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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보연 Jun 08. 2023

고로케의 추억

너를 생각해

학부모회 일로 딸아이 학교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
배가 너무 고파 집 근처 파리바게트에 들어갔다.
샌드위치를 사려고 했는데 갓 나온 고로케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바로 집어 들었다.
집게에 조금 힘을 주니 '바삭' 기분 좋은 소리가 나며 옛날 생각이 났다.

아주대병원에 다닐 때였으니 5년도 더 된 일이네.
아무튼 아주대병원 소아 격리병실이었던 6층 40호에 입원할 적에는 루틴이 있었다.
1층에서 입원수속을 마치고 6층 서병동으로 올라가 키몸무게를 잰 후 환의를 받아 병실에 들어간다.
아이가 옷을 갈아입을 동안 여행가방을 열어 필요한 물건들을 적절한 장소에 능숙하게 배치한 후 병실에 몇 명이 있는지 파악하고 나서 챙겨 온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슬리퍼를 찍찍 끌며 지하 1층으로 내려간다.
지하 1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파리바게트에 들어가 행사 때면 한잔에 1700원인가 하는 커피를 인원수대로 주문하고 은찬이가 좋아하는 고로케를 사서 들고 올라가 다른 보호자들에게 나누어 준 후 그동안 지낸 이야기들을 나눈다.
다음날이면 또 퇴원하는 사람, 입원하는 사람들이 같은 일을 반복한다.
외래진료 왔다가 파리바게트에 들렀는데 마침 고로케가 방금 나와 은찬이가 생각났다며 병실에 쓰윽 넣어주고 가는 사람도 있었고... 그랬다.
이 사람 저 사람 바삭한 고로케를 보면 은찬이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집어 들게 되고 그 바삭한 고로케를 은찬이는 입가에 부스러기를 잔뜩 묻히면서 아삭아삭 소리를 내며 먹어주니 다들 그게 예뻐 자꾸만 사주게 됐었다.

그때 생각을 하며 커피 한잔에 고로케를 한입 베어 물었다.
맛있다.
아들이 잘 먹던 고로케를 먹으면서도 눈물은 흘리지 않게 되었다.
대신 고로케를 베어 물던 아삭아삭 소리와 기분 좋은 아들의 표정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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