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보낸 지 2년이 다돼 가지만 셋뿐인 삶은 여전히 어색하다. 어제처럼 비 오는 날 특히 그렇다. 내리는 비에 우중충하고 우울해져서가 아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비 오는 주말, 수목원 우중산책은 우리 가족의 루틴이었다. 시간이 있으면 김밥 도시락을 싸고, 시간이 없으면 없는 대로 빵이라도 한봉다리 사들고 우산이랑 우비랑 바리바리 챙겨 숲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마지막즈음 입원했을 적 비가 오던 날 은찬이가 "아~ 수목원 가고 싶다" 했었다. 13살 남자 어린이가 가고 싶은 곳이 놀이동산도 아니고, 비행기 타고 멀리 외국도 아니고 고작 수목원이라니... 아이에게는 다음에 꼭 가자고 약속했지만 맘속의 나는 바닥에 퍼질러 앉아 두 발을 차고 가슴을 치며 통곡을 했다.
그래서 은찬이를 보내고 한동안 비 오는 날이면 가슴이 쓰렸고 숲이나 나무를 보는 일들이 죄스러워 온전히 여행도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지난주... 2년 만에 근처 수목원으로 향했다. 이제 울지 않고 갈 수 있을 것 같더니 정말... 눈물은 나지 않았다.
나만큼 커버린 딸과....
은찬이와 내가 좋아하던 스탬프 찍기를 하며 수목원을 한 바퀴 돌았다. "예전에 다른 수목에서도 은찬이랑 열심히 스탬프 찍으며 돌아 물통 받았었지"라며 몇 년 전인지 기억도 안나는 그때 이야기를 하며 씩 웃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