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연재하게 된 이유
“이 회사, 뭔가 이상한데?”
그때는 말로 설명할 수 없었지만, 그냥 느낌이 왔다.
그리고 몇 년 뒤, 진짜로 망했다.
망하는 회사에는 신호가 있다.
쓸데없이 많아지는 보고서, 뜬금없는 조직 개편, 어수선한 회의 분위기, 그리고 아무도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프로젝트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금이 가기 시작하는 순간들.
나는 15년 동안 망해가는 회사를 유난히 많이 접했다.
공기업에서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맡으며 위기의 기업들을 분석했고,
M&A와 기업 회생 업무를 연구하며 이미 기울어진 회사들을 들여다봤다.
그 과정에서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위기는 갑자기 오지 않는다.
조용히, 그리고 확실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끝까지 믿지 않는다.
그 신호를 감지하고도 애써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
바로 부채 감축 정책을 검토하면서 한 기업이 무너질 것을 직감했던 순간이다.
그 당시 나는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하며 정부 부처에 파견을 나가 있었다.
내 역할은 정부가 추진하는 부채 감축 계획이 현실적인지 검토하는 것이었다.
어떤 기업들은 적절한 구조조정을 거쳐 다시 살아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회사는 달랐다.
처음 자료를 검토할 때부터 이상했다.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니 부채가 과도하게 많았고, 현금 흐름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회사는 여전히 "우리는 정상 운영 중"이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부채 감축 계획조차 현실성이 부족했다.
나는 내부적으로 의견을 냈다.
“이대로 진행하면 결국 회사가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한결같았다.
"공기업은 망하지 않는다."
"정부가 지원할 거다."
"공기업이니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나는 더 이상 말을 보탤 수 없었다.
정책이라는 건 단순히 숫자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었다.
정부가 개입하면 일시적으로 버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 같은 결말을 맞이한다.
몇 년 후, 나는 뉴스를 통해 그 기업이 결국 사업을 접고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기업이 망하는 건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때 내가 직감했던 바로 그 이유로, 그 회사는 결국 무너졌다.
이 경험이 내가 재무학 박사 과정에 진학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 글을 연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망하는 회사는 사전에 감지할 수 있을까?
그 직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내가 경험한 그 순간들을 이제 공유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