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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bi의 마음일기 Oct 05. 2024

[투병일기] 22. 그렇게 난 또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지극히 드문 환자_그게 바로 나야.

내가 열체크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5월 중순 정도...

그 전부터 열이 있었으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가벼이 넘겼기에 따로 열을 기록하지 않았으나,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방문한 한 동네 이비인후과에서

이정도면 열을 기록해서 한 번 체크해봐야 할 것 같다셔서

시작한 매일의 열체크.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 상태는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하며

정상체온으로는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대학병원 진료를 꾸준히 받고 있고,

이 전에 갑작스런 발진 등으로 상태가 좋지 않아

주치의 교수님께 상황을 전달드리니

이때부터 이 과에서도 다양한 검사를 진행했다.

혈액검사, 엑스레이 , CT 등을 통해 내 상태를

지켜보기로 하고 그렇게 결과를 기다렸다.


워낙, 이 교수님 진료는 예약을 잡기 어렵기도 하고,

갑작스레 내 상태가 안좋아져 급하게 예약을 바꾼 것이기도 해서

검사 후 1달 가량을 기다려 검사 결과를 들으러 방문했다.

담담했지만, 한편으로 내 안에 왠지 모를 긴장감이 감돌았다.

진료 예약시간보다 한참 먼저였는데, 웬일인지 그날따라

순서도 금방이어서 빨리 교수님을 뵐 수 있었다.


다행히, 혈액검사도, CT도 다 괜찮다고 하시는데,

왜 원인불상의 열이 계속되는지 모르시겠다고...

보통 열이 나면 염증수치가 높아서일 수 있는데

그것도 아니고 극히 드문 경우라시면서 말씀해주시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20년 전쯤에도, 원인을 모를 내 병때문에 이 병명을

알아내기까지 걸린 시간이 10년.

지금, 내 상황이 그때와 똑같아서.

열을 조절을 못해서라기엔 갑작스레,

너무도 오래 이런 증상이 지속되고 있고,

원인도 알 수 없다보니 다른 약을 쓰거나

치료를 병행할 수는 없다고 하시면서 다음달 진료때

다시 한 번 피검사를 하자셨다.


스테로이드를 안쓰는 상황이라 다행이라셨지만,

그것도 맞는 말씀이다만, 나는 답답했다.

원인도 , 이유도, 병명도, 치료법도, 약도 없이

증상만 계속되고 있으니,

그로 인해 일상생활이 그 전보다 버겁고

근육통 및 근육 강직은 더 심해졌는데,

그저 이렇게 버티고 사는 게 얼마나 지옥인지 아실런지.


위로 아닌 위로를 받았지만

한없는 서러움에 하염없이 울고 또 울며

다시 예약을 잡고 돌아오는 길,

도저히 걷기도 힘들어서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시켜놓고 멍하니 한참을 머물다가

그저 빨리 털어야지 싶어 마음을 가다듬고

그렇게 한동안 걷고 걸어서 돌아왔다.


돌아오는 버스에서도 왈칵 쏟아질 뻔한 눈물이

그 마음이... 나 스스로 참 한심하면서도

또 너무 답답해서 그저 그렇게 온전히 그 시간을

보내고 아무렇지 않은 듯 집으로 와서 애써 밝은

모습으로 날 기다리는 엄마를 마주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엉엉 울어버릴 것 같아서,

큰 병이 아니라 다행이면서도,

그럼에도 너무나 답답한 내 상황을 어차피

이해하긴 어렵다는 걸 아니까.


진짜 나쁜 경우가 아닌 게 다행인 것도

내게 참 감사한 일이니까,

그렇게 조금 더 울고 내려놓았던 하루.


뭐...

이 열도 언젠간 떨어지겠지? 하며

그냥 그렇게 버티는 매일.

모르는 채 잊고 살다보면 나아지려니,

작은 희망으로 보내보는 지금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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