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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윤리 30]

4-(2) 언론인의 직업윤리

by 백승호

(2) 언론인의 직업윤리

언론인은 사실을 알리고 진실을 보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언론인은 지식인처럼 진리를 추구합니다. 하지만 진실이 보도되면 자신의 기득권과 권력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여 진실을 막으려고 합니다. 진실은 언제나 사회의 빛이고 권력을 위협했습니다. 그래서 늘 권력을 가진 자들은 진리를 말하거나 진실을 말하는 것을 막았습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이명선 기자는 2020년 10월 8일에 헌법재판소 앞에서 “정의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진실유포죄, 즉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길 원한다”며 “진실에 재갈을 물리는 악법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한다”라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공익 목적으로 진실을 알리는 것이 죄가 되는 사회라면 올바른 사회라고 할 수 없습니다. 언론인은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연대의식을 갖고 악법 폐지에 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성과 규범은 도덕이라고 합니다. 도덕은 사람이 사람답게 바른 도리를 다하며 실천하는 것입니다. 윤리는 공동체 구성원이 지켜야 할 도리입니다. 도덕은 규범을 이해하고 실천을 하는 것이라면 윤리는 그 규범과 실천을 왜 해야 하는지 제시하는 이론적 근거입니다. 현대사회에는 다양한 전문가가 직업을 이루고 살아갑니다. 전문가는 직업에 따른 역할과 책임의식을 지닌 직업윤리를 지키며 살아갑니다. 그러므로 현대사회를 유지하는 핵심 윤리는 직업윤리입니다. 언론인도 전문 지식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직업윤리가 있습니다. 한국기자협회의 윤리강령에는 “막중한 책임과 사명을 갖고 있는 기자에게는 다른 어떤 직종의 종사자들보다도 투철한 직업윤리가 요구된다.”는 말을 합니다. 또한 기자들이 지켜야 할 행동기준은 언론자유 수호, 공정보도, 품위유지, 정당한 정보수집, 올바른 정보 사용, 사생활 보호, 취재원 보호, 오보의 정정, 갈등·차별 조장 금지, 광고·판매활동의 제한 등 10 가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론 윤리헌장 서문에는 “언론은 시민을 위해 존재하며, 시민의 신뢰는 언론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시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자유롭고 책임 있는 언론이 필요하다. 언론은 인권을 옹호하며, 정의롭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추구한다. 이를 위해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를 통해 시민의 올바른 판단과 의사소통을 도우며, 다양한 가치와 의견을 균형 있게 대변함으로써 사회 통합을 위해 노력한다. 아울러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다. 날로 다원화하는 언론 환경에서 저널리즘의 원칙과 책무에 충실한 윤리적 언론은 시대의 요청이다. 이에 우리는 매체와 분야, 형태에 관계없이 보도와 논평에 종사하는 모든 언론인이 실천해야 할 핵심 원칙을 담아 언론윤리헌장을 선언한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1. 진실을 추구한다. 2. 투명하게 보도하고 책임 있게 설명한다. 3. 인권을 존중하고 피해를 최소화한다. 4. 공정하게 보도한다. 5. 독립적으로 보도한다. 6. 갈등을 풀고 신뢰를 북돋우는 토론장을 제공한다. 7. 다양성을 존중하고 차별에 반대한다. 8. 품위 있게 행동하며 이해상충을 경계한다. 9. 디지털 기술로 저널리즘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등을 9 가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언론인의 행동기준과 윤리선언이 단지 선언에 그치고 있지 않는지 성찰해 보아야 합니다. 권력의 비리와 잘못을 비판해야 하는 언론이 영합하거나 언론권력 자체가 되었고, ‘검언유착’, ‘기레기’라는 오명과 비판을 받는 기자가 많아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사회발전이 없습니다. 자본권력과 검찰 권력의 편에서 서서 기회주의 언론인과 수구 언론인이 자리 잡고 있는 한 언론의 공적기능은 사라지고 불신이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언론인의 직업윤리를 회복하여 공적기능을 회복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언론인의 말과 글은 여느 사람보다 영향을 많이 미칩니다. 언론인이 직업윤리를 갖기 위해서는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어떤 일이 담고 있는 가치의 경중을 헤아리고 선후를 분별하여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상을 대하는 태도는 신중하고 신중해야 합니다. 사고로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데 보험금을 이야기하는 것은 인간을 대하는 태도가 잘못된 것입니다. 무엇이 소중한지 잘 헤아려서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다해야 합니다. 또한 공정한 진실 보도를 위해 최선의 취재를 다해 보도해야 합니다. 속보, 단독 경쟁에 매달려 출처나 근거나 명확하지 않은 보도를 하거나 어느 한 편에 서서 국민을 갈라놓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에 대해 제재를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언론이 고의로 잘못된 보도를 하거나 중과실이 확인되는 명확한 가짜 뉴스에 대해서만 피해액의 몇 배에 해당되는 금액을 배상하는 제도입니다. 언론에 대한 이러한 외부 제재가 필요하다고 하는 이유는 그동안 자율적으로 언론이 바른 길을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언론 스스로 정화능력이 없어 이러한 제도를 만들어 언론의 책임을 다하도록 하려 합니다. 언론인들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하겠지만 그동안 언론인이 자유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해 자초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도를 만들어 한번에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언론인 스스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언론 환경은 예전과 달리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회관계망을 통해 전자말이 널리 퍼져 있는 상황에서 언론이 취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따옴표 인용보도만 가득하거나 편향된 보도를 하면 국민들이 금방 알아차립니다.

언론인이 하는 말과 글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람 사이를 이어 놓거나 겨레 사이를 좋아하게 하는 말은 좋습니다. 하지만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말이나 겨레를 갈라놓는 말은 해서는 안 됩니다. 기자의 말은 여론을 형성합니다. 여론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올바른 여론이 만들어져 좋은 정책에 도움이 된다면 좋지만 잘못된 여론으로 올바른 정책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국민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것입니다.

디지털 정보혁명 시대에 동영상이 발달하여 예전보다 그 영향력이 많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신문기사를 보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또 텔레비전에 평론가, 패널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와서 사람 사이를 멀어지게 하고 국민들을 갈라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히 남북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는 이념의 사람이나 세상을 바라볼 때 잘못된 틀이나 색안경을 끼고 보면 안 됩니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 듯 균형을 갖추어 편견 없이 말해야 합니다. 우리는 일제강점기와 남북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으며 편 가르기를 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제 편과 남의 편을 가르며 잘못된 틀을 뒤집어 씌우거나 색깔론으로 상대방을 몰아붙여 갈등을 일으켜 싸우기도 하고 심지어 많은 목숨을 앗아가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이념과 가치관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서로를 죽이는 일은 우리 민족의 비극이었습니다. 언론인이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진실을 보도해야 우리 사회가 균형을 잃지 않고 발전할 수 있습니다. 언론인으로서 귀감이 될 만한 사람은 많습니다. 그중에 리영희 선생과 손석희 앵커의 말과 글을 보며 언론인의 말하기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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