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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미 Sep 26. 2022

금융권 진입기

1. 서브프라임과 글로벌 금융위기

 공대 공부만 한 내가 금융(Finance)에 진입하게 된 계기는 2008년 금융위기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전 세계를 패닉 상태로 만들었다. 기업은 채용을 축소하거나 계획을 아예 취소하기도 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는 그 당시 면접 단골 주제였다.  나는 2009년에 취업을 준비 중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당 주제를 시사 상식으로 공부했다.

 금융 공부의 첫인상은 내가 세상을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이었다. 기술만이 세상을 발전시키는 학문이라 생각하던 공대생이 돈(자본)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이다. 재무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이 있고 파급 효과 또한 매우 큼을 알 수 있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의 원인은 과잉 자금 공급이다. 금융은 현재의 돈과 미래의 돈 사이의 관계이다. 그 둘 사이는 리스크로 연관되어 있다. 리스크는 자본이 효율적으로 배분하게 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리스크가 높으면 사람들이 돈을 적게 투입하고 리스크가 낮으면 돈을 많이 투입한다. 그런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는 반대로 일어났다. 리스크가 높음에도 투자자들은 리스크가 낮은 줄 알고 많은 돈을 투자했다. 과잉 자금이 몰리다 보니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 전 세계가 거품이 취했다. 특히, 전 세계 금융의 심장 월스트리트의 투자회사들은 신용평가사와 결탁하여 많은 위험한 금융상품을 안전한 금융자산으로 팔아 치웠다. 그렇게 전 세계로 팔려 나간 위험한 금융상품이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었다.

 미국에서 주택 담보대출을 모기지론이라고 한다. 그중 대출자의 신용이 우량한 등급의 모기지론을 프라임 모기지론이라고 한다. 프라임 모기지론보다 아래 등급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라고 한다. 즉, 상대적으로 비 우량한 주택 담보대출이다. 이러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여러 개를 모아서 하나의 pool로 만든다. 여기에 수학적인 작업이 들어갔다. 여러 대출 채권의 공분산이 음수라고 가정하였다. 이 가정으로 서브프라임 대출채권의 변동성이 pool에 모이면 리스크가 작아지게 된다. 그래서 신용평가사들이 기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대출의 신용등급 보다 pool에 모인 채권의 신용등급을 더 높은 등급을 주었다. 쉽게 얘기해 비우량 채권이 우량 채권이 된 순간이다. 

 여러 대출 채권의 공분산이 음수라는 가정은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다. 같은 낮은 등급의 신용자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차에 따라 대출을 잘 갚을 수 있고 대출을 못 갚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불경기 일 때이다. 불경기에는 낮은 등급의 신용자들이 유사하게 대출을 못 갚게 된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리스크가 갑자기 높아진 것이다. 비우량과 비우량이 만나서 불량 채권이 된 것이다. 

 처음에 공대생인 나에게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는 단순히 월스트리트와 신용평가사들이 합작으로 만들어 낸 탐욕의 결과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금융을 공부하고 업무 경험이 쌓이면서 그 내용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또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 시련을 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모순되게도 내가 가 금융을 공부할 때마다 내가 금융을 공부하게 된 계기를 상기시켜 주면서 나의 금융 공부의 출발점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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