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만 알지라도
마음굴뚝에 슬픔과 추억이라는 재료를 넣고 불을 지펴
알싸한 냄새를 풍기는 글을 끓여낸다
툇마루 한켠에 끓인 글을 무심히 내놓으면
그 냄새를 아는 이들이 살곰살곰 모인다
조용히 툇마루 끝에 걸터앉아 눈물을 반찬삼아
익숙한 냄새를 꾸역꾸역 삼키고는
그림자 한꺼풀 벗어두고 떠난다
한겹 두겹 벗어지는 그들의 그림자를 위해
가아끔 알싸한 냄새가 나는 그 음식을 한솥씩 끓여두리라
찾는 이 별로 없더라도
같은 냄새 아는 사람 여기에도 있다고
묵묵히 글냄새를 풍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