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사람들이 강아지를 병원에 잘 데리고 갑니다. 예전보다는요. 병원에서 유행처럼 상품에 오르는 '강아지 심장병',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지 했습니다. 중성화 수술, 슬개골 수술 다음으로 심장병이 진단 내려지는 것 같았어요. 작고 흰 강아지들을 인위적으로 교배시키다 보니 만들어진 심장병, 인간 욕심의 결과입니다. 저는 수의사는 아니지만, 보호자로서 강아지 심장병에 대해 공부하고 느꼈던 점을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보호자마다 다양하게 받아들이시겠지만, 저 같은 경우 극도로 예민해졌고 강아지 호흡수를 노이로제처럼 세고 또 세고, 외국 논문 등 공부하고 난리 부루스를 췄답니다. 지금은 많이 내려놓았어요.
이첨판폐쇄부전증은 영어로 Myxomatus Mitral Valve Disease, 짧게는 MMVD라고 합니다. 심장병의 한 종류예요. 강아지 심장은 사람처럼 오른쪽 심장과 왼쪽 심장이 있어요: 우심방/우심실, 좌심방/좌심실. 이 중에서도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있는 판막이 '이첨판'입니다. 'ㅅ'모양으로 생겼고 두 손으로 집 모양을 만든 것 같이 생겼습니다. 이 판막이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피가 이동하는데요, 이첨판이 잘 닫히지 않아서 피가 역류하게 되고 그 양이 많아지게 되면 좌심방이 커집니다. 그리고 결국에 폐로 피가 역류해서 폐수종이 오는 거예요. 강아지가 숨을 잘 못 쉬게 되는 거죠. 이것이 이첨판폐쇄부전증입니다. 아래 그림은 구글에서 검색해서 가지고 온 이미지입니다. 빨간색 부분이 왼쪽 심장이고 Mitral Valve라고 된 것이 이첨판입니다. 저곳이 느슨해지고 닫히고 열리는 기능을 못하게 되는 것이 흔히 말하는 강아지 심장병이에요. 다른 종류의 심장병도 있지만 여기서는 이첨판폐쇄부전증만 다루었습니다.
출처: Dr. Buzby's ToeGrips https://toegrips.com/heart-murmur-in-dogs/
밥풀이는 8살 때 동네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딱히 아픈 곳은 없었지만 나중에 암을 발견한다거나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검진 차원으로 데리고 갔는데 첫 번째 병원에서 선생님께서 숨소리가 좋지 않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리고 비용에 부담이 될까 봐 엑스레이를 찍어 심장 크기에 변동이 있는지 봐주셨습니다. 혹시 몰라서 다른 동물병원에서 검사를 했는데 같은 심장병 진단을 받았어요. (정확한 심장병 진단은 심장초음파를 통해서 내려집니다.)그때부터 우리나라 최고의 선생님을 찾아가야겠다 마음먹고 온 동네와 인터넷을 뒤져 유명한 병원에 찾아갔습니다. 사실은 모든 보호자가 이렇게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밥풀이를 경제적으로 지원 가능했기 때문에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점,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다른 보호자님께 언짢은 셨다면 죄송하옵고 또 이해 부탁드립니다: 저는 밥풀 심장병 진단 이후로 커피를 끊었습니다. 진료비에 도움이 됩니다. 3개월을 꼬박 기다려 찾아간 동물병원에서 밥풀은 동네에서 진단한 만큼 심각한 단계는 아니었어요. 지금은 잘 유지하고 있고요.
심장병의 정확한 진단은 ACVIM(American College of Veterinery Internal Medicine) 기준으로 내려지는데 3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심장병 단계 B2로 진단을 내립니다. B2단 계기 기준이 되는 것 같은데 아마도 '피모벤단'이라는 강심제를 적용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세 가지 기준은 이렇습니다.
1. LA/LO 비율: 대동맥 지름이 1이라고 했을 때 좌심방이 얼마나 큰지 나타내는 비율이고, 정상기준 1.6 이하
LA: Left Atrium(좌심방), LO: Aortic(대동맥)
2. LVIDDn: 정상 사이즈 대비 확장된 좌심실 크기 (Left Ventricular internal dimension in diastole normalized to body size), 정상기준 1.7 미만
밥풀이는 1번과 3번은 B2단계로 진단을 받았고 2번은 B1단계로 진단받아서 종합적으로 B1 진단받았습니다. 좌심방의 피가 도는 압력인 E-Peak Velocity가 높아서 B1이지만 강심제를 먹이자고 하셨고 지금까지 약을 먹고 있습니다. 이후 여러 차례 재진을 하였고 E-Peak Velocity는 다행히도 낮아져서 정상기준에 가까운 0.9m/s까지 떨어졌습니다: E-Peak Velocity 정상기준: 0.6~0.8m/s. 인터넷에 E-peak Velocity를 어떻게 떨어뜨리는지 검색을 해 보았지만 그런 답변은 찾아볼 수 없었고 답답한 마음에 미국 수의사님의 유튜브와 라이브 생방송까지 챙겨 보았지만 만족스러운 답변을 들을 순 없었습니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강아지 심장병을 진단하는 수치가 있지만 이 병은 수치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이 있냐 없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어요(미국수의사께서). 그래서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밥풀이가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편하게 숨 쉬는 것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산책도 자주 나가고 동네 병원에 들러 간식을 주기 시작했어요. 병원 가서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려고요. 그리고 심장전문 병원은 차를 타고 가야 하니 차를 타는 연습도 종종 했습니다. 차 앞에 가서 좋아하는 간식 주고, 익숙해지면 시동을 걸지 않은 차에서 놀다가 간식 주고, 그다음은 시동 걸어서 간식 주고, 동네 한 바퀴 차로 돌고 와서 간식 주는 수고스러움을 행했습니다. 이렇게 하면서 느낀 건, 강아지가 아프지 않더라도 나중을 위해서 동물병원이나 차 타는 연습을 미리 시켜두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보호자님께서는 아마도 저처럼 강아지 심장병에 노이로제의 한 결과로 여기까지 오시게 되셨겠지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심장병은 좋아지는 병이 아니고 최대한 나빠지지 않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병이에요. 이미 폐수종이 온 강이지라면 최대한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하게 살다가 잘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 되겠습니다.
수의사 선생님께서 이 글을 보게 되신다면 잔소리를 하실 수 있으시겠지만 저는 우리 강아지가 하루를 살더라도 좋아하는 산책은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산책을 싫어하는 강아지도 있나요? 그리고 붕가붕가를 좋아하는 강아지라면 심장병이어도 인형을 뺏지 않을 거예요. 인형 없다고 스트레스받는 것과 붕가를 하는 것, 어느 쪽도 다 해롭다면 하는 쪽이 더 낫다는 생각입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살다가 가는 것, 그게 제가 밥풀에게 바라는 거예요.
추신: ACVIM에서 가이드로 말하고 있는 피모벤단 복용 이후 3.5년 생존기간은 모든 강아지에게 적용되는 사항도 아니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본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한편으로 제약회사가 약을 팔아먹기 위해 겁박하고 있다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어요. 그래도 약을 먹이는 이유는 약을 먹으면 밥풀이 심장 소리가 괜찮은 것 같거든요. 기분 탓일 수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