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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by 김오 작가

월든

핸리 데이비드 소로우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으면서 월든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품에 넣어 두었었다. 논문의 레퍼런스 체크하는 일은 그다지도 귀찮아하면서 책을 읽을 때 하는 글 속의 글 소개는 너무나도 재미있다. 하기 싫어도 마음에 꽂혀서 꼭 해야 하는, 칩이 꽂혀 있는 것처럼, 사지 않으면 마음에서 풀려나지를 못한다.


나란 인간은 정말 인간스러워서 사랑스럽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의 소감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이들이 있겠지만, 나는 이들이 세상 물정 모르는 샌님 같다. 갈수록 이런 세상에 찌들지 않은 샌님 같은 사람을 이상향으로 추구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이 이 시대에 고갈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걸까.


사는 것 자체가 다른 것을 생각하기 어렵게 고달프기만 했던 하루하루의 삶을 지나, 이제는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을 가지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이 자연스럽고, 그래서 그것을 갈구하는 것 같은.


그래선 이 책의 의미를 찾기 어려운 것은 나도 안다. 이 사람이 집을 짓는데 든 비용과 생활비 내역을 왜 보고 있어야 하는지 헛웃음이 나왔다면 더 어렵다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그럼에도 진지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이 있다.


법정 스님은 어린 왕자와 월든의 고유한 순수함을 말하고 싶었나 보다. 하고 문득. 애피퍼니(epiph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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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월든이 조금 부담스럽고, 이질감 있게 다가 온다면, 달빛 속을 걷다를 추천한다. 어둠은 그 자체로 공포가 되어버린 지 오래이지만, 아직도 시골에는 대문이 없고, 저녁 여덟 시만 되면 짙은 어둠이 깔려오면서 고요한 평화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그런 풍경을 떠올리며 하늘의 달과 노래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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