습 건물이 운동장 건너편에 위치해 있었기에 요리조리 뛰어다녔다. 교생 일지는 매일마다 써야 하고, 조종례도 내가 하고 싶은 욕심에, 수업 참관도 반드시 일수에 맞게 해야 하니 교생도 결코 여유롭다고 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