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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힘 맹자 21]

【01-02-13】 20/260 약소국의 현명한 외교전략

by 백승호

【01-02-13】 20/260 약소국의 현명한 외교전략

등 나라의 문공이 물었다.

“등나라는 작은 나라인데,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제나라를 섬겨야 합니까? 초나라를 섬겨야 합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그런 계책에 대해서는 내가 언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꼭 말씀드리자면 한 가지가 있습니다. 연못을 파고 성을 높이 쌓아서 백성들과 함께 지키되,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백성들이 달아나지 않을 수만 있다면 그것은 해볼 만한 일입니다.”


【양혜왕-하-13】

滕文公이問曰 滕은小國也라 間於齊楚하니 事齊乎잇가 事楚乎잇가 孟子對曰 是謀는 非吾의 所能及也로소이다 無已則有一焉하니鑿斯池也하며 築斯城也하야 與民守之하야 效死而民不去則是可爲也니이다

등문공이문왈 등은소국야라 간어제초하니 사제호잇가 사초호잇가 맹자대왈 시모는 비오의 소능급야로소이다 무이즉유일언하니 착사지야하며 축사성야하야 여민수지하야 효사이민불거즉시가위야니이다.


【해설】


1. 등 나라의 처지와 형국은 오늘날 대한민국과 비슷하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도 멀리할 수 없고 어느 한 나라와 가까이할 수도 없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조선시대 광해군 때와 유사하다. 후금이 부상하고 명나라가 몰락하는 상황에서 광해군은 중립적이고 때로는 이중적인 외교를 통해 우리나라의 실리를 취했다. 대륙에서는 여진족의 후금(청)이 건국되어 명나라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었다. 진퇴양난의 고비에서 광해군은 사신 정춘신을 임명하여 보내기도 하고 첩자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며 ‘명나라에 예의는 지키되 지나친 요구는 거부하고, 후금을 다독거리며 실리외교를 폈다. 또한 광해군은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화약 무기를 준비하여 자주국방을 하려고 노력했다.


2. 지금 우리나라도 미중 사이에서 중립적이고 실리외교를 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과 미국의 갈등 관계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쿼드 가입이나 사드 재배치를 신중하게 해야 한다. 중국은 왜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는지 헤아려야 한다. 중국은 미국의 사드 배치를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rebalance) 전략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중국을 위협한다고 여긴다. 한국은 혜안과 균형감각을 가지고 중국이 갖고 있는 내적 위험 요소를 고려하면서 지속적인 경제 교류를 해야 한다. 또한 미국과는 군사동맹을 생각하여 외교 안보와 국제통상의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


3. 동아시아 지역 질서가 재편되는 10년의 시기를 내다보면서 창의적이고 자주적인 외교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이 전략 목표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면 국익을 도모할 수 없다. 2022년 10월 7일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을 내세워 남중국해 해안에서 미군과 필리핀 합동 훈련을 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하에 중국 봉쇄 군사훈련에 참여하면 중국과 마찰하거나 관계가 불편하여 경제적으로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일본과 동맹을 강화하고, 일본의 자국 군사 이익을 위해 한국을 미국과 일본 아래 두어 한미일 동맹을 강조하려고 한다. 지난 9월 30일 독도 인근 해상에서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과 욱일기를 건 일본 자위대 아사히 함, 그리고 우리 문무대왕함이 함께 훈련을 했다. 일본 자위대와 이러한 훈련은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 이유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고, 일본의 자위대로부터 지휘를 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 훈련을 하며 동해를 일본해라 표기하고 일본의 자위대를 정식 해군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한미일 군사훈련에 참가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4.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서는 우선 남북관계 회복이 중요하다. 우리가 남북관계를 주도하면서 한반도 지정학적 요소를 활용하여 미국과 중국의 갈등 요소를 완화시킬 수 있다면 우리 입지를 더욱 단단하게 할 수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을 막기 위해 이러한 군사 훈련을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의 핵 위협과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북한을 몰아세우면 중국과 가까워지고 한반도의 위험은 더욱 커진다. 철학과 비전이 없이 선제공격과 전술핵 운운하는 안보전략은 대한민국을 위기에 몰아넣는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국가안보를 튼튼하게 하고 국익을 도모할 수 있는 외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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