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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만식 Nov 11. 2023

가을밤과 어머니


며칠 전, 울긋불긋한 가을색이 짙어가는 양재천을 산책할 때 고향 친구 어머니가 별세했다는 부고를 받았다. 어느덧 내 나이가 고희가 되고 보니 죽음이 생소하거나 어색하지는 않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죽는다는 자연의 섭리를 큰 부담 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다.

최근에는 친구나 친구 부인의 부음을 접하게 되어 백세시대라고는 하지만 죽음이 우리 곁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이 부고를 받고 붉게 물든 단풍님이 가을바람에 한잎 두잎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니 인간과 낙엽의 신세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장례식장은 강남에 있는 한 대학병원이고 자주 문상 갔던 곳이라 덤덤한 마음으로 장례식장을 향해 집을 나섰다. 고인은 향년 90세로 비교적 건강하게 장수하셨고 칠 남매 자식들도 반듯하게 성장하여 비교적 행복한 인생을 보내셨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입관예절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예절은 유가족이 고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시간으로 가장 슬픈 순간이라고  수 있다.

성당에서 오신 신부님이 고인께서 주님 품에서 평안하시길 빈다는 기도가 끝나자 친구의 동생,  김 교수가 <가을밤>이라는 노래를 어머니께 불러드렸는데 유족들의 흐느끼는 소리와 함께 슬픈 분위기를 자아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초가집 뒷 산길 어두워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가을밤 고요한 밤 잠 안 오는 밤~

기러기 울음 소리 높고 낮을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김 교수는 18세에 고향을 떠나, 어머니가 그리울 때마다 이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마음을 다독였다고 한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효심이 크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 은혜를 그 무엇으로 보답할 수 있겠는가?

불교 경전, <부모 은중경>에는 부모의 은혜가 한량없이 크고 깊음을 설하여 그 은혜에 보답할 것을 가르친다. 부모님의 은덕을 생각하면 자식은 부모님을 왼쪽 어깨와 오른쪽  어깨 업고서 수미산을 백천 번 돌더라도 그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다고 說한다.

장례식장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면서 깊어가는 가을밤 하늘에 빛나는 별을 바라보았다. 인간은 이 세상과 작별하면 별나라로 간다는 말이 떠오르고 25년 전, 하늘나라로 떠난 어머니가 그리워졌다. 나는 어머니 생전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해드린 적이 없다. 만일 "어머니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한 번이라도 해드렸으면 어머니께서 무척 좋아하셨을 텐데ᆢ.


죽음이란 고인의 연세에 불문하고 슬픈 일이다. 사랑하는 가족들 그리고 익숙한 일상과 영원히 헤어진다고 생각하면 아득한 느낌인 것은 누구나 부인할 수 없는 사실다.

어느 철학자는 인간은 무덤을 향하는 존재라고 했다. 하지만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면 인간이 죽으면 육신과 영혼이 분리되어 영혼은 지구를 떠나서 자유롭게 새로운 별로 여행을 한다는 말을 믿고 싶다.


친구 어머니 장례식을 다녀오고 며칠 후 친구의 가족들이 삼우제에 어머니 산소를 참배하고 다 함께 <어머니 은혜>를 합창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런데 김 교수는 오늘도 엄마 품이 그리워 <가을밤> 노래를 부르며 밤하늘 별만 세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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