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목공 ⑩ 홀 스탠드
목공교실을 우수한 성격으로 무사히 마치고 목공 동호회 생활이 시작됐다. 제일 먼저 시작된 고민은 무엇을 만들까 하는 것이다. 목공교실에서는 만들어야 하는 것이 커리큘럼으로 정해져 있으니 그걸 따라 열심히 만들면 되지만 이제는 혼자서 구상하고 고민해 나무를 이용해 구현해야 한다는 것. 이 과정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는 것이지만 한번 막히기 시작하면 참으로 답답한 시간이기도 하다.
거기에다 주변의 요구도 생겨난다. 아직 완전 초보인데 요청되는 수준은 경복궁 창건을 진두지휘한 대목장 장인이나 들어줄 만한 것들이다. 그중 하나가 현관 앞에 놓고 매일매일 사용하는 수납장 겸 거치대를 만들어 내라는 것이었다. 아래쪽 서랍에는 소품을 수납할 수 있고, 위쪽에는 옷걸이 같은 것이 있어 아들 신발주머니, 모자 같은 걸 걸어둘 수 있는 용도였다. ‘그까이꺼 뭐 금방이지’ 하고 큰소리는 쳤는데 시간만 하염없이 흘러 같다. 구상의 시간이 길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눙치는 것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궁리 끝에 생각해 낸 것이 목공교실에서 만들었던 협탁을 응용하는 것이었다. 협탁 뒤쪽으로 기둥을 두 개 세우고 이걸 이용해 가방이나 모자 등을 걸 수 있는 거치대를 만들면 될 것 같았다. 일종의 ‘홀 스탠드’인데 그건 상당히 엔틱 한 디자인이 많아서 현재의 내 실력으로는 느낌 있게 만들어 내기는 어려울 듯했다. 좀 더 단순하고 기능 위주로 만들어야 하니 이름도 직관적으로 ‘현관 수납 거치대’라 부르기로 했다.
이전에 만든 협탁은 서랍이 하나였지만 이 수납 거치대에는 서랍을 두 개로 만들었다. 배경이 되어줄 기둥까지는 세웠지만 이걸 그럴듯하게 연결하는 것이 문제가 됐다. 하루를 고민하고 생각해 낸 것이 나무 같은 모양으로 만들자는 것. 나무 모양으로 몸통을 세우고 가지를 만들어 붙였다. 그런데 이걸로는 아무리 봐도 나무로 보이지는 않았다. 여러 갈래 길이 있는 신작로 같은 분위기였으니 말이다. 나무는 역시나 이파리가 있어야겠구나 싶어서 스크롤 쏘를 이용해서 나뭇잎 모양을 여러 개 만들었다. 나뭇잎처럼 비대칭으로 달아보니 이제 나무 같은 느낌이 났다.
이제는 칠을 하는 작업이 남았다. 전체는 린시드 오일을 칠할 것이지만 나무는 뭔가 나무스러운 색으로 칠 하는 게 좋겠다 싶었다. 가지는 흰색으로 칠하고 나뭇잎은 올리브 그린으로 칠까지 하고 나니 제법 그럴 듯해 보였다. 아무도 못 알아볼 가능성이 크지만 혹여나 누가 묻는다면 자작나무 컨셉이라고 말해주려고 마음먹었다. (아직까지 딱히 어떤 콘셉으로 제작한 것이냐 묻는 사람이 없어 다행이다.)
집으로 가져와 미리 잡아둔 자리에 놓고 보니 제법 쓰임새가 많아 보인다. 서랍이 두 개여서 더 쓸모 있고 아들이 들락날락할 때마다 가방이니 모자를 찾아 가지고 나가기도 쉽고 들어와서 툭 걸어 놓기도 편리하다. 뭐 회심의 자작나무는 가방과 모자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많이 슬프지는 않다. 작가의 의도를 대중이 다 알아주는 것이 아니지 않겠는가?라는 핑계가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가족을 위한 가구를 만들고 싶었다. 목공 생활은 이런 생각을 조금씩 조금씩 가능하게 해 준다. 수공구를 배우고 고급 목재를 가공하는 기술을 익혀 가면서 높은 수준의 원목가구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내 목표는 아니다. 우리 가족의 베이스캠프인 집을 바꾸고 가꾸는 것이 어쩌다 시작한 목공 생활의 목표다. 투박한 의자도 만들고 쓰레기통도 원목으로 만든다. 책꽂이, 수납장도 만들고 작은 수리도 직접 한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 가족이 나무로 꾸며진 집에서 쉬고 충전하고 함께 살아가길 바라본다. 집에도 나이테가 있다면 그렇게 한켜 한켜 성장하고 싶다.
여담 하나
잘 사용해왔는데 최근에 서랍 하나가 떨어졌다. 처음 만들 때 서랍 폭을 잘못 계산해서 좁게 재단된 것을 얇은 나무를 덧대 보강한 부분이 사달이 난 것이다. 잘못하더라도 임기응변하지 말고 제대로 보수해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여담 둘
지금까지 집안 가구의 상당 부분을 내가 만든 원목가구로 바꾸었다. 모든 가구를 원목으로 만들자는 주의는 아니지만 크고 작은 가족의 가구를 만들어가는 일은 계속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