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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Mar 21. 2022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도 조금씩은 달라

우리 부부 사랑 레시피

남편이 한글을 읽지 못하니 그냥 생각나는 아무거나 다 적어 보았다. 내가 나중에 비슷한 순간이 오면 지금 했던 생각들과 고민들을 기억하기 위해. 작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던 지금을 기억하기 위해.


만약 그런 일이 있어도 내가 모든 행동을 올바르게 했다면 내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고 악조건 속에서도 나는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냥 내가 최선을 다한 것처럼 나 이외의 사람들이 각자를 위해 최선의 선택들을 한 것이고 그런 수많은 선택들의 결과로 그런 일이 생긴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애초부터 상처받을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내 통제 밖의 일이기 때문에 주체를 나로 두고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내가 더 큰 마음을 가지면 타인을 이해하는 깊은 공감능력과 더불어 그 사람이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까지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잘 웃고 밝고 해맑은 사람 함께 있기만 해도 같이 기분이 좋아지고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 같이 느껴지는 사람. 친구나 직장동료나 어디든 그런 사람 한 명만 있어도 분위기가 확 산다.


민원인이 정신을 잃고 화를 내고 차분하게 대응할 줄 아는 사람. 옆 사람이 아무리 암흑의 아우라를 풍겨도 편안한 표정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 상대가 아무리 유치 빤스로 굴어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사람. 그것도 모두 자신의 선택이다. 그런 선택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상대에게 잘해준다고 해서 그런 나를 만만하게 보고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함께할 가치가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저질인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우리가 연애하지도 결혼하지도 않았을 것.


이 사람은 원래 선한 사람인데 지금 마음의 상처를 받아서 자신을 방어해야 한다고 느끼니 일시적으로 이상하게 반응했을 수도 있다. 내가 이 사람에게 충분히 안전하고 기댈 수 있는 대상이 되어주어 이 사람의 연하고 유한 모습을 보여줄 만큼 도와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가치 있는 일일 수도 있다. 가시 돋친 고슴도치 같은 상대도 품어낼 수 있는 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고보니 내가 그에게 기회를 준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가 나에게 기회를 준 것이었다. 나처럼 유난떨지도 감정기복에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하지도 않고, 책으로까지 내서 동네방네 소문내지도 않고, 아주 조용히 그만의 방식으로 기다려줬다.


그는 내가 재봉틀을 사서 바느질을 배운다고 했을 때에도, 캔버스를 사서 그림을 그린다 했을 때에도, 키보드를 사서 피아노 연습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에도, 나보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라고 해줬다. 내가 알바를 지원하거나 봉사활동을 가도 너를 응원한다고 해줬고, 취업에서 자꾸 떨어져도 생활비 걱정 보다는 너가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해줬다. 내가 대학원을 간다고 해도, 내가 인강을 듣는다고 해도, 내가 한 달을 한국에 다녀오고 싶다고 해도, 명절에 동생을 만나러 갈거라 해도 그는 나를 보내주었다.


내가 원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을 나 스스로 찾으라는 그의 말이 진심이었다. 내가 도망가고 싶은 마음에 짐을 싸도 내가 대청소 하고 싶어서 짐을 정리한다고 생각하고, 내가 이혼하자면 나를 위해서 해줄 사람이다. 내가 그의 진가를 몰라봤다. 그리고 나는 남편이 기다려준 덕분에 더 큰 세상을 알게되었다. 더 큰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가 되었다. 내가 당연히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지레 포기했던 도전과 경험을 했다.  


내가 그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했는데 남편 덕분에 내가 성장했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중심을 나에게로 옮기자 내 인생이 더 나아졌다. 더 맑아지고 더 깊어지고 더 넓어졌다. 내가 산위에서 타오르는 불길이라면 그는 작렬하는 태양이다. 남편이 진정한 대인이었다. 천조국의 그는, 그릇도 태평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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