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의 속사정 ⑪ 에필로그
어머니의 암투병을 간호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와 보니 집 안팎으로 돌볼 것이 많았다. 어머니가 가꾸시던 집 주변의 텃밭도 그중 하나. 그렇게 텃밭농사가 시작됐다.
비의도적 텃밭 농사를 시작한 지 어느덧 15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지금도 이게 맞는 걸까? 저게 맞는 걸까? 좌충우돌이지만, 처음에는 무조건 직진 앞으로를 외치며 텃밭으로 향했다. 일단 심고 보자 식이었고, 그래도 텃밭은 많은 결실을 내주었다. 그때는 용감해야 했다.
5년이 지날 때쯤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사가 잘 안됐기 때문이다. 아니 원하는 만큼의 결실이 나오지 않았다. 유기농이니, 자연농이니, 6無농법이니 하는 것을 공부하고 따라 하고 흉내 냈다. 농사가 잘 되든 안 되는 나는 이런 걸 하는 사람이야 하는, 근거와 핑계의 어디쯤 되는 이유를 댈 수 있었으니 그럭저럭 스펙(?)을 쌓을 수 있었다.
그런 5년이 또 흐르고 도시농업을 가르치거나 코멘트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회의에 참석하고 이제 좋고 저건 나쁘고 하는 일을 반복했다.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누가 검증하는 건 아니었다. 게으름과 질주를 반복했다. 이제는 어머니가 안 계시니 더 잘해야 한다는 조바심 때문이었을까?
다시 또 5년이 흐르니 조바심과 새로운 모색이 공존하는 나의 텃밭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는 걸 느끼게 되었다.
텃밭 이야기를 써보자 했다. 처음은 봄과 여름에 심거나 수확하는 작물들이다. 작물의 재배법 말고 나와는 무슨 관계가 있는지 어떤 속사정을 가지고 있는 알고 있는 작물에 대한 이야기다. 나의 텃밭이 나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