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은조

한 겨울의 온도를 닮아 지독하게 매서운 바람이 불던 어느 날,

동네 뒷산에도 잘 오르지 않던 장본인이

제주의 오름 한번 구경하겠다고 가파른 길을 올랐다.

호기로운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바람이 오르고 내리는 모든 걸음걸음을 막아서는 기분이었다.


언덕이 끝나는 곳에 도착하자 추위와 허기가 앞다투어 몸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생존본능의 가까운 감각들이 주변을 탐색했고, 멀지 않은 곳에서 포장마차 하나를 발견했다.

트럭 한 칸에서 퍼져 나오는 몽글몽글한 수증기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그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니었으리라. 트럭 주변에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종이컵 하나에 김이 피어나는 국물 한 국자를 따라 붓는 손이 슬로 모션처럼 움직였다.

어묵 꼬치 한 입을 냉큼 베어 물자 짭조름한 어묵 국물이 터져 나와 입안을 가득 채웠다. 그 순간은 바람마저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포장마차 어묵 국물이 어찌나 맛있는지.

제주에서 먹었던 그 어떤 음식보다 가장 만족스러운 음식이었다.


혀의 감각은 혼자 결정하는 법이 없다.

매 순간, 모든 감각들의 순간을 기억한다.

미각은 결코 절대적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