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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그림책을 읽는다는 것

by 김오 작가

강이

이수지


책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위대한 파도다.


춥고 배고픈 강아지가 사람과의 인연을 통해 따뜻하고 배부른 시기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것은 외로움을 가르쳐준다. 울 준비를 가득하고 책을 집었는데, 내 기꺼이 울어줄 수 있었는데, 잔잔했다.


여러 번 다시 보아야 더 의미 있는 책일지도 몰라. 그래. 어제 세 번 봤으니, 오늘 또다시 봐보자. 분명 뭔가 있을 거야. 실상 열 번을 본 들 나는 울지 않을 것이다. 나의 무언가를 터지게 하는 것은 늘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불현듯 오게 마련이므로.


이외에도 [파도야 놀자], [동물원] 등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몇 권을 읽었는데, 공통적으로 수묵화 속의 아이가 있고, 침묵 속에 이야기가 있었다. 무얼 말하는지 간단한데, 그 간단함이 곡선의 터치들과 한 짝이 되어 나의 중심을 잡아줄 때가 있다.

아무튼, 아! 오늘 날이 좋다~


***__



그림책은 아이들만의 전유물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저자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다 큰 어른이 쓴 책이 아닌가. 그래서 일반적으로 어른이 된 작가가 아이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쓴 것이고, 혹은 아예 초점이 어른에 맞추어져서 쓰인 글들도 많다. 그래서 개중에는 아이들이 읽기에는 오히려 어려운 책도 여럿 있다.


신선미 작가의 책처럼 어른이 아이 때로 돌아가 엄마의 사랑을 느끼거나, 할머니가 다시 젊었을 때로 돌아가 그 당시 아이와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을 느끼는 것과 같은 이야기는 지금의 어른 행세를 하면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짙은 향수와 같다. 그리고 윤지희 작가의 사연을 알고 도토리랑 콩콩을 읽으면, 단순히 또래의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의 그림자를 느끼게 한다. 이것이 무슨 의미일까? 그림책은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라는 모순.


나는 이런 그림책들을 아이와 함께 읽는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매일 책을 읽는 날들의 연속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럴 때 엄마도 읽고 싶은 책을 아이와 함께 읽어야 하는 책에 살짝 끼워 보는 것을 권한다. 함께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상을 만드는 것, 그것이 위 작가들이 말하는 의미 중 하나로 받아들였다. 단, 책을 읽다가 주책맞게 눈물이 나는 것을 아이가 보더라도 창피해하지 말고 감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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