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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티마커 SALTYMARKER Apr 16. 2024

점을 보러 가게 되다

        

어느 날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친구의 이직 소식을 들었다. 2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더 좋은 조건으로 가게 되었다고 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두 군데 정도 이력서를 냈다는 얘기까지는 들었는데 이직이 결정됐는지는 몰랐다.     


그런 얘기를 하다가 점을 본 얘기가 나왔다. 친구의 지인이 점을 보러 갔는데 지인의 사소한 정보들까지 맞추고 심지어 지인은 몰랐던 친오빠 얼굴의 흉터까지 맞췄다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도 재미 삼아 한 번 봤는데 깜짝 놀랐다고 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전공이 어느 쪽인지 당연히 안다는 듯이 얘기를 했고, 2년 동안 이직을 고민했던 것과 이력서를 두 군데 냈는데 한 군데는 잘 안되고 한 군데는 잘 될 테니 거기에 가면 된다고 바로 맞췄다는 것이다. 심지어 친구는 몰랐던 집안의 사정까지 얘기해서 부모님께 진위 여부를 확인했더니 그것도 맞더라는 것이다.     


친구는 점을 보고 와서 마음이 편해졌고, 깔끔한 마음으로 새로운 회사에 갈 수 있었다고 했다. 친구도 점을 본 게 신기했던지 다니던 헬스 트레이너에게도 얘기를 했고, 헬스 트레이너도 점을 봤는데 앉자마자 어디에 질병이 있는지 맞추면서 아버지와의 관계에 불화가 있다는 것도 바로 알더라는 것이다. 그 헬스 트레이너뿐만 아니라 직장 동료들도 여러 명 갔는데 대부분 신기할 정도로 잘 맞췄다고 했다.



             

나는 점을 보러 가는 편은 아니다. 재미로 봐도 되지만 굳이 점을 보고 싶은 마음도 없고, 나도 내 미래를 모르는데 타인이 어떻게 내 미래를 알까 하는 생각이 있어서 잘 가지는 않는다. 예전에 철학관을 한 번 간 적이 있는데 나의 생년월일과 관련된 사주가 나의 인생과 크게 맞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주와 신점이 절반 정도 섞인 곳에서는 내 직업이나 성향을 대충 비슷하게 말하기는 했는데 그게 나에게 큰 의미가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친구의 말을 들으니 한번 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간 곳은 신점을 보는 곳이었는데, 얘기를 들어 보니 만약에 진짜 귀신이 있다고 한다면 정말 신내림을 받았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잘 맞출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약간 무서운 마음도 들었는데 그것보다 그렇게 잘 맞추는 사람이면 사람을 많이 만나 봤을 텐데,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이 나를 보면 뭐라고 얘기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나도 내 속에 갇혀서 나를 객관적으로 잘 못 볼 때가 있기 때문에 제삼자의 시각이 필요할 때가 있다. 사람들을 많이 봐 왔고 잘 아는 사람이라면 뭔가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이야기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과연 그 사람은 나에 대해서 뭐라고 말할까?     


와이프도 내 친구의 말을 듣더니 가 보고 싶어 해서 그날 바로 예약을 잡았다. 집과는 거리가 많이 멀어서 비행기를 탈까 생각을 했는데 비행기에 내려서도 택시를 타고 40분을 더 들어가야 해서 그냥 바람도 쐴 겸 여행도 할 겸 1박 2일로 주말에 직접 차를 몰고 가기로 했다.      


과연 무슨 일이 있을 것이며, 과연 그 사람은 나에게 어떤 말을 할까. 아주 많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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