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자로보는세상51]

상(象)

by 백승호

상(象)


코끼리 상(象)이라는 글자에서 형상 상(像)이라는 글자가 나왔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마음으로 그릴 때 상상(想像)이라고 하는데

상상의 어원이 코끼리 상(象)입니다.


<한비자> ‘해로편’에 살아있는 코끼리를 볼 수 없어 죽은 코끼리의 뼈를 놓고

살아있는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러 사람이 뜻으로

생각하는 것을 상(象)이라 말한다고 했습니다.


상(象)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떠올렸다가 남아 있는 '느낌의 그림자'입니다.

느낌의 그림자는 이미지입니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삶을 살아갑니다.

화폐는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 가치를 값으로 정한 것입니다.

글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기호는 저마다의 상징성이 있고 내용과 형식이 우연히 결합하여

뜻을 전합니다.

사진도 순간의 시간을 멈추어 둔 상(象)의 모임입니다.


이러한 상은 여러 뜻을 불러 모으는데 그것이 상징(象徵)이라고 합니다.

징(徵)은 부른다는 뜻이고 부른다는 것은 비슷한 것을 떠올려 생각하다는 뜻입니다.

상징은 많은 기호를 낳았고 기호 속에는 사람들의 생각이 함축되어 공통된 생각을 합니다.


코끼리와 상징적 기호에 관한 글은 정민 교수가 쓴 <비슷한 것은 가짜다>라는 책에

첫머리에 ‘이미지는 살아있다. 코끼리 기호학’이라는 글에 재미있게 실려있습니다.

이 글에는 연암이 코끼를 보고 기록한 <상기(象記)>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말합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주인공 윌리엄 수도사는 제자 아드소에게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갖가지 일반적인 법칙을 서로 연계시켜 보아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연암은 <상기>에서 모든 사물에 동일한 이치를 적용할 수 없다는 말을 합니다.

'뿔이 있는 짐승은 윗니가 없다'거나, '날개가 있는 것은 다리가 두 개뿐이다'라는 이치는

눈에 보이는 소, 말, 닭, 개에게는 적용되지만 코끼리는 그 이치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상(象)은 하나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고 고정관념으로 만든 허상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살아 움직이고 변하는 상을 생각하게 합니다.

주역의 괘상(卦象)처럼 여러 변화하는 상을 다양하게 설명합니다.

심사정 코끼리-남만세상(南蠻洗象 : 남방 사람이 코끼리를 씻다)


1992년 미국 SF 작가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 ‘메타버스’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오늘날은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의 상상이 현실이 되고 이미지가 세상을 이끌어 가는

확장가상세계(메타버스)가 되었습니다.


인공지능, 챗봇,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메타버스 세계 확대되고

블록체인, 핀테크, 에듀테크 등 상상이 현실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대니얼 부어스틴의 말처럼 “이미지와 사랑에 빠진 현대인”이 되었습니다.

현실과 상상을 구분 못하는 뇌를 잘 활용하는 슬기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상상력이 경쟁력인 시대이지만 허상이나 가상에 매달려 허둥거리기보다

매트릭스나 메타버스 밖의 실존하는 삶을 즐기는 것

행복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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