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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규 Oct 22. 2023

우리 지금 당장 떠날 수는 없지만,

작은 균형을 깨고 큰 균형으로 나아갈 용기.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내겐 살아가는 데 있어 일종의 보험 같은 게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명상인데, 나는 종종 감정이 버겁거나 잡념이 많아 머리가 무거워질 때 명상을 찾는다. 우스울 수 있지만, 내가 명상을 하게 된 계기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접한 이후부터였다.
 이 작품은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도서이자 영화로 이미 오래 전부터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작품이지만, 여전히 잘 팔리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오늘은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함께 내 명상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작품 속 주인공 리즈는 성공한 여성이다. 작가로서 부와 명예를 가졌고, 결혼생활도 순탄하게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문득 본인의 정체감과 균형을 완전히 잃었다는 생각(그리고 지금껏 살아온 삶에 대한 의심)을 갖게 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를 만큼의 위기를 마주한다. 리즈는 폐허가 된 마음에서 정체감과 균형을 찾고자 8년간의 결혼 생활과 커리어를 뒤로하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는 이탈리아-인도-인도네시아인데, 작품의 제목대로 이탈리아 로마에서 먹고, 인도 아쉬람에서 기도하고,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사랑한다.




 이탈리아에서는 그녀가 식욕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새 언어를 배우고 친구들을 사귀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는다. 개인적으로 이태리를 제일 앞에 배치한 점이 좋았는데, 작가가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는 일단 먹으라고, 먹고 건강해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해주는 듯했기 때문이다. 리즈는 어느덧 남자친구에게 완벽한 이별을 고할 만큼의 재건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인도로 간다.

  인도에서 그녀는 기도와 명상을 한다. 처음엔 명상하는 방식도 몰랐지만 점점 내면을 마주하는 법을 알게 된다. 모든 감정은 결국 끝이 있고, 그 끝이 지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림을 알게 되며 비로소 신은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마음의 평화와 균형 상태를 찾고 보다 건강한 얼굴로 인도네시아 발리에 간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리즈는 이 작품이 강조하는 작은 균형을 깨고 큰 균형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운다. 인도에서 균형 상태를 유지하는 법을 알게 된 리즈는 새로 찾은 사랑 앞에서 균형이 깨질까 두려워한다. 하지만 큰 균형으로 나아가야 할 것을 알면서도 작은 균형 속에서 머무는 일은 결국 그녀의 이전 삶과 다르지 않다는 걸 우리는 안다.

 그러므로 작은 균형이 유지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깨고 더 큰 균형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주술사의 말처럼 "때론 사랑하다가 균형을 잃지만, 그래야 더 큰 균형을 찾아가는 것." 이에 리즈는 본인의 균형을 깨고 더 큰 균형으로 나아갈 결심을 한다.



 즉,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리즈의 여로를 통해 1. 먹고: 다시 건강을 되찾고 / 2. 기도하고: 삶의 균형과 평화를 찾고 / 3. 사랑하라: 더 큰 균형으로 나아갈 것을 제시한다. 폐허가 된 마음은 오히려 재건할 수 있는 기회임을 짚어주고,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면서 발전하기에, 타성에 젖어 있던 기존의 틀을 깨야만이 더 큰 균형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알려주는 영화이다.


 

영화는 종종 삶에 흔적을 남긴다. 이 영화는 내게 명상을 남겼다. 명상은 다른 모든 것을 걷어낸 진짜 나를 마주하게 한다. 나와 거리를 두어 내가 지금 어떤 감정들 때문에 버거운지, 그 감정들이 실제로 버거운 감정들인지 보다 멀리서 바라보게 한다. 그러다 보면 생각들은 제 크기를 찾고, 산발적인 마음은 하나로 정리가 된다. 당장 이탈리아로, 인도로, 인도네시아로 떠날 수 없지만 이 영화는 삶에서 길을 잃었을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겨나가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리즈의 말처럼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하고 현상 유지라는 명목 아래 정체감이 무너질 때가 있다. 하지만 감정엔 끝이 있기 때문에 우린 결국 이겨낼 수 있고, 폐허가 된 마음은 재건의 기회가 된다.


나는 10월의 어느 날 명상을 하며 다시금 이 영화에 대해 떠올렸고, 리즈의 대사를 떠올렸다.

 “아픔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다면, 진실은 당신을 비켜갈 수 없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나의 내면과 삶을 대하는 방식에 이렇게 깊이 스며들어있다.
 도전을 앞둔 모두에게, 타성에 젖은 누군가에게 삶의 균형을 찾는 방식과 더 큰 균형으로 나아갈 에너지를 담은 이 영화를 선물하고 싶다.



아래는 이 영화에서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

https://youtu.be/TvBnJZWRAbo?si=K9MmngQ93hT979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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