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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스님의 삶과 죽음

by 홍만식

세계적인 불교 지도자, 틱낫한 스님이 지난 21일 항년 95세를 일기로 열반했다. 국내에서는 '화', '귀향' 등 베스트셀러의 저자로도 잘 알려졌으며 한국을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베트남 출신인 틱낫한 스님은 시인이자 교사, 평화운동가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함께 '살아 있는 부처', '영적 스승'으로 존경받았다.


달라이 라마는 "그는 나의 친구이며 영적 형제다. 마음의 평화를 추구함으로써 세계평화의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 진실로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라고 애도했다.


고인은 1926년 베트남에서 태어나 16세에 출가했다. 1950년대에 선원을 세워 베트남 최초로 승려 교육 과정에 외국어와 서양철학ㆍ과학을 도입하였으며, 베트남 전쟁이 과열되자 행동하는 참여 불교의 지도자로서 전란 피해자 구제와 평화 운동에 나섰다.


오랫동안 망명했던 프랑스에서도 난민 구제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82년에는 프랑스 보르도 인근에 수도공동체인 플럼 빌리지를 만들어 불교에 국한하지 않고 명상과 힐링을 찾는 다양한 배경의 현대인에게 마음의 쉼터로 정착시켰다. 특히 서구인에게 불교식 명상의 현대적 접근을 가능하게 했다. 오늘날 '마음 챙기기'라는 이름으로 심리적 안정과 편안함을 얻는 중요한 명상법을 보급해 대중에 자리 잡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틱낫한 스님은 미국에서도 '그린 마운틴 수행원'을 세우고, 일반인에게 명상을 전했다.


나는 언젠가 틱낫한 스님의 '설거지하는 법'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 글에는 사람들이 설거지를 할 때에 오로지 설거지만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결과에 집착하여 현재를 소홀히 히지 말아야 한다는 인생 가르침이다. '지금(now)' '여기(here)'의 순간을 충실히 살 때 그 순간들이 결과이자 인생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설거지를 할 때 가끔씩 스님의 이 말씀이 생각난다.


뉴욕 타임스(NYT)는 틱낫한 스님의 부고 기사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그의 어록을 하나를 이렇게 소개했다. "태어남과 죽음은 단지 개념일 뿐이다. 죽음도 없고 두려움도 없다. 그들은 실제가 아니다."

죽음에 대하여 불교는 다음과 같이 설(說)한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무(無)로 되는 것이 아니다. 매미가 허물을 벗듯이 훨훨 벗어던지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 것이다. 낡은 허물을 벗는 것이 죽음이며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 것이 윤회이다. 새로운 옷이 무슨 빛깔이 되고 어떤 모습이 될지는 이승의 업(業)에 따라 결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은 무(無)가 아닌 동시에 두려워할 일도, 슬퍼할 일도 아니다."


불교 경전, 반야심경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실체가 없으며, 따라서 낳는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사그라져 없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없다"라고 설한다. 따라서 삶이 곧 죽음이고, 죽음이 삶이라, 처음부터 구별이 없다는 뜻이다.


팃낫한 스님은 인간의 살아가면서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돈이나 물질이 아니라 고통이라고 다. 수련이 뿌리내린 곳은 진흙탕이지만, 연꽃은 맑고 향기롭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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