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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보연 Nov 09. 2023

알싸한 글냄새

너와 나만 알지라도

마음굴뚝에 슬픔과 추억이라는 재료를 넣고 불을 지펴 

알싸한 냄새를 풍기는 글을 끓여낸다


툇마루 한켠에  끓인 글을 무심히 내놓으면

그 냄새를 아는 이들이 살곰살곰 모인다


조용히 툇마루 끝에 걸터앉아 눈물을 반찬삼아 

익숙한 냄새를 꾸역꾸역 삼키고는

그림자 한꺼풀 벗어두고 떠난다


한겹 두겹 벗어지는 그들의 그림자를 위해

가아끔 알싸한 냄새가 나는 그 음식을 한솥씩 끓여두리라


찾는 이 별로 없더라도

같은 냄새 아는 사람 여기에도 있다고

묵묵히 글냄새를 풍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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