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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티마커 SALTYMARKER Apr 09. 2024

종교의 오류

- 손가락이 가리키는 것을 보지 않고 손가락을 보는 오류

      


종교가 성립하기 위해선 ①성인의 가르침②제자들, 그리고 ③종교를 유지하기 위한 규율이나 형식이 필요하다. 가르침이 아무리 좋아도 제자들이 없으면 그 가르침은 역사 속에 묻히고, 가르침과 제자들이 있어도 어떤 형식이나 규율이 없으면 후손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Image by Gerd Altmann from Pixabay



종교의 오류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종교는 성인의 훌륭한 가르침으로부터 시작했지만 결국 형식이나 규율이 생기면서 원뜻이 가려지게 된다는 것이다. 성인은 사랑을 가르쳤지만 신도들은 예배를 하고 안 하고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성인은 무상함을 가르쳤지만 신도들은 법당에 등을 달고 안 달고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그것이다. 성인은 사람으로서 잘 사는 것을 가르쳤지만 신도들은 성인의 그런 말 그대로를 읽고 외우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성인은 죽음을 벗어나는 것에 대해 가르쳤지만 신도들은 천국이나 윤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그것이다.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을 보지 않고 손가락을 보는 전형적인 오류가 대부분의 종교에서 발견된다. 왜냐하면 성인의 가르침만으로는 종교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이다. 그것을 나쁘다고 할 수도 없고 좋다고 할 수도 없다. 종교 자체의 특성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싫다면 종교를 하지 않으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자신의 복을 구하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성인의 큰 뜻에서 종교가 시작했지만 결국 구복 신앙으로 퇴색한다는 것이다. 성인의 가르침도 좋지만 결국 내가 잘 살고 싶다는 개개인의 욕망이 있기 때문에 성인에게 잘 살게 해 달라고 빌게 되고, 건강하게 해 달라고, 돈을 많이 벌게 해 달라고 빌게 된다는 것이다. 성인은 이미 죽고 없는데 무슨 힘으로 신도들의 소원을 다 들어줄 것이며, 성인이 신이라고 믿는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욕망을 전부 들어줄 이유가 어디 있을까. 한 사람을 충족시켜 주면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는 손해가 갈 수 있는데 어떻게 모든 소원을 들어줄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되지만 사람의 심리가 그렇다.     



Image by Gerd Altmann from Pixabay



그래서 종교는 성인의 가르침 그대로 원형을 보존하지 못하고, 형식과 규율에 치중하기도 하고, 개인의 복을 비는 형태로 바뀌기도 하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런 실체를 모르는 사람들은 신도들의 이기적인 모습들을 보고 신심을 잃기도 하고, 다른 신도들에게 규율을 강요하기도 하고, 개인의 복만 추구하기도 하는 것이다.     



성인은 죽음을 벗어나는 것에 대해 가르쳤지만 신도들은 천국이나 윤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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