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에 대한 갈망이 없는 채로 대학을 졸업했다. 애초에 없던 취직이라는 녀석에 대한 관심은 졸업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졸업에 프레임을 씌우지 않을 수 있었다. 졸업 후를 기대하고 써놓은 희망의 수첩이 없었기에 두려움도 없었다. 낮은 학점도 그러려니 했다. 예의상 하던 의식이 하나 줄어들어 홀가분한 기분. 근근이 먹고사는 신주쿠 인간으로만 남았다. 아르바이트가 없는 날이면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었다. 그러다 배가 고프면 눈빛을 가린 채 두부를 사다가 밥 대신 먹었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그해 6월까지도 여전히 신주쿠 인간인 채로만 살았다. 더 이상의 학교 생활도 교우관계도 없이 월세 십만 원짜리 쪽방도 함께. 아르바이트가 없는 날이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하루를 누워서 보냈다. 어느 날이 아침이고 어느 날이 밤인지 나에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삶이 됐다.
연애도 끝이 났다. 연애라면 연애이고 아니라면 아닌 정체를 알 수 없는 4년이었다. 뇌가 가소성을 가지고 있다는 이론은 나를 통해 볼 수 있다. 나는 여전히 미성숙한 채로 스무 살을 맞았고, 알 수 없는 채로 인간이라는 탈을 쓰고 살아갔으며, 정체를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내가 내 것이 아니었듯이 그도 그의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서로를 알 수 없는 감각으로 맞이했고, 이는 결국 종말의 몸부림이었다. 사랑이 장난이 되는 순간 사랑이 된다. 장난이 사랑이 되는 순간 눈물이 된다. 이해하지 못하는 사이사이의 남과 여의 만남은 장난으로 남아버렸다.
모든 것이 바뀌고 있는데 정작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흘러갈 때가 있다. 그러다가 더 이상은 눈을 감아도 바뀐 것을 알아차릴 수밖에 없을 때에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 할 때가 있다. 생각 없이 취직을 하고 나의 기전에 있던 것들이 나를 벗어나려고 할 때, 신주쿠도 그중 하나라는 것을 이 글을 쓰는 지금에서야 알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