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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by 김오 작가

명랑한 은둔자

케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


때론 너무나 내 마음에 들어오는 책에 대한 서평은 그다지도 짧을 때가 있다. ‘스토너’를 읽고 서평을 쓰려는데 몇 자 적어 내려가니, 또 가슴이 먹먹해져, 그만두었던 때가 생각이 난다.

이 책은 20년 전에 당신이 쓴 글이다. 20년 전의 글에 어제의 내가, 오늘의 당신이 있어서. 놀라고, 아득해지고, 명징하다. 그저 사람인 케럴라인 냅의 삶에는 왜 이토록 내가, 네가 있었던 걸까.


소심하다, 소극적이다, 낯을 가린다, 수줍어한다는 것이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론 싹수없는 사람으로 보이게도 하고/혼자 사는 결혼 적령기를 지난 여성이 그 시기를 지나오면서 겪는 사회의 눈빛을 견뎌야 한다는 것/친구, 가족, 직장 등에 대해서 이렇네 내 마음을, 당신의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은 누구도 어려울 것이다. 처음 겪는 글과의 만남이, 반가웠다. 일상을 표현하는 그만의 글이었다.

느리게 걸어가는 내가 있는 사회 덕분에 천천히 만난 것이 다행이었다. 뒤처져 있다는 건 시간을 뛰어넘어서 좋다. 나는 어리숙하고 뒤쳐진 것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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