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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참사 구조적 원인]

-죽음을 헛되이 하는 사회

by 백승호


2024년 12월 29일 아침.

온 국민은 제주항공기의 참혹한 광경을 생중계로 보았습니다.

동체착륙한 비행기는 멈추지 않았고, 그대로 콘크리트 둔덕에 부딪혀 폭발해 사람들의 목숨을 잃었습니다.

함께 새해를 맞이하며 희망과 축복을 기원해야 할 가족과 친척, 친구를 또 179명 잃었습니다.

통곡하는 유족의 아픔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2025년 새해 아침에도 온 국민의 슬픔으로 가득한 대한민국입니다.

정부는 애도기간을 정하고, 무안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곳곳에 조문소를 만들었습니다.

살아남은 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며 조문소에서 유족의 아픔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고 또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사고는 반복되고.......

우리는 지난날의 안타까운 죽음을 반복하지 말아야 하는데

또 죽음을 헛되이 하고 있어 더욱 안타깝습니다.

착한 마음을 가진 살아남은 자는 유족을 위로하고 조문하며 현장으로 달려가 봉사하고

함께 하지 못한 마음으로 선결제와 성금을 물품을 보내기도 합니다.

추모.JPG

2014년 4·16 세월호 참사로 304명이 목숨을 잃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로 159명이 목숨을 잃는 장면을 생생하게 보았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2024년 12월 29일에 179명이 목숨을 잃는 제주항공기 참사를 보았습니다.

저마다 가슴속에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와 고통이 쌓여 아픔의 기억이 되어 잊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부 자본가와 권력자들은 저들의 추한 범죄가 빨리 잊히길 바라고

서둘러 장례를 치르고 고인을 애도하게 하고 유족을 위로하며 빨리 잊기를 바랄 것입니다.

하지만 산 자의 진실된 의무는 두 번 다시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왜 이렇게 참사가 끊이지 않을까요?

사람의 안전과 목숨보다 이윤과 효율성을 더 중시하는 사회 속에서

또 다른 참사가 계속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나 제주항공 참사의 바탕에는 자본가의 이윤을 위한 규제완화와 경쟁심화

노동에 대한 안이한 인식, 무리한 운항 등이 깔려있습니다.

사람보다 자본을 중시하는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계속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의 근본 요인은 선박의 내구연한 규제완화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권은 국민의 안전보다 자본가의 이익을 우선하여 선박의 내구연한 규제를 완화해 주었습니다.

선령 제한을 25년에서 30년으로 늘려 규제를 완화하자

세월호 선주는 18년이나 된 낡은 배를 수입하여 운항하다가 사고가 난 것입니다.

이번 제주항공의 사고 원인은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제기하고 있는

직접적인 원인은 새가 항공기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 엔진이 고장 났기 때문입니다.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이 사고의 피해를 키운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의 바탕에는 자본의 논리,

건설 토건족과 정치권력의 이권 카르텔, 항공사의 이윤 극대 등이 깔려있습니다.

지자체들은 지역민들에게 생색을 내기 위해 국비를 100% 투입하여 공항 신설·증설하려고 합니다.

우리나라 공항은 국제공항과 국내공항을 합쳐서 15개입니다.

이중에 인천, 김포, 김해, 제주공항을 제외한 11개 공항이 지난해 적자입니다.

그런데도 또 새만금을 비롯해 부산, 제주, 충남 서산, 대구·경북 등 전국 10곳에서 신공항 건설을 추진 중입니다.

국토가 그렇게 넓지도 않은데 정치권력과 건설토건은 끊임없이 공사를 하려고 합니다.

공항건설은 환경을 파괴하고 항공기는 교통수단 중 시간당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합니다.

환경과 경제적 효율성을 고려할 때, 더 이상 공항 건선을 하지 않아야 하고, 항공기 운항도 줄여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 운영하고 있는 공항을 안전하게 제대로 관리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생각은 하지 않고

권력과 건설토건, 항공사 자본의 이득만 생각합니다.

공항 활주로를 벗어나더라도 강제 제동장치 바닥재 EMAS를 설치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을 없애야 합니다.

그리고 서민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버스, 지하철과 기차, 여객선, 항공기 등은

자본의 논리보다 안전을 더 중시해야 합니다.


저가 항공사의 지나친 경쟁과 규제완화, 노동에 대한 잘못된 인식 등을 바꾸어야 합니다.

2005년 제주항공 출범 이래 정부의 무더기 허가로 국내 저가항공사는 9개입니다.

저가 항공사는 지나친 경쟁이 벌어지면서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비 분야 노동자를 줄였고, 정비시간을 줄이는 등 안전비용 손실을 메우고 있었습니다.

항공기 월평균 운항시간은 제주항공이 418시간으로 가장 길고,

티웨이 386시간, 진에어 371시간 등으로 저비용 항공사 비행기들은 제대로 정비도 하지 못하고 운항하고 있습니다.


조종사와 승무원, 정비사 등도 모두 무리한 노동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비행기를 점검하고 정비할 수 있을까요?

항공사는 더 많은 승객을 더 많은 운항 횟수로 실어 날라야 합니다.

사고기도 48시간에 13차례나 운항을 했다고 합니다.

철새가 많은 무안공항의 조류퇴치하는 사람은 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정말 안타까운 마음으로 가정을 해 봅니다.

조류와 충돌이 일어나지 않다면,

랜딩기어가 내려와 브레이크 기능을 하여 멈추었다면

마찰력을 높이는 화학물질을 활주로에 뿌릴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면

활주로가 조금만 더 길었으면,

활주로를 벗어나더라도 강제 제동장치

바닥재 EMAS(Engineered Material Arrestor System)가 설치되어 있었으면

콘크리트 둔덕이 아니고 잘 부서지는 로컬라이저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강제제동바닥.JPG

지난날의 죽음을 헛되이 하는 사회는

또 다른 죽음을 부를 수 있습니다.

서민의 목숨을 희생하여 사익을 추구하는 방향을 멈추지 않으면

제2의 세월호

제2의 제주항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안전은 공익적 가치의 기본입니다.

안전과 환경을 가장 우선하고

인권과 노동을 중시하는 사회로 전환해야 합니다.

아무리 이윤추구가 좋더라도 사람을 우선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제주항공기 참사, 모든 참사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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