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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티마커 SALTYMARKER Oct 06. 2024

거제 섬꽃 마라톤 10km

  

지난 몇 년간 10km 이상 뛰어 본 적이 없었다. 코로나 전 하프 마라톤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마라톤을 쉬었고 한 번씩 뛰고 싶으면 5km 정도만 신청해서 쉬엄쉬엄 뛰다 오는 정도였다.    

 

지금보다 10kg은 덜 나갔을 20대에는 10km 마라톤을 자주 나갔다. 몸도 가벼워서 10km를 40분 대에 들어오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살도 찌고, 운동도 많이 못하다 보니 계속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이번 여름에 안 되겠다 싶어 조금씩 달리기 시작한 것이 몸에 붙어 10km를 도전하게 되었다.  

   



나의 첫 무대는 거제 섬꽃 마라톤. 작년에 5km를 천천히 뛰어 봤던 곳이고 분위기도 좋아서 10km도 잘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올해가 벌써 7회 째였고, 작년과 출발 경기장이 달랐다. 거제스포츠파크에서 시작해서 바닷가를 따라 쭉 뛰어갔다 오는 코스였다. 작년에는 너무 일찍 간 것 같아서 30분 늦게 갔는데 이미 주차 차량들이 많았다. 작년보다 신청 인원이 훨씬 더 많아진 것 같았다. 가수 공연도 하고, 거제 주요 인사들도 나와서 환영사를 해 주고, 경품추첨도 하고, 준비 운동을 한 뒤에 하프부터 출발을 하였다.      


나는 언제 또 하프를 뛸 수 있을까


작년에는 10km가 제일 많았던 것 같은데 올해는 하프가 더 많은 것 같았다. 다들 대단하다 싶었다. 하프가 먼저 출발을 하고 10km도 5분 뒤에 출발을 하였다. 10km와 하프는 칩을 신발에 착용하고 뛰는데 내가 준비 운동을 하다가 칩이 구겨져서 작동을 안 하면 어쩌지 걱정을 조금 하긴 했는데, 기록이 안 나와도 별로 상관없는 입장이라서 그 뒤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칩 부분은 구겨서도 안 되고 신발 끈에 닿거나 아래쪽으로 가서도 안 된다고 한다


출발 신호에 맞춰서 사람들이 뛰쳐나갔고 나도 적당한 페이스로 출발했다. 그런데 확실히 혼자 뛸 때와는 달랐다. 혼자 뛰면 내 페이스대로 천천히 뛰게 되는데 사람들과 같이 뛰니까 아무래도 발걸음이 덩달아 빨라졌다. 보통 연습할 때는 숨이 찬 적이 없었는데 2km 정도만 뛰었는데도 숨이 찼다.  


경기장을 나서자 바로 바다가 보여서 좋았다

    

코스를 뛰어 보니 작년에 뛰었던 코스의 반대 방향이라는 것을 알았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바닷가 도로 코스. 그나마 주변의 다른 마라톤보다 공기도 깨끗하고 경치도 괜찮은 편이었다.    


생각보다 종이컵에 물이 적게 들어 있고, 많이 있어도 마시기 어려운 구조다

  

처음에는 중간쯤에서 시작했는데 서서히 다른 사람들을 따라잡게 되었고, 하프를 뛰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천천히 달려서 계속 추월했다. 2.5km마다 종이컵에 물이 놓여 있었고, 물을 낚아채서 마시는데 쉽지는 않았다.      


5km 반환점을 도는 사람들


5km 반환점을 도니 내가 그래도 앞쪽에서 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몇 사람들이 나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뛰었는데, 옆에 사람들이 나를 뒤처지지 않게 자극시켰던 것 같다. 내 앞에 나보다 잘 뛰는 여자들도 몇 명 보였고, 나는 내 페이스도 조절하면서, 기회가 되면 그들도 따라잡으면서 계속 뛰었다.  


힘들다 힘들다..
원래 일기예보는 비였는데 비가 오지 않았고, 다 끝나고 차를 타고 가는데 빗방울이 떨어졌다

   

드디어 경기장에 도착하였고 나는 속도를 내어 빠르게 골인 지점을 통과했다. 5km 반환점을 돌 때도 칩이 인식되는 소리가 나지 않아서 안 되는가 보다 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골인 지점에서도 ‘삐’ 음이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골인 지점 시계로는 50 몇 분 정도. 내가 연습할 때는 10km에 1시간 넘게 걸렸는데 10분 정도 앞당긴 셈이었다. 정말 뿌듯했다.      


나는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물과 간식 봉지와 요구르트와 꿀떡을 차례대로 받아서 잠시 앉아서 쉬었다. 얼굴은 상기되었고, 숨은 좀처럼 멈춰지지 않았다. 물과 요구르트, 떡을 먹고 시간이 흐르니 조금 진정되었다.      


경기장에서는 5km 시상이 진행되었고, 순위권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자기 이름과 기록이 나오는 전광판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고 있었는데 나는 기록이 인식되지 않은 것 같아서 그냥 나왔다.      



그런데 휴대폰 문자가 와서 보니 기록증이 도착해 있었다. 기록은 51분 10초 대. 팔팔했던 20대에 비해서는 많이 늦은 기록이지만 최근 체력을 생각하면 기록이 많이 올라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 주 뒤에도 청송에 마라톤을 예약해 놨는데 거기서는 50분 안에도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 죽지 않았군. 훗.


통영에 가면 루틴으로 가는 충무김밥집과 노상에서 파는 문어 구이
이번엔 가리비 말고 백합 조개를 샀다
지난번에 귤이 맛있어서 또 사러 온 과일집. 하우스 귤 한 다라이에 만 원. 맛있었다.

          

거제에 나온 김에 통영에 가서 충무김밥도 먹고, 문어 구운 것도 사고, 백합 조개와 귤도 사서 왔다. 항상 통영에 오면 하는 루틴인 것이다. 마라톤도 하고 바람도 쐬고 하니 매우 뿌듯했다. (다들 꿀빵을 사려고 줄을 서 있는데 나는 문어가 나은 것 같다)


다음 주에는 청송에서 어떤 일이 있을까 내심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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