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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비용

by 김오 작가

살림 비용

데버라 리비 지음

글을 잘 쓰는 이들이 많다. 그런 이들의 글을 읽을 때면 겸손해지면서도 행복해진다. 너무나도 행복해서 데버라 리비의 다른 책들도 당연하게 모으게 된다. 그리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문체, 번역가를 잘 만나 빛을 온전히 낼 수 있었으리라.


체감으로 다가오는 무게가 진실돼서, 나도 내일 저럴지도 몰라서......

[폭풍과 회오리바람이 몰아 들고 물결이 소용도는 가운데 파도가 내리치고 있었다.

삶은 허물리고 무너진다. 우리는 와해되는 삶을 지기려 뭐든 손 닿는 대로 부여잡는다. 그러다 깨닫는다. 그 삶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없음을


사랑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면 그 틈새로 밤이 스며든다. 밤은 끝없이 이어진다. 분한 마음과 비난으로 들끓는다. 밤새 이어지는 괴로운 내면의 독백은 해가 떠도 잦아들지 않는다. s로선 이 점이 가장 원망스러웠다. 이토록 내 마음이 ‘그이’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이렇게까지 그 사람에게 가로채였단 사실이. 그건 점령당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행복하지 못했고, 행복하지 못한 게 어느새 버릇이 되고 있었다. “우표나 달걀을 하나씩 모아 수집한 컬렉션처럼...... 평생에 걸쳐 점차 키워갈 수 있는” 변화하는 것으로 베케트가 설움을 묘사했듯이 말이다.


나는 지난날의 복원을 바라지 않았다. 내겐 전혀 새로운 구성이 필요했다.

나중에 그 헛간에서 처음으로 가을을 보냈을 때, 헛간 지붕 위로 사과나무 열매가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폭발음처럼 요란했다. 그제야 나는 뉴턴이 사과가 돌이킬 수 없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중력 이론을 못 박게 되었던 과정을 납득했다. 서서히 떨어지는 사과란 존재하지 않는다.]


앞 페이지의 몇 글자들을 적었을 뿐인데, 벌써 마음이 가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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