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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독기 Sep 07. 2021

우리가 20,30대보다 유리한 점

40대 직장인 수험생의 숨은 무기

저 같은 40대 직장인이 시험공부를 하다 보면, 문득 '이 나이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거지?'라는 생각을 종종하게 됩니다. 일찍 결혼했으면 아들,딸 정도되는 20대, 회사에서는 어리디 어린 30대의 청년들과 같은 시험을 공부한다는 것 자체에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나이가 많은 만큼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젊은 친구들에 비해 열세라는 것을 생각하면 서글퍼지기까지 합니다.


제가 공부했던 공인노무사 시험 합격자를 연령대로 살펴보면, 40대 이상 합격자의 비율이 극히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걸 보면 또다시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은 내가 과연 이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듭니다.



앞서 직장인 수험생들이 전업수험생보다 무조건 불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강조해드린 바 있습니다. 직장인 나름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고, 전업수험생 못지 않게 최소 공부량을 충족한다면 합격이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렇다면 40대라는 나이가 20,30대 보다 더 불리한 것일까?라는 궁금증이 있으실 겁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40대 직장인 수험생의 경쟁력이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겠지요.


40대가 되면, 멀쩡하던 몸에 하나 둘 이상이 생기거나 느껴진다고 합니다. 저 역시 30대까지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목이 40대가 되자 디스크가 생기는 일이 있었습니다. 속설일 수 있겠지만, 나이가 듦에 따라 신체적 기능이 과거보다 저하된다는 점은 분명할 것입니다.


또한 정신적으로도 젊은 20,30대보다는 유약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패기나 열정보다는 타협과 안위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생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저돌적으로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리는 젊은 세대와 세상 왠만큼 살았고 알 것 다 아는 40대는 시험에 임하는 자세 자체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40대가 20,30대에 비해 불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그런데 저기 합격자 현황에 보이는 11명의 40대 수험생은 어떻게 합격을 했을까요? 보이지는 않지만, 그들 뒤로 수천명의 20,30대 수험생이 불합격의 고배를 마셨을 것입니다. 어찌됐건 40대 수험생이 그들을 성적으로 이긴 셈이지요.


각자 나름의 사연이 있겠지만, 이 시험을 합격하기에 충분한 실력을 키우는 공부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20,30대와 경쟁이 쉽지는 않지만, 해 볼만 하다라는 점을 통계적으로 증명한 것입니다.


40대가 20,30대에 비해 과연 무조건 불리하기만 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화 '인턴'을 보면, 70대의 인턴 로버트 드 니로가 30대의 CEO 앤 헤서웨이에게 인생에 대해 많은 교훈과 깨달음을 주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직위와 나이 모든 면에서 로버트 드 니로는 젊고 똑똑하고 유능한 앤 헤서웨이에게 비견할 수 없지만, 세상을 살아온 경험과 지혜만은 젊은 CEO를 압도합니다. 그것을 우리는 연륜이라고 부르죠.    


'나이가 들 수록 연륜이 쌓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똑같은 고전을 읽더라도 대학시절 읽었던 느낌과 40대가 되어 읽는 느낌은 매우 다르다는 점을 한 번쯤은 느껴보셨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연륜의 힘입니다. 세상을 보는 눈, 세상을 읽는 지혜가 젊은 세대에 비해 더 성숙해졌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100%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성실히 인생을 살아온 분들이라면 적어도 현재의 젊은 세대에 한 두마디쯤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연륜은 다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꼰대의 라떼 타령이라 할 지라도 말이죠.


바로 그 연륜이 공부를 할 때 많은 도움이 됩니다. 책을 읽을 때 그간 겪었던 경험이 이해도를 높이기도 하고, 신문이나 책을 통해 접했던 정보들을 다시금 책을 통해 만나게 되면 숙지하는 속도도 훨씬 빠를 수 밖에 없지요. 제 경우도 그랬습니다. 어려운 노동법의 다양한 판례가 10여년의 직장생활과 오버랩 되면서 '아 그때 그건 그랬었는데 이런 법리가 있었군'하고 깨닫게 되는 짜릿함이 있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그 때 그분의 직업이 학습지 교사였는데, 이 판례가 그 분들의 이야기였구나' 등과 같이 경험을 통해 법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경험이 공부와 직결되지는 않더라도, 공부를 하다보면 40대만의 연륜이 그 힘을 발휘할 때가 있습니다. 비록 허리가 쑤시고, 목이 아프고, 체력이 달리고, 눈이 침침하다 하더라도 나이만큼 쌓인 연륜은 시험공부에 있어 큰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아까 통계에서 본 11명의 40대 합격생분들이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신다면 어느 정도 공감을 하실 거라 믿습니다.


만약 이제 수험에 진입하시는 40대 직장인 수험생이 계시다면, 여러분은 절대 나이를 장애물로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노력 앞에서는 장애물이 될 수 없습니다. 나이를 디딤돌 삼아 좀 더 노력하신다면 합격 통계의 40대 란에 당당히 한 명의 합격생으로 기록되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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