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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티마커 SALTYMARKER Jun 04. 2024

동거와 결혼의 차이점 (2편)


동거와 결혼은 마치 비슷한 것 같지만 많은 것이 다르다. 그것은 아마도 구속력의 정도에 의해 발생하는 차이가 아닐까 싶다. 법적인 구속력도 다르고, 부모님이나 지인들에 의한 구속력도 다르다.     


어쩌면 동거의 생활환경은 결혼과 비슷할 수 있다. 같이 잠을 자고, 같이 먹고, 출근하고, 퇴근을 하고, 장을 보거나, 취미 활동을 하는 등의 생활 말이다. 하지만 구속력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동거를 하다가는 언제든지 헤어질 수가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아침에 잘 지내다가도 저녁에 크게 싸워 한 사람이 집을 나가면 그냥 끝인 관계인 것이다. 결혼을 한 사람은 그렇게 쉽게 헤어지기가 어렵다. 홧김에 집을 나가더라도 이혼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 다시 집에 돌아와야 하고, 별거를 하더라도 절차는 남아 있기 때문에 쉽게 헤어지기 어렵다.      


한 사람에게 문제가 생겨도 법적으로 남남이기 때문에 권리와 책임에서도 차이가 크다. 동거는 갑자기 수술을 해야 될 상황에서도 법적인 보호자가 되기 어렵고, 한 사람이 죽거나 서로 헤어져도 나의 지분을 찾기는 어렵다. 같이 생활 상의 공유를 할 뿐이지 쉽게 헤어질 수 있고, 헤어지면 끝이라는 얘기다.


그런 점은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장점으로도 작용할 수도 있다. 이혼을 하는 과정이 쉽지 않고, 이혼을 하면 기록에 남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점이 싫은 사람은 동거만 하는 경우도 있다. 구속력이 적은 만큼 쉽게 헤어질 수 있고,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구속력 말고도 또 다른 차이가 있다. 결혼을 해서 살게 되면 동거를 할 때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서로 싸우게 되거나, 이런 사람인 줄 몰랐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어쩌면 구속력과 연관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만큼 결혼은 더 자신을 드러내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동거를 할 때는 적절하게 자신을 포장하기도 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데(물론 연애보다는 덜하겠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그럴 필요가 더 없어지기 때문에 좀 더 적나라한 모습을 보게 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안 좋은 모습만 보이진 않는다. 동거보다 결혼이 더 진지한 관계이기 때문에 오히려 상대와 큰 갈등을 겪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경우도 있다. 동거는 헤어지면 되지만 결혼은 헤어지기 어렵다는 것이 서로를 좋은 의미로 묶어 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연애와 동거와 결혼이 차이가 있지만 사람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책임감이 없던 사람이 결혼을 하면 없던 책임감이 갑자기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결혼 전에는 이성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 결혼 후에 갑자기 바람을 피우면서 다니지 않는다. 연애만 할 때에는 잘 맞다가 동거를 하고 나서 안 맞는 것은 그전에는 안 보였던 것이 보이는 것일 뿐이다. 동거를 오래 해서 그 사람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결혼을 하고 나서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는 것도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상황에 의해서 안 보이던 성격이나 태도가 보이기 시작했을 뿐 그 사람은 그 사람이었던 것이다.


요즘은 동거를 해서 사람을 좀 더 파악을 한 다음에 결혼하려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예전에는 동거를 좋지 않게 생각했기 때문에 쉬쉬하던 일이라면 지금은 그런 관점이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예전보다 쉽게 할 수 있지만 동거를 한다고 사람을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혼을 한 뒤에 알 수 있는 것들은 여전히 결혼을 해야만 알 수 있고, 동거를 오래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다 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결혼을 해도 모르는 것들은 여전히 있으니까.     


결혼을 하게 되면 결혼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물론 이혼을 하고도 다시 결혼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결혼을 한 번 해 본 사람은 결혼이 어떤 것인지 알기 때문에 다음에는 연애만 한다든지 동거만 한다든지 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안 해 봤기 때문에 오는 막연한 기대가 실제로 해 보지 않고서는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결혼을 해 보고 싶은 것이다. 결혼도 막상 해 보면 별 것 아닌데 안 해 봤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이다.      


마치 ‘나는 다음 생애 태어나면 네 아빠 없이 혼자 살란다.’고 하는 엄마가 자식들이 결혼을 안 하면 걱정을 하는 것처럼 결혼이란 안 해도 고민, 해도 고민인 그런 일일지도 모른다. 연애를 하면 동거를 하고 싶고, 동거를 하면 결혼도 하고 싶은 것처럼,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은 다양한 삶의 형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무엇을 선택하든지 장단점은 있기 마련이고, 서로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는 연애를 하든, 동거를 하든, 결혼을 하든 잘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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