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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오 작가 Jul 28. 2023

빈집을 주세요.

구옥 계약서를 씁니다


부동산에서 정한 계약시간은 토요일 오전 10시 반.     

 

오전 10시경 논산에 도착했다. 공인중개사 전화가 왔다. 아직 집이 맞는지 확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을 한 것이라 공인중개사가 와서 집이 맞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다행하고 당연하게 집은 맞았고, 부동산에 가서 주민등록등본, 건축물대장을 확인하고 중개인의 차를 타고 법무사에 갔다. 집을 몇 번 매수해 봤는데 그럴 때마다 부동산에서 계약을 했었다. 그런데 논산집 계약은 법무사에서 다. (법무사가 계약서도 작성하고 부동산에 대한 내용은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매도자와 매수인만 계약서상에 나왔다.)    

  

도착한 게 무색하게 법률사무소 문이 열리지 않는다. 공인중개사가 전화를 하고 어색한 공기 속에서 기다린다. 법무사 담당자가 도착했다. 매도자는 아직이다.

  

12시 반.     


매도인이 왔다. 와서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계속 트집을 잡는다. 그러다 집에 사람이 얼마나 살지 않았는지 물어보니 얼버무린다. 집이 방치된 지 20~30년이 된 집이었다. 그동안 한 번도 집을 보지 않았으니 집 상태가 어떤지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싸게 판다고 생각하고 트집잡기에 바빴다. '건물값을 논할 수 없는 지경이다. 집이 사람이 살 수 없는 정도이다. 한번 가서 보고 이야기하라'라고 했다. 그리고 그때도 나는 알지 못했다. 내가 싼 가격에 집을 산 게 아니라는 것을. 2***만 원이라는 말만으로 싸다고 믿었건만. 추후 동네 어르신을 만나 집터부터 그 이전의 논산의 역사 이야기를 두시 간여 들으면서 내가 결코 싸게 사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그땐 순진하게 여든이 넘은 아버지의 땅과 집을 모두 파는 이유에 시나리오가 덧입히며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계약서 이야기를 해보자. 계약서를 쓰는데 매도인의 문제가 한 개가 아니었다. 등기부등본에 나와 있는 주민등록번호가 실제 주민번호와 달랐다. 권리증을 확인하니 다행히 제대로 되어 있었다. 그럴 경우 정정신청비 4만 4천 원을 내면 해결이 된다고 했다. 그런데 며느리가 자신도 법률사무소에서 일을 한다며 그 정도는 내줄 수 있지 않냐며 날 선 목소리로 연신 따진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법원 직원이 잘못 등록한 건으로 돈을 낼 수 없다는 둥 여기 계약서가 있다는 둥 정말 법률사무소에서 무슨 일을 하는 건지 제대로 알기는 하는 건지, 동종업계에 일하는 사람한테 날 선 소리 하는 모습이... 불쾌한 소리가 복작되는 판이 되는 것 같아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등본상에 거주했던 주소지와 토지 주소가 달랐다. 자신의 집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십 년간의 재산세 기록이 필요하고 이를 보고 판단하여 입증할 수 없으면 보증을 세워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계약서를 다시 쓰기로 했다. 잔금일을 변경해야 했으므로. 잔금일은 5월 22일 월요일로 했다. 그날까지는 변경이 될 거라고 했다. (그땐 몰랐지만 정말 딱 그날에 변경이 됐다)     


일단 서로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오는 길에 중개인은 나보고 뭐 하려고 이 집을 샀냐고 묻는다. “서점”이라고 간단하게 이야기했다. 입 밖으로 나온 말이 현실감이 진해지며 뭔가 진짜를 향해 걷는 것 같다.       


등기가 나오려면 유월이 넘어갈지도 모르겠다. 계약서는 쓰고 일어섰지만 어째 찝찝하다. 서류를 작성하고 배가 고파 분식집에 들렀다. 김밥 두 줄을 사서 달이의 볼 일을 함께 보고 논산집(해월가) 앞에 섰다. 이 집이 새로운 이름을 달고 노장만의 기지재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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